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산하단체 의견 수렴해 "조속한 철회" 요구
"전임교원 1000명 충원 계획 위한 독단적 허술 개정"
교육부가 의대 교수 채용 시 개원의 활동 경력을 교육 연구 실적으로 100% 인정한다는 정책을 내놓자, 의료계는 "의대 교육의 질 저하를 부를 것"이라며 조속한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교육부는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기관에서 의료인으로 근무한 경력은 100%로 인정해 인정 비율을 상향하고 대상 기관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대학교원 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산하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의대정원 증원에 따른 국립의대 전임교원 1000명 충원 계획만을 위한 독단적이고 허술한 졸속 개정에 불과하다"라며 "조속한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는 내용을 담아 교육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현행 대학교원 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사 이상 '교수ㆍ부교수ㆍ조교수(이하 교수 등)'는 연구 실적, 교육경력을 갖춘 사람만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수는 연구 교육 실적 10년, 부교수는 7년, 조교수는 4년 이상이 되면 교수 등으로 임용이 가능하다.
대학교원 자격 기준에는 연구 실적 환산율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데 지금도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적합한 산업체에서 전공학과 및 그에 관련되는 학과의 학문분야에 해당하는 직무에 종사한 경력은 70~100%라는 조항이 있다. 교육부는 여기에다 의료기관이나 시설에서 종사한 의료인 경력을 연구 실적으로 100% 인정해 준다는 조항을 신설하겠다는 것.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개정안 삭제 의견을 제시했다. 이미 70~100%까지 연구 실적 환산율을 적용받고 있는 데다 환산율 산출 기준은 학교장 재량에 따라 탄력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자율권을 주는 게 맞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역시 개정이 필요 없다고 했다. 대학교원 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 4조는 연구 실적 환산율에 관한 규정인데 의학교육평가원은 해당 규정은 의대 교수 역할 중 진료가 아닌 '연구'에 국한해야 한다고 했다.
의학교육평가원은 "의료기관이나 시설에서 근무한 진료 경력을 연구 실적으로 100% 인정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며 "의과대학 교수의 업적 평가시에도 연구와 진료 업적을 구분해 평가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또 "교원 채용은 대학의 자율에 속하는 사항으로 각 대학마다 인정하는 기관이나 경력 인정 기간 자체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사항"이라며 "교육부 장관이 지정하는 기관에서 근무한 경력을 100% 인정토록 규정으로 강제하는 것은 헌법 제31조 4항을 침해할 소지가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산하단체 의견을 종합해 의협 역시 규정 개정 반대 입장을 정리했다.
의협은 "급격히 늘어난 의대정원 확대로 필요한 교수 충원을 쉽게 확충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대학교수 채용 자격 기준을 없앤 것으로 무리하게 100% 연구실적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무계획적이고 비과학적인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국립의대 전임교원 1000명 충원 계획만을 위한 독단적이고 허술한 졸속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비과학적이고 무리한 의사인력의 양적 확대에만 주안점을 두어 추진한 의대증원 정책에 맞춰 시행한 것"이라며 "교육부의 개정안은 결국 의대교육 질 저하를 통한 부실 의대 양산을 부추겨 종국에는 국민 건강권과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근간을 무너지게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