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의 쓴소리 "대정부 투쟁 이제 의미 없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의 쓴소리 "대정부 투쟁 이제 의미 없다"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5.02.2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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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연구원 포럼에서 의사수 추계 연구 두 편 공개
이덕환 교수 "대국민 설득 작업 집중할 때" 제언

ⓒ의협신문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은 27일 의협 회관에서 의료정책포럼을 열었다. ⓒ의협신문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은 이제 의미 없다. 그동안 소홀히 해왔던 대국민 설득 작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 과학커뮤니케이션)는 27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의사 인력 수급 전망'을 주제로 연 의료정책포럼에서 대국민 설득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화학자이면서 과학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이덕환 교수는 의사수 추계를 '과학'이라고 포장하지 않아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 교수는 "의사인력 추계는 과학적일 수 없다"고 단언하며 "과학의 방법론을 차용하는 것이지 의사수 추계 자체가 과학적일 수는 없다. 추계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가를 판단해서 평가하는 것으로 과학을 강조한다고 해서 추계가 설득력을 획득하는 게 아니다"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두 편의 의사수 추계 논문이 재차 공개됐다. 하나는 의료정책연구원이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의사수 추계로 의사의 근무일수를 최대 289.5일로 설정한 게 특색이다. 정부가 정책 추진에 인용한 연구에서 240~265일 정도를 적용한 것보다 한 달여가 더 많다. 의사 근무일수를 289.5일로 설정했을 때 기존 의대 정원인 3058명을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의사 수는 당장 올해부터 '과잉'으로 나타났다. 

다른 하나는 홍윤철 서울의대 교수의 논문이다. 홍 교수는 정부가 의사수 증원 정책에 근거로 사용한 세 편의 보고서 저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는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가 제공해준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한 번 더 의사수를 추계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노인주치의제, 가치기반 네트워크의료 시범사업 등의 제도를 도입한다면 길게는 2070년까지도 의사가 부족하지 않게 되고, 오히려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홍 교수는 의대정원을 늘리다가 특정 시기를 기점으로 3%씩 정원을 감소토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더했다.

이덕환 교수는 "이제서야 의사수 추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게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추계는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기술발전 가능성, 미래 경제적 상황 때문에 불확실성이 큰데 어떻게 포장해서 설득력을 갖게 하느냐가 핵심이다. 그 부분에 대한 노력이 아직도 더 많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치료할 때 쓰는 게 과학이지 의사 숫자를 추정하는 데는 과학이 필요한 게 아니다"라며 "수식을 사용하면 과학적이라고 착각하고 있는데 수식 안에는 온갖 다양한 요소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모자란 추계도 만들 수 있고 남아도는 추계도 만들 수 있다"고 짚었다.

ⓒ의협신문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의협신문

현재 의료계가 교육부에 요구하고 있는 의학교육 '마스터플랜'은 의료계가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덕환 교수는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은 이제 의미 없다"라며 "의학교육 내용은 의대 교수들이 책임질 일이지 교육부 장관이 책임질 일이 전혀 아니다. 장관한테 의대교육 마스터플랜을 내놓으라고 하면 내놓을 게 없다"고 꼬집었다. "마스터플랜은 의대 교수한테 의미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제 의료계는 대국민 설득 작업에 투자를 해야 할 때라고 직언했다. 정부가 쓰고 있는 파업, 복귀, 낙수효과, 특례라는 단어 사용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전공의는 사직을 하고 떠났기 때문에 복귀를 할 곳이 없다. 재임용이라고 표현해야 한다"라며 "복귀라고 하면 지난 1년 동안 젊은의사들이 미래를 포기하고 저항하면서 사직을 했던 가치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복귀를 촉구하는 게 아니라 '재임용'을 촉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민에게 지금 의료 현실을 정확하게 알려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고 싶다"라며 "희망고문을 멈춰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의대도, 의료현장도 정상화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 교육도, 의료현장도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라며 "올해부터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명심하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 됐다. 의학 교육이 무너졌기 때문에 앞으로 병원을 가도 제대로 치료를 못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지난 1년 동안 본 의료계는 이기적이고 폐쇄적이었다"라며 "돌팔이 처방에 대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주고 의학교육은 상당한 수준을 훼손됐고, 의료 현장도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국민에게 인식시켜 대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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