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영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겸 부대변인
최근 <"영국선 전공의 시험 절반은 인성 검사…성적만큼 자질 봐야">라는 제하의 한 신문 기사가 크게 회자되었다.
기사는 제목을 비롯해 영국 의사 선발은 인성을 중심으로 뽑는다는 분위기로 작성되어 있다. 정말로 그럴까?
기사에 인용된 영국 'SJT(Situational Judgment Test)'는 상황판단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인성을 보는 것이 아니라 윤리(ethic)와 특정 상황에 놓였을 때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한지를 묻는 시험이다.
해당 사이트에 가면 예시 문항이 모두 업로드 되어있고, 그 뒤에는 정답까지 적혀있다. 실제 시험 문항을 살펴보자.
"자신의 업무 때문에 급한 경우가 아니면 도울 수 없음을 동료에게 설명한다." 정답은 YES.
어느 누가 보더라도 시험 대상자의 인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판단 능력을 평가하는 항목이다. 명확한 정답이 있고 그 정답의 근거가 있는 시험. 즉 '착한' 사람을 뽑는 시험이 아니라 '영리한' 사람을 뽑는 시험이다.
이런 형태의 인적성 검사는 우리나라 대학과 기업들도 채용 시에 많이 활용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을 인성이 좋은 사람을 뽑기 위한 검사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지식에 기반한 시험만으로는 평가하기 힘든 영역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다.
이것을 누가 인성이 훌륭한 사람을 뽑기 위한 시험이라고 생각할까? 적성고사가 무엇인지 몰라 진땀을 뺐던 과거 교육부 장관을 떠올리게 만드는 황당한 발상이다.
국내 의사 국가시험은 이보다 훨씬 발전된 형태인 'CPX(Clinical Performance Examination)' 시험을 치른다. 환자와 대면한 상황에서 환자의 감정과 상황까지 고려해 그 대처능력을 보는 일종의 모의 진료시험이다. 대면 진료 문항을 많게는 9개까지 본다.
의료 윤리에 관한 부분 역시 의과대학 선발 과정뿐 아니라 학부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평가하고 학습하게 된다.
기본적인 사실 확인을 해볼 생각이 없었던 것인지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보도를 통해 한국 의사들을 비방할 목적이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느 쪽이든 수준 미달의 기사임은 틀림이 없다.
이번 의료 사태를 통해 수많은 기사를 접했고 호의적인 기사도 악의적인 기사도 다수 있었다. 어느 쪽이든 기사를 쓰는 것은 기자와 언론의 자유에 따르는 것이고 이것을 존중하는 것 역시 의사들이 그렇게 부르짖는 전문성의 영역일 것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전문성을 존중받고 싶다면 최소한의 사실 확인이 기사 작성에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의사 역시 인성 이전에 최소한의 전문성을 평가받는 것이 기본이듯.
영국 의사들은 역대 최장기간 파업을 진행한 상태고 주기적으로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파업을 진행한다. 이것은 비난받을 사실도 아니며 그들이 인성교육과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해서 파업하는 것 역시 아니다.
근로자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우는 것 역시 지극히 정상적인 행위다. 이 사태에 비정상적인 것은 노동 3법과 기본권은 의사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고위 관료의 말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