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의료현장 폭력추방운동이 나아가야할 방향
시론 의료현장 폭력추방운동이 나아가야할 방향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4.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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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과학이 발달한 만큼 폭력의 강도와 영향력이 커지고 있으며, 크게는 전쟁부터 작게는 개개인의 사소한 폭력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위로는 입법부인 국회부터 시작해 가장 보호받아야할 학생들 사이에까지, 더 나아가 한 사회의 문화적 총체를 가늠할 수 있는 영화·연극에까지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대중매체를 통해 크고 작은 폭력사건이 하루도 빠짐없이 보도돼 이제는 폭력에 대한 역치가 높아져 불감증에 다다를 지경이다.

이에 월요의료포럼에서는 폭력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질환에 대한 치료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일상화된 폭력을 추방하는 것이 사회 구성원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안녕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라는 공감대를 갖게 됐다. 따라서 폭력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 걸음으로 의료계부터 솔선수범해 의사간 폭언과 폭행을 근절하자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

의사사회 내에 '수련'이라는 미명하에 폭언과 폭행이 자행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다른 사회와 마찬가지로 주로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폭력을 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의대에서는 상급생이 하급생에게, 전공의 사이에서는 윗년차가 아래연차에게, 교수가 전공의에게 각각 폭언과 폭행을 행하고 있다.

최근 월요의료포럼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15~30%가 폭행당한 경험이 있으며 가해자의 대부분이 선배의사로 나타난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수련기간 중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전공의에게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폭언과 폭행이 정당화되는 면도 없지 않아 있다.그러나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부터 수련기간에 올바른 교육보다는 폭언과 폭행을 먼저 경험하게 된다면 제대로된 의술을 펼칠 수 있을까.

폭언이나 폭행이 진정한 교육(학습)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가 폭언과 폭행에 익숙해져 가해자가 되는 것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확실히 밝혀졌다. 이는 수련기간 중 폭언과 폭행을 경험했던 교육자가 수련받는 전공의에게 폭언과 폭행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러한 악순환이 지속되지 않고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과거에 폭언과 폭행을 당했으나 새로운 가해자가 되지않은 교육자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지난 4월 28일 열린 '범사회적 폭력추방을 위한 워크샵'을 통해 의사사회 내에 폭언과 폭행을 추방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이를 적용시키는 일만 남았다.

먼저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각 사례에 따른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 나간다면 빠른 시일 내에 의료계 내의 폭언과 폭행은 사라질 것이다.

또한 의료계 내의 폭력추방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폭력추방 운동을 시작하게된 배경이 우리사회의 폭력을 근절해 모든 국민의 건강과 안녕을 도모하자는 목적이 있었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 폭력, 가정 폭력, 아동학대 등 사회 전반에 걸친 폭력문제에 관심을 갖고, 우리보다 먼저 이러한 폭력의 심각성을 깨닫고 활동하고 있는 여러 단체와 협력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이일이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이미정(단국대학교병원 소아과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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