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지원…세포치료제 타 병원 무상 공급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소아청소년 치료…조혈모세포이식 대체 연구 진행
서울대학교병원이 자제 개발·생산한 4세대 세포치료제 CAR-T로 기존 항암제 재발·불응 등으로 인해 조혈모세포이식이 필요한 고위험군 소아청소년 급성림프모구백혈병(ALL)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소아암 중 가장 흔한 형태로 국내에서 매년 약 200명이 신규 발생하고 있다. 기존 항암치료로 생존율이 향상됐지만, 재발하거나 치료에 반응하지 않은 고위험 환자의 생존율은 10∼30%로 낮다. 고위험 환자들은 조혈모세포이식 치료를 받아야 한다. 조혈모세포이식은 고용량 항암제 또는 전신 방사선치료 후 건강한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를 투여하는 치료법. 기존 항암치료에 비해 성적은 좋지만, 미세잔존백혈병 양성 상태에서 이식하면 재발 위험이 높고, 치료 자체의 독성으로 인해 폐기능 저하·영구 탈모·영구 불임 등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CAR-T 치료는 환자의 면역세포(T세포)를 유전자조작을 통해 암 세포만 인식하고,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세포치료제다. 정상 세포처럼 위장하거나 공격을 회피하는 면역 회피 암 세포도 찾아내 공격할 수 있다. 특히 재발성·불응성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CAR-T 치료 시 생존율을 약 60%로 향상시키는 효과를 입증했다.
미국 FDA는 6개의 세포 치료제를 허가했다. 지금까지 CAR-T 치료를 받으려면 환자의 혈액을 외국으로 보내 유전자조작 면허세포를 만든 뒤 다시 한국으로 공수해 치료했다.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높은 비용도 감당해야 했다.
서울대병원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GMP 시설을 활용, 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치료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2022년 4월 조혈모세포이식이 필요한 소아청소년 환자에게 CAR-T 투여 임상연구를 시작했다.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기부금 지원이 시작된 올해 4월부터는 투여 환자를 확대했다. 현재까지 기부금으로 CAR-T 치료를 받은 8명은 특별한 합병증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 등 주요 병원과 협력, CAR-T 치료 다기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약 50여 명의 환자에게 자체 생산한 CAR-T 치료제를 공급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은 CAR-T 치료제 개발과 생산에 머물지 않고 국내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 활성화를 통해 향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강현진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 소아암사업부장(서울의대 교수·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조혈모세포이식은 재발 위험이 아주 높은 백혈병 환자들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치료법이지만, 아직까지 치료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고,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임상연구를 통해 CAR-T를 먼저 투여해 백혈병 세포를 완전히 없앤 뒤 조혈모세포이식을 진행함으로써 치료 성적을 향상시켜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강현진 부장은 "이번 CAR-T 치료로 이식을 대체해 환자들이 평생 큰 합병증 없이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면서 "고 이건희 회장의 기부금으로 많은 환자들이 CAR-T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