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서 밝힌 의대 증원 '무리수' 교실 지을 땅도, 교수도 없다

청문회서 밝힌 의대 증원 '무리수' 교실 지을 땅도, 교수도 없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4.08.1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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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의대 교수' 배장환 청문회 출격 "있는 교수도 나갈 판에"
필수의학 강의를 200명이 동시에? "시민 대상 강의도 아니고"
9개 국립대, 의대 증원 필요 면적 20만 4477㎡…용지 확보도 안 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16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교육위원회 '의과대학 증원에 따른 의대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16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교육위원회 '의과대학 증원에 따른 의대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9개 국립대학에서 의대 증원으로 인해 필요하다고 적은 면적이 20만 4477㎡다. 전남대의 경우 학생 생활관을 건설하겠다면서 5800㎡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용지 자체가 확보돼 있지 않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의협신문

급격한 2000명 의대 증원 결정으로 인한 의학 교육 질 저하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의학 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물리적 여건조차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국회 청문회에서 나왔다.

의학 교육을 위한 시뮬레이션랩실, 술기실, 기본 강의실, 카데바 등 물리적인 교육 공간이나 교육 여건 자체가 증원 인원을 수용할 수 없을 거란 우려가 쏟아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교육위원회 '의과대학 증원에 따른 의대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의료 사태 여파로, 의대 재학생 1만 8217명 중 출석 학생은 495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내년부터 증원될 학생에 더해, 의대 정원 사태로 휴학했던 학생들이 대거 몰릴 수 있는 '의학 교육 대란'이 예고된 상황이다.

진선미 의원은 "9개 국립대학에서 의대 증원으로 인해 필요하다고 적은 면적이 20만 4477㎡다. 전남대의 경우 학생 생활관을 건설하겠다면서 5800㎡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용지 자체가 확보돼 있지 않다"며 "이 부분 역시 의대 정원 배정심사위원회에서 논의됐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 '의대 증원 급증' 예시인 충북대학교의 상황을 들어, 증원 논의부터 지적되고 있는 카데바·실습실 부족 현실에 대한 고증도 이어졌다. 청문회 참고인에는 고창섭 충북대학교 총장과 의대 증원 사태로, 공개 사직한 배장환 전 충북의대교수가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의원은 "보통 6∼8명이 진행하는 의대 해부학 실습이 증원 이후엔 30명씩 받아야할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인원으로 제대로 된 수업이 가능할 지를 물었다.

배장환 전 충북의대 심장내과 교수는 "해부학 실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뒤에 있는 학생들은 해부의 카데바가 어떤 건지 보이지도 않은 상황이 벌어진다. 6∼8명은 적정 수준이 아닌 최대 수용가능한 교육 수준"이라며 "교육부나 총장은 의예과 과정의 경우, 강의실을 증설하면 된다고 하지만 예과 과정은 학점의 3분의 2가 필수과목이다. 200명을 한꺼번에 강의실에 놓고 필수과목을 강의해야한다는 얘기"라며 "200명 강의는 일반 시민 대상 강의나 가능한 일"이라고도 지적했다.

배장환 전 충북의대 심장내과 교수는 16일 열린 청문회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의협신문
배장환 전 충북의대 심장내과 교수는 16일 열린 청문회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의협신문

정부가 공언한 '8월 내 국립대교수 1000명 증원 계획'이 허울뿐임도 짚었다. 계획안 외 아무것도 수립된 것이 없고, 1000명의 인원이 신규 인력이 아닌 기존 '기금 교수'를 전임의로 변경하는 '명칭 변경'에 그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배장환 전 교수는 "지금 있던 사람도 나갈 판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정부는 맨날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데 전체적으로 수천 명의 교수들을 확보해야 된다. 그 교수들이 지금 의대 교수들의 동의를 받지 못해서 나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부실한 의대 정원 확대 근거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배 교수는 "우리나라 인구 1만 명당 소아과 전문의는 OECD 평균보다 2.5배 이상 많다. 왜 그 전문의가 소아과를 계속하지 않고 있느냐 하는 문제를 두고 논의해야 한다. 인해전술로 의사를 늘리자라고 하는 것은 문제를 놔두고 문제를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방법이기에 반대하는 것"이라면서 "감원이건 증원이건 근거가 없기에 반대한다"는 소신을 거듭 밝혔다.

정부에는 "내년에 닥칠 의료대란에 대해 정말 나이브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내년에는 한국전쟁에서도 벌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 전문의가 1명도 없는 해가 나오고, 연차적으로 전임의가 없어진다. 교수요원도 나오지 않는다"며 "사태 누적을 그냥 희망을 갖고 설득을 하겠다 정도만 가지고 있다. 2000명 증원에 관한 의지의 3분의 1만 문제 해결의 의지를 가지면 뭔가 만들 것 같은데 2000명이란 숫자가 의료개혁을 완전히 잡아먹은 상태"라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 역시 "개혁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수용성이 있어야 되고 실현 가능성이 있어야 되는 거다. 교육부나 복지부는 청문회가 되서야 겨우 한두개의 자료를 보고 있다. 깜깜이 속에서 엄청난 제도 개혁이 추진됐다는 거다. 2000명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모든 조건들이나 모든 토론이나 이런 부분들을 다 짜 맞추기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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