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집' 한 채 지으며, 씨앗들의 합창 들으며

'언어의 집' 한 채 지으며, 씨앗들의 합창 들으며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4.06.2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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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사시인회, 열 두번째 사화집 '씨앗들의 합창' 출판기념회 
2012년 창립 이후 해마다 공동시집 발간…"치유와 공감 되길" 
'마종기문학상' 첫 수상자 심사 진행…시상식, 9월 24일 연세대

한국의사시인회는 22일 저녁 열 두번째 사화집 '씨앗들의 합창'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윤태원 시인, 유형준 시인, 유성호 교수, 김연종 시인, 홍지헌 시인, 송명숙 시인, 김영탁 주간, 박세영 시인, <span class='searchWord'>한현수</span> 시인.
한국의사시인회는 22일 저녁 열 두번째 사화집 '씨앗들의 합창'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윤태원 시인, 유담 시인, 유성호 교수, 김연종 시인, 홍지헌 시인, 송명숙 시인, 김영탁 주간, 박세영 시인, 한현수 시인.

"하수상한 시절, 가장 잘한 건 언어의 집 한 채 지은 것이다. 시는 보이지 않던 긴 터널의 시간이었다. 묵언의 시절에 뿌려 놓은 씨앗들의 합창이다."('씨앗들의 합창' 서문)

사무사(思無邪·생각에 사특함이 없다). 

공자가 시경 삼백편을 이른 말이다. 한대 이후 중국시의 경향이 경전화하면서 문학성과 민중성이 왜곡된 것을 비판하고, 시경은 사실성과 진정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설명을 에둘러 짚었다는 평이다. 

시인들의 마음도 그랬다. 시를 향한 사랑과 열정만이 남는다. 삿된 생각은 끼어들 수 없다. 그리고 힘들고 어려운 의료상황에 대한 걱정과 우려, 동료·후배 의사들에게 보내는 응원도 전해진다. 

한국의사시인회는 22일 저녁 인사동 옥정에서 열 두번째 사화집 <씨앗들의 합창> 출판기념회를 열고, 새로운 시작(詩作)을 세상에 알렸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김연종 시인(김연종내과의원), 송명숙 시인(아이편한소아청소년과의원), 유담 시인(전 한림의대 교수·CM병원 내분비내과장), 홍지헌 시인(연세이비인후과의원), 한현수 시인(야베스가정의학과의원), 박세영 시인(박내과의원), 윤태원 시인(태원정신건강의학과의원) 등과 유성호 한양대 교수(문학평론가), 김영탁 도서출판 황금알 주간 등이 참석했다. 

김연종 의사시인회장은 "지난 2012년 창립한 한국의사시인회는 그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사화집을 발간해오고 있다"라면서 "어려운 의료상황속 조심스러운 면도 있었고, 방향설정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열 두 번째 사화집 <씨앗들의 합창>을 위해 애써주신 시인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문학강연을 맡은 유성호 교수는 시를 통한 치유와 공감, 사람에게 전해지는 유일성의 의미에 대해 얘기했다. 

유성호 교수는 "의사나 교수나 같은 일을 한다. 그릇된 것을 교정해서 원래상태로 돌려주고, 누군가의 삶을 바꾸기도 한다. 그리고 한 사람의 유일성을 증명해준다. 사랑은 바로 그 사람의 유일성을 증명해주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의사도 가운을 벗으면 환자가 되고, 교수도 강단을 내려오면 모두 학생이 된다. 서로에게 교체될 수 없고, 교환될 수 없는 대체불가능한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누군가에게 '여럿 중 한 사람'이 아니라 '오직 한 사람'이 된 것을 느꼈을 때 치유와 공감이 일어난다"고 짚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마종기문학상 운영위원회'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유성호 교수는 운영 경과도 소개했다. 

연세의대총동창회는 한국문학사에 탁월한 시세계를 남긴 시인이자, 의대 교육과정에 인문학을 도입해 문학의학학회를 창립하는 등 의료문화 발전에 기여한 의학자인 마종기 시인의 업적와 위상을 기리기 위해 이 상을 제정했다. 마종기 시인의 문학적 업적, 문화적 위상과 평판을 의료계의 자산으로 환원, 보존하기 위해 문학상의 이름을 '마종기문학상'으로 정했다. 

유성호 교수는 "마종기문학상은 세상에 위로와 치유의 마음을 선사한 시인들을 발굴하고 널리 알리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라면서 "현재 첫 수상자 선정을 위해 심사를 준비 중이다. 의사시인도 수상자로 고려하고 있다. 운영위원 1인, 외부전문가 2인의 심사로 수상자를 결정한다. 시상식은 9월 24일 오후 4시 연세대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열 두 번째 사화집은 두 원로 시인의 초대시로 시작한다. 마종기 시인(동생의 기일·겨울의 응답), 이원로 시인(울타리 밖·길 위에서)은 몇 해째 사화집의 문을 연다. 

스무 명의 시인은 시작 60편을 새로 선보였다. 
 
박세영(무둥산의 희망봉·씨앗들의 합창·순리는 어디로 가고), 한현수(꼬막잡이·밤마실·사월), 홍지헌(가족여행·아주 깊은 곳에·뜬금없는 생각), 정의홍(철둑 길 아래·남도기행1·남도기행2), 김세영(와디의 기억·자연스러운 일·바람의 결), 김기준(스파게티가 익어가는 봄날·모란을 기다리며·마취 의사), 박권수(만월리 박 씨·엄마의 머리빗·병아리유치원), 손경선(괭이밥·주꾸미 샤부샤부를 먹다·어떤 문답), 최예환(밤바다에서·무스카리1·무스카리2), 윤태원(쓰읍·내가 사라져도·나는 나를), 김호준(불안1·불안2·어느 집착), 김연종(비핵화 선언·사각지대·뼈를 묻다), 김완(타인들의 집·라면을 끓이며·우수), 송명숙(진료중입니다·4월, 봄·오후 3시), 주영만(안과 바깥4·안과 바깥5·안과 바깥6), 서화(오감·기도의 강·시초와 끝), 유담(시선의 졸음·정기검진·겨울 동백), 김경수(인사하는 책·사랑은 떠나가는 기차·나무 의자), 박언휘(사랑의 마그마·울릉도의 꿈·달밤), 서홍관(근무는 어때요?·소록도 화장터에서·기와불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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