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만 있다

[심층기획]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만 있다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4.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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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위임제도 시행 4년…평가와 대안(1)

<글 싣는 순서>
1. 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만 있다.
2. 약사 무면허 의료행위 버젓이
3. 재정절감만 목적 국민 건강 뒷전
4. 개원가 불황(현장의 목소리)
5. 대안은 없나?

올해로 시행 4년째를 맞고 있는 조제위임제도(의약분업)는 당초 기대했던 정책목표들을 효과적으로 달성하지 못한 채 국민들에게 심각한 불편 및 비용부담을 안기고 있고, 건강보험재정 위기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어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의협은 조제위임제도 정책의 결과로 나타나는 보험재정파탄, 불법조제 해위, 국민불편, 의료비 증가 등의 문제점을 종합할 때 선택분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동시에 '1천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반면, 복지부는 조제위임제도는 안정적인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항생제 및 주사제 등이 감소하고 있고, 일부 문제들은 수정 및 보완하면서 기본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복지부는 의협의 선택분업 요구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조제위임제도 예외지역에 대한 보완책 강구 및 의약품 동등성 인정 폼목 확대로 대체조제 활성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어서 의료계와의 갈등은 깊어질 전망이다. 이에 본지는 5회에 걸쳐 조제위임제도의 문제점과 대안을 집중 조명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총체적 재평가 '필수'
정책효과 '말 뿐'…부작용 '곳곳에'

정부 및 일부 시민단체가 강력하게 주장했던 조제위임제도는 의약품의 오ㆍ남용을 막을 수 있고, 의약품 적정사용으로 약제비 등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환자의 알권리 및 의약서비스의 수준 향상, 제약산업의 발전 및 의약품 유통구조의 정상화라는 뚜렷한 정책목표가 있었다.

게다가 조제위임제도 시행 이후 항생제ㆍ주사제 사용이 감소하는 가운데 OECD에서도 의약품의 오ㆍ남용 예방, 환자의 알 권리 향상 및 의약산업과 의약품분배의 효율성 증진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조제위임제도에 대한 이득을 국민, 의약계 등이 모두 향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제위임제도가 시행된지 4년이 되었으나 복지부는 제도 시행이 의료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의약품 오ㆍ남용 문제는 임의조제 실태에 대한 평가가 전무해 성과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약제비 절감을 통한 국민의료비 절감은 항생제ㆍ주사제 사용 감소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약제비는 오히려 증가했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약가마진을 없애고 전체 의료비 중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소시켜 궁극적으로 국민의료비를 절감하겠다는 정책목표는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의협은 정부가 추진한 조제위임제도 평가에서도 국민들 80%가 의약분업제도로 인해 불편하다고 느끼고 있어 조제위임제도로 인해 환자의 알권리가 신장되고 의약서비스의 향상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하기는 무리가 따른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조제위임제도는 제약산업 발전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고가약 사용 등으로 인해 건강보험재정은 오히려 악화되고, 약제비직불제도 등을 통해 약가마진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발상도 과잉규제로 인식돼 국회에서 관련법 조항이 삭제되었다고 밝혔다.

결국, 조제위임제도 시행 4주년을 맞이한 지금 정부는 의약분업에 대한 총체적인 재검토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재검토 결과를 근거로 조제위임제도 정책을 대폭 수정ㆍ보완하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뭐가 바뀌었단 말인가?

지난 7월 1일은 조제위임제도(의약분업)이 시행된지 4주년을 맞는 날이다.그러나 조제위임제도가 4주년을 맞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책목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제대로된 평가기구를 만들어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조제위임제도를 통해 ▲의사ㆍ약사 직능 전문성 제고 ▲의약품 오ㆍ남용 방지 ▲제약산업 발전 및 의약품 유통구조 정상화 ▲약제비 및 의료비 절감 ▲환자 알 권리 보장 ▲의약서비스 질 향상 등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혔으나 가장 중요한 의약품 오남용 방지 및 약제비ㆍ의료비 절감을 사라지지 않거나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조제위임제도를 시행할 당시 내세웠던 정책목표와 장점은 무엇이고, 이러한 정책목표가 얼마나 효과를 보았는지 검토해 본 후 잘못된 부분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의료계는 조재위임제도에 대해 자체적으로 어떠한 평가와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국민, 정부, 의료계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조제위임제도의 상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

의약품 오남용 방지됐나?
 
정부 및 시민단체는 조제위임제도의 가장 큰 효과로 의약품 오ㆍ남용을 들었다.정부는 조제위임제도가 실시되면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전에 의해 다루어지므로 소비자의 의약품 오ㆍ남용이 제도적으로 예방되는 것은 물론 의사 및 약사는 약가마진 등 경제적인 이윤동기가 없어져 의약품 과다 사용이 줄어든다고 전망했다.

특히 의약품 사용에 따른 약가마진이 없어지고 처방전이 공개됨으로써 처방에 보다 신중하게 되며, 약사의 임의조제금지로 의약품 오ㆍ남용은 억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약가마진의 제거는 조제위임제도를 통하지 않고 약가마진 인하정책만으로도 달성될 수 있고, 의사의 약물 오ㆍ남용에 대해서는 그동안 진료비 심사를 통해 제도적으로 통제되었기 때문에 조제위임제도 정책목표가 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2회에 걸쳐 조제위임제도 정책을 평가했지만 임의조제에 대한 평가는 제외시키는 등 정책목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소홀히 다뤘다.

공청회 등을 통해 공개되지 않았지만 복지부 용역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의료인들이 느끼고 있는 약국의 임의조제 발생 사례는 88.9%(2003년.조재국)로 나타났으며, 갤럽조사(2002년)에서도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사에게 진료받은 사람이 52.7%에 이르는 의약품 오ㆍ남용의 가능성이 그대로 남아있다.

제도 실시후 약제비 오히려 증가

정부는 조제위임제도는 의약품의 '필요'와 '사용'을 일치시킴으로써 과잉투약을 방지하고 불필요한 의약품의 소비감소와 주사제의 경구제로의 대체 등을 통해 약제비가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또한 의약품 거래 투명화로 의약품의 납품 및 약가 비리소지를 제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실거래가상환제도로 약가마진의 30~50%에 이르는 거품이 제거돼 약제비 절감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조제위임제도의 경제적인 효과로 장기적으로 약제비 절감, 의약품 오ㆍ남용 축소에 따른 국민의료비의 절감 등 사회적인 비용감소를 기대했다.

그러나 항생제 및 주사제 등은 감소했지만 고가약 사용빈도가 높아지면서 약제비는 오히려 증가해 정부의 기대와 완전히 빗나갔다. 즉 약가마진에 대한 이윤동기가 없어진 의사들은 좋은 약을 처방하게 되고, 이는 곧 약제비 증가로 이어져 정부는 고가약 사용 억제를 위한 정책을 내놓게 된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의료계에서 조제위임제도 시행 이전 모두 예측했던 사안이지만 정부는 장기적으로 약제비가 절감할 것이라며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우를 범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유통구조 정상화 실패
 
이외에도 정부는 제약산업은 신제품 개발보다는 복제품 생산에 치중하고, 도매상을 통한 거래보다는 의료기관 및 약국과의 직접 거래를 선호한 관계로 약가마진 등이 많이 있었으나, 이러한 경제적 이윤동기가 배제됨으로 인해 품질 및 치료효과가 의약품 사용의 기준이 돼 궁극적으로는 제약산업이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부분의 의약품이 약국을 통해 사용되고, 소품종을 다량구비하는 것보다 다품종을 골고루 비축하는 것이 약국 경쟁력의 핵심이 되므로 도매유통이 보다 활성화돼 의약품 유통체계가 정상화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약제비 절감을 위해 대체조제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약효동등성 대상 약품 품목을 늘리는데 주안점을 둠으로써 약효동등성 실험이 부실하게 수행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낳았으며, 약가마진 제거와 유통구조의 정상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실거래가제도 및 이해관계자간 비용거래를 금지하는 약제비직접지불제도를 도입했으나 실제로는 약가인상을 초래하게 됐다.
또한 의약품 유통체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의약품물류센터 건립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러한 일련의 정책들은 현재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지난 3월 26일 김화중 전 복지부장관은 의약품 유통구조 투명화를 위해 '의약품구매전용카드'사용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고, '의약품종합정보센터'설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고, 이를 위해 약사법을 개정하고, 2005년부터 본격 가동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정책효과 내세울게 없다

이밖에도 조제위임제도 시행에 대한 정책효과들은 여럿 있으나 정부 주도에 의한 결과들만 나와 있어 100% 신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특히 정부가 원하는 부분에 대한 평가만 진행하고 정책목표에서 내세운 부분 중 임의조제 등에 대한 부분은 배제시켜 의심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의협이 주장하는 조제위임제도재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조제위임제도 시행 이후 정책평가를 철저히 하고, 문제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조제위임제도 정책목표와 그 결과를 비교해본 결과 조제위임제도는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하고, 그 구체적인 대안으로 직능분업에 기초해 국민들로 하여금 원내외 조제를 선택하게 하도록 하는 안과, 문민정부 시기 의료개혁위원회에서 제시했던 단계적 분업안에 대한 타당성 검토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환기자 leejh91@k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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