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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4 15총선 특집]전공의가 본 의사의 정치세력화
시론 [4 15총선 특집]전공의가 본 의사의 정치세력화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4.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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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의약분업 투쟁 이후 의료현실 극복에 대한 무력감과 사회정치적 한계를 절감하게 된 의협은 2001년 11월 18일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개최하고, 이른바 의사의 정치세력화를 선언했다. 이후 2002년 지방선거와 제16대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여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적극 지지하였으나, 약 50여만표 차이로 노무현후보가 당선됐다.

당시로서는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여졌지만, 오늘날 중국의 문화혁명기를 연상케 하는 여론몰이식 군중정치의 소용돌이를 불러온 단초가 됐다. 그리고 그것은 자칭, 타칭 보수세력으로 치부되던 의사집단의 정치적 입지에 암울한 적신호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의협은 나름대로 올바른 의료정책 구현을 위해 노력해 왔으나 탄핵정국의 폭풍 속에서 제17대 국회의원 선거를 2주 정도 남겨놓은 오늘의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암담하고 험난할 것 같다. 의사출신 여당 지역구 후보는 물론 비례대표 후보자조차 한명도 없는 현실은 그러한 사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 열성적 지지자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으며, 우호적 공중파 홍보매체의 지원을 받는 대통령과 여당은 아쉽게도 의사들과 의협의 주장을 수구적 이익집단의 발악정도로 치부하고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다. 더욱더 불행한 것은 앞으로 남은 대통령 4년 임기동안 포퓰리즘과 영합한 일부 의료계의 이단아들을 더욱 중용하여 위험한 정책을 몰아 부칠 것이라는 사실이다.

너무 비관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 같지만 의협의 정치 세력화를 위해서는 현실을 한번은 짚어 보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늘어놓아 본 것이다.

그러면 참다운 의협의 정치세력화(정치세력화란 말은 별로 맘에 안 들지만)를 위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대외적으로 사회적 권위의 회복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철저히 학문 및 질병치료에 관한 권위를 말하것 이다.

반면에 의사는 보수적 기득권층이라는 국민의 인식을 깨뜨려야 하는데 이것은 철저한 생활인으로서의 생존권 투쟁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 두 가지 명제가 이율배반적인 것 같지만 이것은 모순이 아니며 진정한 정치세력화를 위해서는 전제되어야 한다.

덧붙여 의사의 입장이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 서서 정치세력화를 꾀해야 하는데 가능하다면 정치세력화라는 말 보다 '의사의 사회화' 같이 거부감을 줄이는 용어를 선택하는 것 등의 노력을 의미한다. 같은 주장이라도 철저히 정치적인 포장을 하여야 하는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 반감을 갖지 않는 표현으로 다듬어서 주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정치집단에 대한 실제적인 접근을 하여야 하는데 우호적 세력에 대한 후원은 공개적, 계획적, 지속적으로 집요하게 하여야 한다. 이러한 것을 위해서는 의료계내부에서 정책연구요원을 양성하는 것 이상의 비중으로 선진기법의 로비스트와 정책홍보요원을 길러내고, 전문 언론인을 발굴하여 지속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여야 한다.

향후 이러한 분야에 우리 전공의들도 관심을 기울이고 의협과의 협조로 인력 풀을 공급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공의협의회가 시도하는 전공의노동조합 건설 역시 의사들의 사회화와 정치화를 위한 학습의 장으로 의협의 정치세력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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