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법제이사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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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만섭 기자 pyunms@kma.org
  • 승인 2004.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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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대 병원 중환자실에서 환자보호자와 의사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문병 온 환자가족이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인공호흡기를 환자에서 떼어내려 했기 때문이다. 존속살인으로 처벌받을 행동을 한 배경은 뇌경색으로 의식을 잃은 환자의 치료비가 1천6백만원이며, 이중 1천4백만원이 밀려있었다.

의사는 환자보호자의 청을 들어주면 살인죄를 적용 받는다는 것을 보라매사건에서 경험했기 때문에 계속 치료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비극적 상황이 병원마다 하루가 멀다고 재현된다는 것이다. 의사와의 멱살잡이 당하고, 봉고차로 환자를 실어가려는 보호자와 병원팀과의 실랑이, 의식불명환자들 때문에 중환자실에 들어가지 못한 중증환자가 일반병실에서 치료받기도 한다,(중앙일보, 2001, 4.19. 7면)


1. 서 론

1997년의 이른바「보라매병원」사건은 2004년 6월 24일 대법원에서 피고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므로 서울고법판결인 두 명의 신경외과의사는'살인방조죄'가 확정되었다. 이 사건은 의료현장에서 의사들의 직업의식과 가치관에 엄청난 혼돈을 주었고, 이 확정판결로 향후 국민과 의료계에 상기상황과 같은 부정적 영향과 파장을 예고한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의 법사회적 합의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를 당한 환자와 의사들에게만 무한정으로 책임을 지워야하는가? 법학자와 재야 법조인들도 의료현실로 보나 형법이론으로 보나 무리한 판결이라는 주장이 그동안 많았었다.

의사들은 원심의'살인죄' 고법의'살인방조죄'에서 대법원의 행정형벌의 정도를 고대하며 숨죽여 기다렸었는데 기각의 확정판결에 의사들은 갈등이 증폭되었다. 아무튼 대법 판결을 계기로 연명치료중단의 가이드라인은 만들어져야함은 분명하다.

2. 의료보장과 의료정책의 관점

이 사건을 계기로 의사의 법적 책임과 의무가 어디까지 인지에 대한 방향설정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즉 의료행위에서 환자보호자의 적극적인 퇴원요구를 의사가 거부하거나, 환자 및 그 가족이 거부하는 치료를 의사가 강제할 수 없고, 치료결과에 대한 의사의 면책도 담보될 수 없을 뿐 아니라 가족의 경제적 파탄을 보호해줄 국가 의료보장제도가 없는 의료현실에서 의사는 어떻게 임상 의료에 임할 것인가?

검찰과 재판부는'소생가능성이 있는 환자의 사망'이라며 사건의 예외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런 개연성을 지닌 경우와 규모는 엄청나다. 예로 보라매 병원 자체조사결과 97년에 응급실에서 400여명의 환자가 의사의 입원권고를 거부하고 퇴원했으며, 중환자실에서 만도 32건의 자의퇴원이 이루어졌다. 이로서 국내전체를 추정하면 7년 전인데도 연간 10만 건이 넘을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가족들 입장에서는 치료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중증장애나 사망했을 경우에는 의사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도 있으며, 병원내 난동이나 폭력 등의 물리적 충돌도 예상할 수 있다. 만약 무죄판결이라면 단지 의식불명이라는 이유로 소생 가능한 환자의 인권이 무시당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대법원의 확정판결은 의료관행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한계선을 긋는 역할은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재판부 역시 입법적인 제도의 보완이 뒤따라야함을 판결에서 언급하고 있다.

즉 고법판결은「치료비가 없는 환자를 위한 건강보험이나 응급의료기금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데다, 의사의 의학적 결단을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도 미비한 현실에서 의사에게만 무한정 책임을 강조할 수는 없지만 인간의 생명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다는 원칙자체는 포기할 수 없다」그리고「계속적인 치료결정 이후 그 결과에 대한 의사의 면책과 가족의 경제적 파탄을 보호해줄 국가 의료보장정책의 강화가 필요한 사안임은 분명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과다한 연명치료를 지속할 것인가 혹은 중단할 것인가는 환자 및 환자가족의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해소하는 등 모든 점이 고려된 치료지속과 중단에 관한 법적?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3. 형법적 관점

본 사건은 형법적으로 다음의 문제가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첫째, 보호자와 의사의 환자보호의무가 충돌하는 경우, 어느 쪽의 의무가 우선하는가?
의사의 퇴원 만류에 반한 퇴원(D.A.M.A)에서 의사는 환자보호자의 의사를 우선하여야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퇴원의 의료관행이었다.

또한 우리 법원도 여호와의 증인인 부모가 환아에 대한 수혈을 거부한 경우, 그 부모에게 유기치사죄를 물었으나, 적극적으로 치료를 행하지 않은 의사에게 형사상 책임을 물은바 없다(대법원 1980.9.24.선고,79도1387 판결). 이와 같이 의사와 환자보호자의 보호의무의 충돌이 있는 경우, 어느 것을 우선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이론적으로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지만, 환자나 보호자의 결정에 무게중심이 더 있는 것으로 생각되어왔다.

독일의 경우는 의사가 관할 후견법원(Vomundschafter)에게 통지를 하고, 후견법관이 법정대리인의 인신배려권을 박탈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검인재판소(probate court)에 의뢰하면 일정한 명령을 내리기도 한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경우 구체적인 제도적 창치가 없는 상태이므로, 단순하게 의사의 보호의무가 우 선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판결문도 입법적인 보완이 필요한 사안임을 명시하면서도 제도적 정비라는 대안 없이 개별적 의료행위에 대하여 형법적 판단을 하는 것이'형법의 보충성원리'에 비추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아쉬움이 짙다.

둘째, 의사에게 환자의 생명침해에 대해 '고의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이 사건은 피고들이 응급으로 10시간에 걸친 수술을 했고, 수술중 68pint, 수술후에 32pint 수혈을 했고, 여러 차례 회복가능성과 나뿐 결과 가능성을 설명하며 나중 도망가는 방법까지 제시하며 퇴원을 재차 막았다.

이 경우에 살인방조의 미필적 고의로 보기 이전에 의사는 가족의 퇴원 요구를 거부할 의무도 권한도 없다. 따라서 사망이라는 결과가 예상되어도 그 행위를 선택할 위치에 있지 않다면 고의성이 없다고 봐야한다.

셋째, 위법성의 성부가 문제된다.
우리 판례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수술부위를 확대한 행위에 대하여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상죄를 인정한바 있다(대법원,1993.7.27.선고,92도2345판결). 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행위를 과실행위로 본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894년 5월에 독일 라이히 법원판결에서 7세 여아가 결핵성농양으로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데 환자의 아버지는 외과적 수술에 반대하였으나 의사는 2회에 걸쳐 절단수술을 시행한 것이다. 환아의 상태는 수술을 받지 않으면 병이 악화되어 죽을 수 있다고 의사는 판단했고, 환아는 발을 절단한 후에 건강을 되찾았다. 원심은 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이에 검사가 상고하여 라이히 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상해죄를 인정하였다.

의료현실과 판례는 환자와 의사간에 일반적인 의료계약이 성립된 이후에도 특수검사나 수술 등 개별적인 의료행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구체적인 동의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리고 환자가 동의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법적으로 권한을 부여받은 자가 권리를 대리 행사할 수 있다.

이것을 환자의 자기결정권인'동의의 원칙'이라 하는데, 동의의 원칙에 반한 경우는 그 의료행위가 의료기술상 정당하였더라도 적법행위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 원칙에 기초하여 동의가 없는 의료행위는'전단적의료'가 되어 치료에 성공하였더라도 민사책임과 더불어 형사책임이 성립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점차 확산되었다. 본 사안의 경우에도 이러한 판례의 태도가 지켜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4. 대법 판결의 의미와 향후 대책

사인의 생활 수단의 확보나 이익의 추구는 원칙적으로 사인 또는 관계되는 단위생활공동체에 맡겨져야 한다. 의료진이 치료계속을 주장하여 치료를 했는데 환자가 중증장애나 사망했을 경우 의료진이 면책을 받지 못한다면 어떤 의사가 위험을 무릅쓰면서 의사의 사명감만으로 치료하겠는가?

이것도 의사의 계속적인 치료 후에 그 결과에 대한 의사의 면책과 가족의 경제파단을 보호해줄 수 있는 국가의료보장정책의 불비가 원죄다. 회복가능이 높은 환자에게 가족의 강력한 치료중단과 퇴원요구시에 적용되는 절차적 제도를 병원과 관련단체가 주도 운영하고, 정부는 이 제도의 지원과 경제적 궁핍 경우의 치료대책을 정립해야 한다.

보호자의 명시적 동의와 회복불능환자의 자의퇴원은 의료윤리나 법적으로 문제될 수 없다. 그러나 회복가능성이 높은 DAMA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려줄 기구, 즉 치료중단의 정당화하는 절차를 만드는 입법이 필요하다.

첫째, 대한의협 중앙윤리위원회 산하에 '생명윤리위원회'설치와 대학병원급에 '생명윤리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영하는 절차
둘째, 법원에게 치료중단여부에 관한'결정권을 부여'하는 절차
셋째,'국가가 치료비를 보조'를 하도록 하는 절차 즉'응급의료비 대불제도'의 확대운영 등으로 요약된다.
상기의 제도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에 소개하겠다.

끝으로 당사자인 양 교수님과 김교수님께 경의하며, 보라매병원의 김성덕원장님의 노고와 '치료중단과 형사책임'책을 출판하여 형법이론을 법조인들에게 제시한 이상돈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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