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중증응급질환 진료 통계로 "응급실 붕괴 아냐" 재강조
이경원 공보이사 "중증환자 줄지 않는 현실…업무 강도 세져"
의료계에서 응급실 진료 붕괴와 중증응급진료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정부는 연일 문제가 없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 내에서는 응급실의 어려움은 수치화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3일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일일브리핑을 진행, 응급의료 현황을 밝혔다.
'후속진료 역량'을 전공의 지난 2월과 9월 현재를 비교해 설명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응급의료 붕괴에 이르는 상황은 아니다"라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지난 2월과 현재의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180개소 중 27종 중증응급질환별 진료 가능 기관을 비교한 결과, 진료 가능 의료기관이 감소했지만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과 함께다.
다만,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통계를 살펴보면 '안과적 응급 수술'과 '위장관 응급내시경(성인)', '산부인과 응급(부인과수술)' 등 일부 질환은 진료가능 의료기관 수 차이가 10개소가 넘는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통계'만을 가지고 응급실 운영 현황을 파악하는 정부의 행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응급실을 방문하는 중증환자 수가 평시도 같은 상황에서 더 적은 인원으로 응급실이 운영되는 실제 현장에서 중증환자 진료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
정부가 발표한 중증도별 응급실 내원환자 통계를 보더라도 KTAS 1~2 즉 '중증'으로 표시되는 환자 내원은 평시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보건복지부가 평시로 정한 2월 첫째주 KTAS 1~2 환자 수는 1469명이지만 8월 다섯째주는 1317명으로 크게 줄지 않았다. 중등증 환자인 KTAS 3 환자는 같은 기간 8138명에서 8139명으로 비슷한 수치를 보여준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하는 것은 정량적 통계"라고 꼬집으며 "응급의료 현장이 어려운 것은 다들 아는 문제가 아닌가. 정부도 오죽 급했으면 대책을 세번이나 냈겠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환자 숫자는 줄었지만 경증 환자가 줄었다. 다만 중증응급환자들은 줄지않고 일정하게 생기는데 응급의료 현장의 업무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며 "즉 중증 응급환자를 못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실제 현장을 알렸다.
배후진료 역량에 대해서도 언급한 이경원 공보이사는 "최종 치료하면서 큰 수술이 있거나 중증환자 입원, 특히 ICU 입원이나 수술에서 배후진료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해당 과 전공의가 없으니 역량이 많이 떨어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