'발끈했구나'
대한한의사협회 기관지인 <한의신문>이 <의협신문> 기사를 반박한 걸 보고 든 생각이다. 한편으론 한 매체가 타 매체를 직접 반박하는 일이 흔치 않아 신기하기도 했다.
<한의신문>은 본 기자가 27일자로 쓴 <한의사 초음파 '애매' 틈타 은근슬쩍 공개 강의까지?>기사를 직접 인용, <양방계의 한의사 초음파 사용 비판…"근거 없다">제목의 반박 기사를 냈다.
기자는 '모두까기인형'이란 비판이 붙기도 한다. 이런 '모두까기' 들도 유독 관대한 부분이 있다. 타 매체의 기사다. 웬만해선 '그들끼린' 건드리지 않는다.
평소 깨져야할 '불문율'이라는 입장이었기에 한편으로 이번 반박기사가 반가웠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대상이 무엇이건 비판받을 수 있다.
겸허한 마음으로 한 줄 한 줄 반박기사를 읽어 내렸다.
우선 한의사 초음파 사용을 비판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그 이유가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사법부의 정의로운 판결'이며 '이에 따른 한의사들의 정당한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란다.
같은 문단 안에 나열된 두 문장. 둘의 인과관계가 매끄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죄를 묻지 않는 것'과 '국민건강보험 체계'에 들어오는 것은 다른 얘기다.
의료 현장에서 특정 행위를 하기 위해선 국가로부터 '의료행위'로 인정받아야 한다. 의료행위 목록에 등재돼야 한다는 얘기다. 한방 행위를 포함한 모든 의료행위는 정부가 비급여 혹은 급여로 승인을 내려야 정상적으로 진료비를 받고 진료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다.
<한의신문>에서 '정의롭다'고 칭송한 사법부조차 해당 판결이 '한의원의 초음파 검사료가 건강보험의 대상이 된다는 취지가 아님'을 적시했다.
판결을 확대해석 하지 말라는 경고다.
보건복지부 역시 지난해 11월 3일 한의사 초음파 진단이 건강보험 제도권 내에서 허용된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과 보건복지부의 입장을 물은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 질의에 대한 답이었다.
사법부도, 정부도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 한의계의 주장은 사법부나 행정부의 입장을 넘어선 '확대 해석'이다.
'발끈하기'는 어떤 공격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중 하나다. '발끈하기'가 유효하려면 상대에게 '오죽하면 저렇게 발끈할까?'라는 인식을 줘야 한다. '또 떼 쓴다, 또 성질부린다'는 인상을 줬다면 그 방어기제는 실패한 셈이다.
한의사님들께 묻는다.
정말로 대한민국 의료현장에선 건강보험체계 안에 들어온 뒤 해당 행위를 해야한다는 이야기가 '양방계의 도를 넘는 행태'라고 보나? 정말로 사법부의 판단이 곧 의료현장에서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라'는 말로 믿는가?
끝으로, 한의계의 이번 '발끈하기'가 유효했다고 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