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완전한 합의 아니다" 난색
약대 6년제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2003년 5월. 취임 2개월을 갓 넘긴 김화중 보건복지부장관은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약대를 4년제에서 6년제로 개편하겠다는 정부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김 장관은 신약개발과 국내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약대 6년제가 필요하다는 발언을 했다. 4개월 뒤인 9월 8일 복지부는 약사직능 발전의 필요성과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기 위해 약대 6년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의협은 즉각 질의서를 통해 반대 입장을 전했으나 복지부는 2004년 2월 참여정부 보건의료발전계획을 통해 약대 6년제 추진의지를 거듭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 6월 11일 한의사협회장·약사회장과의 3자 회동 자리에서 안재규 한의사협회장에게 약대 6년제에 찬동해 줄 것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17일에는 강윤구 차관이 나서 간담회를 연데 이어 20일 시내 모처에서의 밀실 협상을 통해 약대 6년제 안을 이끌어 냈다.
복지부는 의약분업 실시에 따른 약사직능 발전, 약물치료효과의 극대화 및 오남용 피해 최소화, 시장개방에 대비해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약학교육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내세워 김 장관의 약대 6년제 추진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복지부는 약대 6년제 협의에 앞서 국민 여론을 반영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관련 이해단체의 의견을 배제한 밀실 협상을 통해 투명하지 못한 행로를 밟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특히 학제 연장의 필요성으로 약계가 제시한 기초자료를 철저하고 객관적인 검증없이 수용했다는 점에서 난맥상을 노출하고 말았다. 불투명하고 공정치 못한 밀실 협상의 여파는 의과대학생과 한의대생의 수업거부와 장외투쟁이라는 반발을 사고 말았다. 김 장관 또한 의료계의 반발이 충분히 예견했음에도 밀어붙이기 카드를 선택, 임기 막판에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난제를 던져놓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한편, 학제개편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교육인적자원부는 이해집단의 반발이 거세지자 합의가 완전히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복지부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은 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로서는 학생들의 집단 반발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어떤 방법으로 약대 6년제의 해법을 구사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송성철기자 songster@k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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