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전공의의 호소 "상황 악화책만 내놓는 정부 답답"

서울대병원 전공의의 호소 "상황 악화책만 내놓는 정부 답답"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07.16 11:2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과 전공의들 교수에 서신 "전향적 변화 없으면 안 돌아간다"
"옳다고 생각하는 목소리 내며 당당히 행동에 책임질 것"

ⓒ의협신문
ⓒ의협신문

"각자도생과 개인주의적 신념이 팽배해지는 와중에도 내과에 지원해 준 예비 1년차 선생님들께 내과에 잘 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을 떠나지 않았기에 저희가(전공의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목소리를 내며 당당히 행동에 책임을 질 것이다."

정부가 하반기 전공의 결원 확정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15일, 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들은 같은 과 교수들에게 이같이 호소했다. 서울대병원 내과 의국 수석의 이름으로 내과 교수들에게 전달된 이메일은 16일 온라인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최후통첩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전공의들의 생각을 단편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다.

적어도 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들은 "정부와 병원에서 강제적으로 사직 처리를 하더라도 정부의 전향적 입장 변화 없이는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고 뜻을 모았다.

서울대병원은 지난주 전공의들에게 '15일 정오까지 복귀·사직 여부를 통보하지 않은 경우 일괄 사직 처리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낸 바 있다. 이 같은 메시지에 내부 교수들까지 나서서 반발하고 15일 정오가 지나서도 복귀 의사를 표시하는 전공의가 미미하자 답변 시점을 자정까지로 미뤘다.

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들은 6월 이후 사직 처리와 전공의 하반기 모집 공고는 '협박'이라고 비판하며, 현재 병원을 떠난 행동에 대해 온전히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가 내놓은 것은 전공의를 분열시켜 임시방편으로 의료 붕괴를 막고 과거의 낡은 병든 의료체계로 회귀하려는 수습용 계책"이라며 "2월 사직서를 6월에 처리하는 것은 법적 책임을 지기 싫다면 돌아오라는 1차 협박이나 다름없고, 가을 턴을 모집한다는 것은 기존 전공의에게 본인 자리를 뺏기기 싫다면 복귀하라는 2차 협박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성인으로서 우리가 져야 할 도의적 혹은 법적 책임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라며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저 비논리적이고 강압적인 처벌을 받고 싶지는 않다.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을 떠나지 않았기에 옳다고 생각하는 목소리를 내며 당당히 행동에 책임을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귀를 선택했을 때 돌아올 '당근'인 4개월간의 수련공백 인정, 졸국년차는 내년에 전문의를 차질 없이 딸 수 있다는 파격 혜택을 바라는 게 아니라는 것도 분명히 했다.

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들은 "소신 있는 의사가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현장 전문가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정치적 기구를, 지속가능성 있는 의료 시스템을 원한다"라며 "후배 의사에게 내과에 잘 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들도 2월에 사직서를 쓰고 병원을 떠날 때만 해도 이렇게 길어질 줄을 몰랐다.

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들은 "2월에 병원을 나올 때만 해도 3월 중에는 끝나지 않을까 싶었고, 3월이 지나면서는 늦어도 5월 말 전에 끝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7월이 됐다"고 털어놨다.

인턴 후 '내과'를 처음 선택했을 때만 해도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들때가 많았지만 '서울대병원' 내과 의사로서 자부심을 가져왔다고도 했다.

이들은 "점점 상태가 나빠져가는 환자를 어떻게든 붙들어 살려냈을 때의 안도감, 해냈다는 성취감, 환자와 보호자의 진심어린 감사가 지탱해줬다"라며 의국 생활이 몸은 힘들지만 정말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병원에 남아 있는 교수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는 소수일뿐 절대 그렇지 않다며 응원의 메시지도 보냈다. 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들은 "교수가 떠나면 환자는 정말로 희망을 잃는다. 그리고 정부 횡포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환자들이기에 (교수가) 괴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그럼에도 정부는 사태 해결책은 커녕 점점 더 상황을 악화시키는 방안만 내놓는 현실에 답답해 할 것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