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작성 전공의는 왜 스토킹 범죄로 기소됐나?

블랙리스트 작성 전공의는 왜 스토킹 범죄로 기소됐나?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4.11.2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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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22일 블랙리스트 전공의 첫 공판…12월 13일 속행
검사 측 "온라인상 개인정보 유포, 스토킹 범죄 행위에 해당해"

ⓒ의협<span class='searchWord'>신문</span>
ⓒ의협신문

'감사한 의사 리스트', 일명 블랙리스트 명단 유포자로 특정된 전공의의 첫 공판이 진행된 가운데 온라인상에서 명단 유포 행위가 스토킹 범죄 요건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2일 오전 10시 30분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전공의 A씨를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의 신상정보를 담은 명단을 만든 뒤 메디스테프와 텔레그램 등 커뮤니티와 온라인에 게시한 혐의로 구속한 바 있다.

이날 재판에서 검사 측은 "의료계의 집단 행위에 동참하지 않은 전공의나 의대생 등의 명단을 총 26회에 걸쳐 온라인에 게시하면서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 반복적으로 피해자들의 개인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 게시 또는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단은 마치 피해자들을 위하거나 사직한 전공의를 지원하기 위한 것처럼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의사 등을 비난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됐다"며 "게시글에는 피해자들을 조롱하고 집단 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경우 곧바로 명단에 추가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됐으며, 피고인이 작성한 게시글에 달린 피해자들을 비난·조롱하는 댓글을 통해서도 명단 게시가 온라인 좌표 찍기의 성격임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난 2023년 온라인 스토킹에 대한 처벌 근거 규정이 개정된 점을 짚은 검사 측은 "기존의 제정법이 여러 형태의 온라인 스토킹을 포섭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처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상대방의 개인 정보 등을 제3자에게 제공, 배포, 게시하는 등의 행위를 추가하는 개정법이 마련됐다"며 "개정법이 기존의 처벌에 공백이 있었다는 반성적 고려하에 처벌 대상으로 새로 도입한 제3자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온라인 스토킹에 (이번 사안이)정확하게 해당된다"고 꼬집었다.

검사의 공소사실에 대해 변호인 측은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스토킹 범죄를 구성하지는 않아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변호인 측은 "객관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고 발생한 피해자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그러나 피고인의 행위가 스토킹 범죄로 평가되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스토킹 범죄에서 규율된 범죄 행위가 ▲상대방 의사에 반할 것 ▲특정 행위를 통해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유발할 것 ▲지속성·반복성을 갖출 것 등이지만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변호인 측은 "공소장에 기재된 피해자는 1100명이지만 개인정보 게시 행위가 1회 도는 2회에 그치고 3회에 걸친 피해자도 44명에 불과하다. 개인정보 공개 행위가 지속적, 반복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상대방의 의사에 반할 것 또는 불안감·공포심 유발 요건에 관해서도 수사기관에서 1100명 중 30명 정도의 진술을 확보했지만 일부만이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불안감, 공포심 등의 압박을 겪었다고 진술했고, 나머지는 단순한 불쾌감 정도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중 일부가 명단 게시행위가 자신의 의사에 반하지 않고 그로써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느끼지 않았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한 것도 언급했다.

변호인 측은 "검사에 의해서 피해자로 지목된 사람 중에 일부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는 사정을 참작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에서 피고인의 보석 결정 여부를 다루기도 했다. 

검사 측은 피고인의 보석 결정 여부에서도 '기각'해달라고 의견을 냈으며, 변호인 측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스토킹 범죄와 너무나 다른 사건"이라며 "피고인이 명단을 게시한 행위 외에는 피해자들에게 어떠한 해를 가하는 행위를 한 바 없고 또 같은 동료인 의사에게 피고인이 해를 가할 행위를 할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피고인은 "구속 중이다보니 증거 기록을 확인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다"며 "방어권을 행사하는데 많은 제한이 있다. 보석을 허가해준다면 성실해 재판에 출석하도록 하겠다"고 발언했다.

재판부는 오는 12월 13일에 속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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