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하는, 정신병 있는' 의사는 위험해? "그 생각이 더 위험"

'마약하는, 정신병 있는' 의사는 위험해? "그 생각이 더 위험"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4.11.1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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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 대상 되면 치료 기피 필연적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복지부 "구체적 기준 미비 공감…의료계 판단 바탕된 개선 필요"

양용준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정책이사, 민양기 대한신경과학회 부이사장 ⓒ의협신문
양용준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정책이사, 민양기 대한신경과학회 부이사장 ⓒ의협신문

마약류 중독, 정신질환 의료인의 진료가 심각한 문제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행 의료법에서 의료인 결격사유로 '정신질환자'를 포괄적으로 분류한 부분 역시 개선돼야 한다는 제언도 함께 나왔다.

양용준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정책이사는 14일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과 대한의사협회가 공동 주최한 '의사 면허관리 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 연자로 참석해 "정신질환 및 마약류 중독 의료인을 범법자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의료인, 한해 평균 6228명'

최근 다수 언론의 헤드라인이 정신질환 의료인의 진료 사실로 채워졌다. 해당 자료는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지난 9월 보도자료를 통해 배포한 것으로, 정신질환 의사가 연평균 2799만건의 진료와 수술을 하는 일을 사회적 문제인듯 다뤘다.

대한조현병학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당시 성명을 통해 "단순히 진단을 근거로 의료인의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낙인"이라고 비판하면서 "자발적 치료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질병분류에 따라, 진단코드에 F가 붙으면 정신질환이 있는 것으로 분류가 된다. 주요 스트레스에 의한 적응 문제건 불면으로 소량의 약을 투여받았건 모두 포함된다는 얘기다. 

양용준 이사는 "비난의 대상이 되면 정신과 진료를 기피하게 된다. 면허는 밥줄이 걸린 문제니 더더욱 숨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제 학술지 '메이요클리닉'에서는 2014년 의사 582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치료 추구 태도'와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를 다뤘는데 40%의 의사가 "의료면허에 대한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정신 건강 상태를 치료하기 위해 공식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기를 꺼릴 것"이라고 보고했다.

의사들의 치료 회피는 자살과 같은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의료 과실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미국의학협회는 이러한 부작용을 우려, 의사면허를 관리하는 주의료위원회에 면허 신청과정에서 과거 정신 건강 문제와 치료 기록에 대해 묻지 않을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과거 정신병력이나 약물 남용치료보다, 현재 장애 여부에만 초점을 두자는 권고다.

양 이사는 "제 환자 중에서도 조현병 환자인 의사분이 있었다. 치료를 잘 했고, 진단을 받지 않은 분들보다 더 건강한 생활을 한다. 강박 성향이 있어, 환자를 아주 꼼꼼히 보기도 한다"며 "현실 판단의 어려움이나 자·타해 위험, 인지 기능 장애는 단순히 진단명 자체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민양기 대한신경과학회 부이사장은 지정토론자로 참석해 "마약중독자도 진료를 봐도 된다"고 밝혔다. 마약과 마약류의 혼란, 중독의 광범위한 개념 등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예를 들어 졸피뎀을 매일 먹는 것은 약물 의존성이 있는 것이고, 이는 넓은 의미의 중독에 해당할 수 있다. 암에 걸린 의사가 마약류를 과량으로 사용해야할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민양기 부이사장은 "오·남용에 대한 정의에 대해 식약처는 설명서대로 쓰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졸피뎀 2알을 매일 먹는 사람은 식약처 기준으로 마약류 오남용자이지만 의사 입장에선 그냥 불면증 환자일뿐"이라며 "같이 기준에 따라 오용과 남용을 구분하고, 마약중독을 구분할 순 없다. 결국엔 전문가들이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법에서 결격사유로 '정신질환자'를 두고, 전문의가 의료인으로서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예외로 하고 있는데, 이 역시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김장한 대한의료법학회장은 "F코드만을 기준으로, 진료가 2500만건이라는 발표를 진행한 국회의원이나 이를 그대로 기사화한 분들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는게 의아하다"며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의료법 결격사유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 의료계의 판단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정신질환자·중독자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다. 불비하기 때문에 집행에서도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신질환이 있는 의료인분들이 결격사유로 분류돼 있어, 이 부분에 대해 진료를 기피할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제가 아는 한 해당 결격사유로 면허가 취소된 건은 단 1건이다. 이 마저도 자진신고에 따른 것이었다"고 전했다.

"정신질환자부분에서, 일시적 중독됐다가 개선될 수도 있는 등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판단은 의료인이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는 데 공감한다. 의료계 협조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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