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연일 의료개혁 방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전공의 업무부담을 완화하고 수련의 질을 제고하며, 의사인력 추계를 위한 전문위원회를 만들고, 중증·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재정지원을 강화하되, 이른바 비중증 과잉 비급여는 억제하는 방향으로 수가체계를 혁신하겠다고 한다.
어디서 본 듯한 그림, 의사 없는 의료정책이 이렇게 또 만들어진다.
대통령 직속 의개특위 구성 계획이 처음으로 등장한 건 지난 2월 1일이다. 논란의 2000명 의대증원이 발표되기 불과 5일 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이라는 주제로 민생토론회를 열고, 무너져가는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공정 보상 등 이른바 '4대 의료개혁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 직속으로 전문가 중심의 '의개특위'를 구성해, 의료개혁 과제 이행방안을 구체화하겠다고 했다.
이는 의료개혁이라는 구호는 있되, 의료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고민은 없었다는 정부의 자기고백과 다름 아니다. 대통령 발표 이후, 정부가 밝힌 4대 의료개혁 과제 가운데 구체적인 이행 수순을 밟은 것은 2000명 의대증원이 유일하다.
지역의료를 강화하고 의료사고 안전망을 강화하며, 공정보상 체계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구호는, 지난 4월 부랴부랴 구성된 의개특위를 통해 이제야 그림 그려지고 있다.
주먹구구식 의대증원으로 혼란한 와중, 이제와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구성해 '필요한 적정 의료인력 규모를 분석하고 중장기 인력수급 정책을 수립한다'는 등 순서도 엉망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그 논의 과정이다. 정부는 의개특위가 대통령 직속 사회적 논의기구라며 그 의미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의사협회와 의학회, 전공의 대표는 의개특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의대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 구현을 전제로 한 논의에 들러리 설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앞서 의대증원 강행 도구로 활용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사례로 인한 학습효과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6일 사회적 합의기구인 보정심에서의 논의 결과라며, 2000명 의대증원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당사자인 의료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의료 정책이 불러온 파장은, 지금 우리 모두가 충분히 알고 있는 바다.
전공의 없는 전공의 대책, 의사 없는 의료개혁 방안들을 연일 쏟아내는 의개특위를 바라보며 지난 4개월의 혼란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것이, 또 다시 반복될까 우려스럽다. 의대증원 논란의 핵심은 '불통'이었음을 이 정부는 아직도 모르는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