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미량 돌연변이 세포만 있어도 뇌 질환 발생한다

극미량 돌연변이 세포만 있어도 뇌 질환 발생한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4.07.0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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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KAIST 교수팀, 난치성 뇌전증 동물 모델에서 첫 규명
0.1% 이하 극소량 돌연변이 세포만으로도 난치성 뇌전증 유발 확인
뇌 특이적 돌연변이 진단 새 기준 마련…혁신 RNA 치료제 개발 추진

뇌를 포함한 모든 신체 기관은 세포 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돌연변이(모자이시즘)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뇌 기능 이상은 어느 정도의 돌연변이가 생겨났을 때 발생할까. 

이경호 KAIST 교수팀(의과학대학원)이 뇌세포 특이적 돌연변이(뇌 체성 모자이시즘)에 의한 소아 난치성 뇌전증 동물 모델과 환자 뇌 조직 연구를 통해 0.1퍼센트 이하 비율의 극미량 돌연변이 신경세포에 의해서도 뇌 전체 기능 이상을 유발해 뇌전증 발작이 일어날 수 있음을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이를 통해 난치성 뇌전증의 돌연변이 유전자 진단에서 새 기준을 제시하고, 극미량의 돌연변이 신경세포가 다양한 뇌 질환 유발에 관여할 수 있음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신경의학학술지 <브레인>(Brain) 6월 25일자에 게재됐다.

■ 마우스 뇌전증 모델에서 8000∼9000개 이상의 변이 세포 존재시 뇌전증 발작 유발 확인. (A)모델 제작 과정, (B)변이세포 측정 과정 모식도. (C)체성감각영역 (D)전전두엽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8000∼9000개 이상의 변이세포를 기준으로 발작 유발이 시작될 수 있음을 규명했다. 
■ 마우스 뇌전증 모델에서 8000∼9000개 이상의 변이 세포 존재시 뇌전증 발작 유발 확인. (A)모델 제작 과정, (B)변이세포 측정 과정 모식도. (C)체성감각영역 (D)전전두엽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8000∼9000개 이상의 변이세포를 기준으로 발작 유발이 시작될 수 있음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과연 얼마나 적은 수의 세포에서 특정 유전자 모자이시즘이 누적됐을 때 이것이 전체 뇌 기능 이상을 유도하는지를 밝히기 위해 마우스 질병 모델과 인체 조직을 이용한 중개의학적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의 뇌 조직에 뇌전증을 일으키는 '체성 모자이시즘'(Somatic Mosaicism)을 최소 수백 개에서 최대 수만 개의 세포에 유발했다. 체성 모자이시즘은 하나의 수정란에서 분열 및 분화를 통해 우리 몸을 이루는 약 30조 개의 세포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세포마다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론으로 최근 암의 진화뿐만 아니라 비암성 질환에서도 중요한 질병 원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결과 이 때 고작 8000∼9000개 수준의 돌연변이 신경세포가 나타날 때부터, 실험용 쥐가 뇌전증 발작을 일으키고, 관련된 병리가 나타나는 것을 관찰했다. 또 난치성 뇌전증 환자 뇌 조직에서 대용량 유전정보 증폭 시퀀싱을 수행해 정확한 변이 모자이시즘 비율을 측정했고, 최소 0.07%에 이르는 뇌전증 유발 체성 모자이시즘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은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아 수술에 이르게 되는 난치성 뇌전증의 유전적 정밀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라면서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난치성 신경 정신의학적 질환들이 뇌의 발생과 분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극소량의 미세 돌연변이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 <span class='searchWord'>국소</span>피질이형성증 환자 유전진단에서 매우 낮은 수준의 유전 변이가 발작과 연관될 수 있음을 밝혔다.
국소피질이형성증 환자 유전진단에서 매우 낮은 수준의 유전 변이가 발작과 연관될 수 있음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소 피질이형성증의 진단법 향상 및 체성 모자이시즘에 의한 뇌 질환 원인 발견에 있어서 중요한 기초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 성과는 KAIST 창업기업인 소바젠을 통해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체성 모자이시즘 변이를 정밀 타깃하는 혁신 RNA 치료제 개발에 이용될 예정이다.

국소 피질이형성증은 뇌 발달 과정 중 대뇌 피질에 국소적으로 신경세포이상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기존 항뇌전증 약물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소아 난치성 뇌전증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김진태 박사(제1 저자·KAIST 의과학대학원 졸업)는 "극미량의 체성 돌연변이라도 뇌의 기능 이상을 유발할 수 있음이 알려졌고, 이를 통해 난치성 뇌전증 등의 유전적 진단과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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