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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0 06:00 (토)
한권의 책 장충현

한권의 책 장충현

  • 김영숙 기자 kimys@kma.org
  • 승인 2004.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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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경남 밀양 출생에서 출생해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됐으며, 1988년 8.15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해 89년부터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에 재직하고 있는 신영복 교수의 편지글이다.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징역을 살면서 부모님과 제수, 형수에게 보낸 편지들을 모은 것이다.

갇혀 있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그의 글은 가장 고통스러운 속에서 나오는 평화의 메시지로서, 인간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조용한 호소력이 있다. 예를 들면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도 자는 토끼를 깨어서 같이 가는 것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그의 고운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내용 중에 남아 있는 몇 구절은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 입니다." "나무의 나이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일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훨씬 단단하다는 사실입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임을 모르지 않습니다만, 빈손으로 앉아 다만 귀를 크게 갖는다는 것이 과연 비를 함께 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에게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등이 있다.

이 책을 글을 읽으면서 묶인 20년의 세월을 감옥 안에서 높은 담을 넘는 그의 사색은 자유로운 비상의 날개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글을 읽으면 세상에서 살고 있는 내가 그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담에 쌓여서 징역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가끔 갑갑하고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읽어 보고는 한다.
올해는 다행스럽게도 친한 후학으로 부터 작가의 서화달력을 선물 받아서 그의 글들이 더욱 가까이에서 나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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