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20:40 (금)
한권의 책 홍지헌
한권의 책 홍지헌
  • 김영숙 기자 kimys@kma.org
  • 승인 2004.06.21 00: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도 한 삼십 년쯤 바라보아야 산이다/ 물도 한 삼십 년쯤 바라보아야 물이다/ 내가 누우면 산도 따라 나처럼 눕고/ 내가 걸어가면 물도 나처럼 흐른다/ 내가 잠이 들면 산도 자고/ 내가 깨어나면 물도 깨어난다/ 내가/ 세상이 적막해서 울면/ 저 산 저 물도 괴로워서 운다./

폭넓은 독서를 하지 못한 내가 책 소개 원고를 쓰는 것은 여간 쑥스러운 일이 아니다. 소개할 책이 다른 독자들의 취향에 맞을 지 알 수도 없거니와, 누구나 인정하는 고전같이 품격 높은 책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30년 가까이 시집을 읽어 온 습관에 기대어, 쑥스러우면서도 감히 책 소개를 할 용기를 내 본다. 위에 인용한 시는 김용택 시인의 '저 산 저물' 전문이다. 산을 보든, 물을 보든, 시집을 보는, 30년 가까이 보면 친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인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고등학교 시절이나 예과 시절에 좋아했던 시인 중에 지금도 좋아하는 시인이 대부분이지만, 몇몇은 실망스럽게 변했다. 내가 변했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좋아하는 시인으로는 김소월, 정지용, 백석, 신경림, 마종기, 이동순, 김용택, 황지우, 이성복 등이고, 몇 년 전부터 아주 좋아하게 된 시인으로는 최승호, 이재무, 이문재, 박형준 등이다. 이 시인들의 시집을, 마치 서태지 팬들이 새 앨범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과 같은 심정으로 기다린다. 최근 관심을 가지게 된 시인으로는 윤제림, 강연호, 이정록, 문태준, 정끝별, 박정대, 권혁웅 등이다.

많은 시인들을 장황스럽게 나열한 이유는, 이 시인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책을 소개하려 하기 때문이다. 도서출판 작가에서 펴낸 '오늘의 시'가 바로 그 책이다. 130여명의 시인과 평론가에게 의뢰하여, 전년도에 발표된 시 중에서 추천을 받아 80 여 편의 시와 함께, 어떤 의도로 그 시를 지었는지 시인의 시작 노트도 수록되어 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20권 정도의 근간 시집에 대한 평론가들의 서평이 실려 있어, 시에 관한 한 백화점 같은 책이다.

물론 작고하신 옛 시인들의 작품은 만날 수 없지만, 좋아하는 시인들의 최근 시를 감상할 수 있을 뿐더러, 전문가들이 보증해 주는 검증된 새로운 시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맞선 보는 심정으로 한 편 한 편 시를 읽어보며 새로운 시인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여, 시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감히 권하고 싶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