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휴진 전날 의사 리베이트 사건 꺼낸 경찰, 의도가?

집단휴진 전날 의사 리베이트 사건 꺼낸 경찰, 의도가?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4.06.1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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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호 서울경찰청장 "고려제약 리베이트, 의사 1000명 이상 연루"
의료계 "수사 사안 놓고 언론 호도, 겁박책이자 의사 악인화 작업"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의협신문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의협신문

의료계가 대규모 집단휴진을 예고한 18일을 하루 앞두고, 경찰이 대규모 리베이트 사건 수사 경과를 폭로하고 나서면서 그 배경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정부는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수사활동의 일환이라는 입장이지만,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경찰청장이 직접 피의자의 규모나 사건의 내용을 언론에 알리고 나선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발표 시기를 두고도 논란이 있다. 집단휴진을 앞둔 개원가에 대한 압박책이자, 이른바 정부의 '의사 악인화' 작업과도 무관치 않다는 비판이다.

17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제약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해, 1000명 이상의 의사가 해당 사건으로 수사선상에 올라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현금을 직접 받았거나 가전제품 등 물품 또는 골프 관련 접대를 받은 경우"로, "많게는 수천만원, 적게는 수백만원(을 받았다)" 는 등 수사 중간과정을 알리면서 "이들이 금품을 제공받은 경위를 확인하는 작업을 곧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조사 가능성도 언급했다. 

조 청장은 "굉장히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며 "한 제약사의 문제라고 보기엔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어 더 들여다봐야 한다"고 수사 확대 가능성을 열었다.

대한의사협회가 준비 중인 전국의사총궐기대회와 관련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신고범위를 벗어나거나 다른 불법 행위가 있다면 법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얘기다.

전공의 집단사직 교사혐의로 고발된 임현택 의협회장 수사 건에 대해서도 "더 확인할 것 있어 추가 소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의료계는 집단휴진 전날,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경찰청장이 직접 피의자의 규모나 사건의 내용을 언론에 알리고 나선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의대증원 사태 초기부터 의사에 대한 압박책으로 리베이트 사건 활용 가능성을 엿보던 정부가, 결국 집단행동을 앞둔 의료계에 선전포고를 날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의대증원 사태가 가시화된 직후인 지난 3월 21일∼5월 20일을 '의약품·의료기기 불법 리베이트 집중신고기간'으로 운영, 의료계의 반발을 샀다.

당시 의협회장 후보였던 임현택 미래를생각하는 의사모임 대표는 보건복지부 공무원의 불법 뇌물 수수 사례를 언급하면서 "이러면서 의사들의 리베이트, 처벌 운운하고 있다"며 "뇌물 등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취한 복지부 공무원에 대해 제보해달라"고 맞불을 놓은 바 있다.

집단휴진을 앞둔 개원가에 대한 압박책이자, 의대증원 사태 내내 이어지고 있는 이른바 정부의 '의사 악인화' 작업과 무관치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의대증원 사태 내내 계속되고 있는 정부의 '의사 악마화' 작업과 다름없다"면서 "아직 수사가 마무리 되지도 않은 사건을 놓고, 경찰청장이 직접 대다수 의사들이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것처럼 언론을 호도하는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의료사태를 해결할 의지도 방법도 없이 오로지 정치적 목적으로 의사들을 악인화하고, 의료계를 압박하는 방법을 찾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 지적한 최 대변인은 "정부의 겁박에 굴하지 않고, 국민건강권 수호와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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