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전공의 구속 충격 "정부 방패막이 삼지말라"

의료계, 전공의 구속 충격 "정부 방패막이 삼지말라"

  • 고신정·박양명·박승민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4.09.2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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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전남·전북·경북 등 지역의사회 잇따라 성명 "과도한 조치" 비판
구속결정 철회·석방 요구도...의대생 학부모도 한목소리로 유감 표명

ⓒ의협신문
ⓒ의협신문

병원 복귀 전공의 명단을 작성·유포한 혐의 수사를 받아왔던 사직 전공의가 구속되면서, 의료계가 충격에 빠졌다. 이른바 '의사 블랙리스트' 작성·게시 혐의로 구속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0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사직 전공의 A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현재 서울 성북경찰서 유치장에 수감 중이다. 

사직 전공의 구속 소식에 의료계는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이미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인신구속까지 결정한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과 함께, 정부가 일부 의사의 일탈을 이용해 의료계에 의료대란의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도의사회는 앞다투어 입장문을 내어 한목소리로 정부와 사법부를 규탄하고, 부당한 구속결정 철회 및 전공의 석방 등을 요구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21일 성명을 내어 "이번 구속의 원인은 정부가 6개월여에 걸쳐 공권력을 동원해 전공의와 의대생에 초법적 조치를 밀어붙인 결과"라며 "정부는 독재 정권 때처럼 공안 정국을 펼치는 것도 모자라 정부의 실정으로 사지에 몰린 개인의 행위를 두고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이 전공의에게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공의 구속 결정에 강하게 유감의 뜻을 표시한 서울시의사회는 "본질을 호도하는 강압적인 권력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라남도의사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어 "이번 사건은 의사들 사이의 의견 차이와 의정 갈등 상황에서 발생한 일로, 전공의 구속조치는 과도하고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구속은 최후의 수단으로, 단순히 증거인멸의 우려만으로 이를 결정한 것은 인권침해와 과잉금지 원칙 위반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법치 국가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한 전남의사회는 "단순한 혐의만으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속을 남용하는 것은 법적 절차의 공정성과 인권 보호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가 의정대화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냈다.

전남의사회는 "전공의가 구속되는 비극적인 사태에 직면해 의료인의 헌신과 희생이 더 이상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에 깊은 절망을 느낀다"며 "강압적인 수단보다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의사들을 겁박하는 무리한 구속수사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전라북도의사회는 구속된 사직 전공의의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전북의사회는 "정부는 의료계 목소리를 억압하고 개인적요 의견 표출을 이유로 사직 전공의를 구속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명백한 표현의 자유 침해이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구속은 법률이 정한 과잉 금지 원칙을 위반한 공권력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노력해 온 의사 명단을 공개하는 행위를 범죄로 몰아가는 공안 통치의 전형"이라고 규정한 전북의사회는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이고, 정부 무능함을 은폐하려는 시도"라고 꼬집었다.

경상북도의사회는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하려면 경찰 조사 전 게시된 당사자의 신고가 우선돼야 했으며 신고자가 먼저 불안감과 공포심을 호소했어야 한다"라고 지적하며 "일반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폐쇄된 내부 정보를 입수해 기사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스토킹 처벌법으로 수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이번 조치의 허점을 짚었다.

의대생 학부모들도 강한 유감을 표했다. 정부가 의료사태의 책임을 젊은 전공의들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다. 

전국의대학부모연합은 21일 입장문을 내어 "무엇이 옳고 그름인지를 따지기 전에 왜 그들이 일터를 뛰쳐나갈 수 밖에 없었는지, 왜 그들이 꿈을 버리고 사직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는지 물어봐 주는 어른이 없다"고 개탄하며 "한 줌의 권력으로 젊은 전공의들을 악마화 시키는데 앞장섰던 위정자들이, 이제 그들을 책임회피를 위한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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