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시론한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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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명덕 기자 mdcho@kma.org
  • 승인 2004.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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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배경

대한적십자사에서 부적격혈액이 공급돼 환자들이 감염됐다는 기사가 계속 보도되고 있다. 내용을 요약하면, 2000년 4월부터는 어느 시점에 헌혈된 혈액에 대한 검사가 '정상'이더라도 과거에 '비정상적'인 결과를 보인 적이 있으면 그 혈액은 폐기돼야 하는데 지난 수년간 이러한 혈액이 의료기관에 공급된 것이다.

규정을 지키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과거 검사결과의 조회를 위한 전산시스템이 예상보다 3년이나 늦게 구축됐기 때문이다. 2000년 4월부터 시작됐어야 할 과거 검사결과 조회가 2003년 5월 이후에야 가능하게 된 것이다.

과거 검사결과 조회의 이유

현재의 검사결과가 정상이더라도 과거에 비정상이었던 혈액을 폐기하기로 한 이유는 아무리 검사 방법이 개선되더라도 검출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에서 혈액내의 바이러스나 항체의 양이 계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으므로 헌혈한 시점에서 바이러스나 항체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극미량 존재해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정이다.

물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검사 오류에도 대비한 결정으로서 미국·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도입돼 있다.

실제적인 감염 현황

과거 검사결과 조회를 시작하기 전이나 그 이후에 우리나라에서 수혈 후 감염이 어느 정도 발생하는 지를 체계적으로 조사한 보고는 없다. 수혈 전후에 환자 혈액으로 바이러스나 항체 검사를 일률적으로 시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대적인 추적조사가 시행됐는데 지난 3년간 소위 '부적격 혈액'을 수혈 받은 2,550명의 병록지를 검토한 결과 수혈 후 검사가 시행됐던 환자 9명이 B형간염 항원 혹은 C형간염 항체가 양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할 점은 이 중에는 수혈 전에 이미 항원이나 항체가 양성인 사람도 포함돼 있다는 것과 수혈 후 검사가 시행된 시기도 들쑥날쑥해 수혈이 감염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반면 수혈 후 검사가 시행되지 않은 환자 중에 감염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하며 또한 지난 3년간 '적격혈액'을 수혈받은 사람들에게 감염이 발생되지 않았다는 증거도 없다. 초회 헌혈자의 경우 과거 기록이 없으므로 현재 검사 결과만으로 혈액은 공급된다. 흥미로운 것은 초회 헌혈자의 감염 양성률이 반복 헌혈자에 비해 높다는 것이다. 단체 헌혈에는 특히 초회 헌혈자가 많이 포함된다.

환자의 질문에 대해

수혈사고의 우려에 대해 뭔가 설명을 해 주어야 하는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혈액이 과거보다 더 위험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혈액의 안전성은 점점 높아지지만 아직 완벽하게 감염을 예방할 수 없을 뿐이다. 현재는 과거 검사결과 조회가 완벽하게 이루어 지고 있으므로 굳이 확률로 표현한다면 수혈로 인해 AIDS에 감염될 가능성은 수십만분의 1이하, B형 혹은 C형간염 역시 수만분의 1정도로 추정된다.

다행히 일련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아직 환자들이 수혈에 대해 불필요한 과잉반응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엉뚱하게 헌혈이 감소돼 정작 수혈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대책

혈액관리법과 관련 규정들은 선진형으로서 완벽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규정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기능이 거의 없는 것이 문제이다. 사고가 난 후 그제서야 문제점이 드러나고 그때마다 미봉책 남발되는 실정이다. 실제로 혈액원과 의료기관 혈액은행을 직접 방문해 평가하는 인증시스템의 구축이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이 될 것이다.

수혈사고는 빙산의 일각이며 실제적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오류들이 그 안에 잠재해 있다. 혈액원이나 의료기관에서 이러한 실수나 오류를 감추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언론이나 정부가 발전적·학술적인 목적으로 치부를 드러낼 경우 얼마나 보호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정부의 확고한 의지 하에 현재 무슨 문제점을 파악하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리 예측,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이는 현행법상 혈액관리의 책임을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확고한 책임의식을 필요로 한다.

혈액 뿐 아니라 장기·조직·제대혈 관리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할 수 있으며 기증자·수혜자가 있고, 엄격한 관리를 필요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므로 부서별로 분산돼 있는 업무를 하나로 통합·운영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시작이 될 것이다.

한규섭(서울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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