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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9 15:39 (금)
시론 17대 국회에 바란다

시론 17대 국회에 바란다

  • 김인혜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4.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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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대 국회에는 정말 실망이 많았다. 시급한 민생 법안들이 탄핵 정국이라는 그들만의 리그로 인하여 빛도 보지 못하고 들러리를 지루하게 섰다. 협회에서 제출한 의료법 개정안도 국회의 입법조사관들이 필요한 입법안이라는 의견을 제출하였음에도 뚜껑도 열어보지 못한 채 사장되었다. 어려운 살림에 자영업을 하는 회원의 입장에서는 그 동안 국회 의원 먹여 살리러 보낸 세금이 아까울 것이다.

법을 잘 지키라고 하기 이전에 법을 잘 만들고 필요하면 적시에 가다듬을 수 있어야 진정한 법치국가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의료 관련 법령. 너무 어렵다. 내용이나 체계도 어렵고, 누더기 뗌빵 법이라 연혁을 모르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변호사들도 의료법을 잘 이해하지 못하여 의료법 조문 해석에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들 한다.

이러니 어떤 의사가 법원이나 검찰에서 '법을 몰라 그랬다'라고 말하는 것을 탓할 수 있겠는가. '법의 무지는 용서받지 못한다'라고 하지만 상식적인 법에서나 그런 말이 통하지, 의료법같이 난해한 법에서는 '법을 몰랐다'는 것이 어디 의사만의 탓일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에 제정된 의료관련법령도 있지만 아직 우리 의료관련 법령의 기본법은 의료법이다. 의료에 관한 국민의 정서나 의료인 자체의 태도가 21세기를 달리고 있는데 우리 의료법은 70년대 포니 플랫폼에 보기 어색한 자동 접이 사이드 미러와 속도 위반 감지기를 단 형국이다.

의료인은 고도의 전문기술과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전문가이다. 전문가와 관련된 사항들을 규율하는 법은 최대한 전문가로서 자율성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처벌 규정도 전문가로서 최소한 지켜야할 양심을 져버린 행동에 대한 규율을 그 내용으로 하면 된다. 규율도 일차적으로 전문가 단체로 하여금 그 해결을 하도록 하고 그 이상의 경우에는 국가가 관여하게 하는 것이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선진 법규의 내용이다.

국가가 개입하더라도 형법을 이용하는 원론적인 측면에서 해결하도록 하여야지 더 가중 처벌한다고 불필요한 형사처벌규정을 의료법에 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의원 내에서 환자 등이 폭력을 행사하여 의사를 위협하는 경우 가중처벌 하자는 의료계의 논의에 대하여 현행 형법에서 해결 가능하니 의료법상 가중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것은 필요가 없다고 하는 논리를 역으로 보면 같은 맥락이다.

더불어 의료의 실현과 관련된 부분은 의료에 대한 장기적인 발전방향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한 법규의 형식 때문에 의료인과 국민들이 권리와 자유가 침해되지 아니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풀어나가는 것도 전향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이제 신록의 5월이 시작되고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었다. 의료법 개정 논의가 여러 곳에서 시작되고 있는데 새 국회에서는 의료에 관한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의료법의 새로운 구상이 국회의원들의 머리 속에도 자리잡아 싹트기 바란다.

김선욱 법제이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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