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목적으로 등장한 의대정원, 정치적으로 풀어야"

"정치적 목적으로 등장한 의대정원, 정치적으로 풀어야"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5.0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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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 보건의료정책 '연구' 조직 대표가 말하는 현안 해결책은?
윤용선 바른의료연구소장 "의료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 모든 문제 근원"

윤용선 바른의료연구소장 ⓒ의협신문
윤용선 바른의료연구소장 ⓒ의협신문

의료계 재야에는 보건의료정책을 선제적으로 만들고 근거를 생산하기 위한 전문 조직이 있다. 그 주인공 바른의료연구소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연쇄 사망사건을 심층 분석해 사건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파헤쳤고, 연구소의 주요 발표는 의료진의 무죄 입증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방자치단체의 한방난임사업의 문제점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사회적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의료계 현안이 있으면 끈질기게 파고드는 바른의료연구소는 올해 8년째를 맞았고, 윤용선 바른의료연구소장은 4대 소장으로서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26일 [의협신문]과 만난 윤용선 소장은 의료 영역의 고유성을 인정하지 않는 왜곡된 시각에서 현재의 모든 문제가 출발했다고 진단했다.

윤 소장은 "작년부터 의료계 가장 큰 현안은 의대정원 증원,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인데 정부와 정치권이 의료계를 보는 시각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등장한 것"이라며 "정부는 의료계를 정책을 만드는 파트너가 아니라 정책을 실행하면 따라와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 자체의 고유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왜곡된 시각에서 모든 게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곡의 근본적 원인은 한마디로 표 때문에 그렇다"라며 "의사를 공격하고 개혁하는 게 근본적으로 표가 된다고 생각하는 '표플리즘'이라는 잘못된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인식은 결국 최근 한의계의 영역 확대 움직임에서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윤 소장은 "한의학은 객관적으로 증명이 안됐지만 첩약 급여화 등 건강보험에서 인정해 주고 있다"라며 "의료행위에 대해 엄격하게 평가하듯이 한방의료행위도 위험성에 대해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사실 한의계가 법원 판단 등을 내세우며 영역 확대를 주장하는 것을 보며 학문적 자존심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6년 동안 배우고 수련한 학문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발전시켜야 하는데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고집하는 자체가 창피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의료계와 한의계를 대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보면서 이제는 객관적 근거나 논거를 갖고 이들을 설득할 수 없다"라며 "대화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의료계 의견을 주장하든지, 정치권과 정부가 개혁되든지 크게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최대 현안 의정 갈등, 해법 없을까

의료계 최대 현안인 의대정원 2000명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의 해결책에 대해서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나온 정책인 만큼 정치적으로 풀 수밖에 없다"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놨다.

윤 소장은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입장이 필요하다"라며 "정치가 개입돼 있기 때문에 정치권과 유연성 있게 계속 대화를 하면서 의료계 원칙을 끝까지 지켜나가야 한다는 명제는 지키면서 내부적으로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 사안의 핵심적인 당사자는 의대생과 전공의다. 이들의 이야기를 가장 잘 들어주고 그들의 의견을 담보했기 때문에 현 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출범했다고 본다"라며 "당사자인 의대생과 전공의 이야기를 최대한 들어보고 내부적인 합의점이 있는지 도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도 꼭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하며 현재 상황에서 내년 의대정원을 3058명으로 동결하는 것만으로는 의료계, 나아가 의대생과 전공의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윤 소장은 "의대 정원 3058명 동결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에서 정부가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정도의 의미는 있겠다"라면서도 "의료개혁특위를 해체하고 필수의료패키지를 원점에서 재논의한다든지, 책임자 문책과 사과가 필요하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복귀하는 데이는 굉장히 큰 명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의료계에는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근거를 생산해 내는 기관이 대표적으로 두 곳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이고, 바른의료정책연구소도 그중 하나다. 윤 소장은 보다 심도 있는 보건의료정책을 생산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의료계 내부의 수용성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의대정원 문제 관련해서도 나름 순발력을 갖고 분석해서 반대 논리를 만들어 발표하는 등 꾸준히 활동했지만 의료계 내외부에서 수용성이 떨어지고, 휘발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임의단체라는 한계"라고 봤다. 

그러면서 "의사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최대한 빠르게 옳은 방향의 목소리를 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의료계 안에서 하나로 뭉쳐지지 못하는 의견을 하나로 묶어내고 앞으로 정책화가 되기 위한 원자료(raw data)를 제공할 것"이라며 "보다 순발력 있는 새로운 정책, 사회적 수용성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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