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엔 감기약과의 인과관계가 분명치 않아 보이는데 대중주의(포퓰리즘)에 익숙해진 국민들에게 감히 이런 말을 꺼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 확실한 근거와 철학을 가지지 못하고 일관성 없이 그때 그때 국민의 뜻에 따른다는 포퓰리즘은 국민이 잘못된 길을 갈 때, 비록 다수가 원하는 정책이 잘못됐다 하더라도 바른길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맹점이 있었는데 정부는 이제 그 역풍을 만나 곤란한 처지가 됐다.
대다수가 약사로 구성되어 있는 식약청과, 식약청에 연구용역비를 지원하는 제약회사 간의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동안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의학협회지를 통한 약물의 부작용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 해왔으며,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는 프레팔시드와 몇몇 항히스타민제를 발빠르게 퇴출시킨 바 있다. 이번 PPA제제들도 몇 년 전 사용치 말도록 권고한 바 있어 본인도 사용하지 않아 왔었다.
이제 대한의사협회는 국민과 정부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리도 대중주의에 부화뇌동하여 식약청과 보건복지부를 질타하는데 한 주먹을 해야할까? 분명 아닐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전문가적인 우리의 입장을 견지할 수 있도록 성명서나 기자회견을 통해 분노하고 불안에 떠는 국민들을 우선 안정시키는 소방수 역할을 해야 한다. 어떤 약이든 부작용은 있을 수 있고, PPA제제도 약을 끊은 후 4~5일 지나면 배출되어 부작용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을 주지시켜 국민과 정부의 마음을 달래야 할 것이다.
또한 신문과 방송에서의 PPA제제의 부작용에 대한 오보나 과장보도 여부도 정확히 가려내어 사실대로 판단해 줘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와는 별도로 약물의 부작용 사례를 수집하고 있으며 문제가 되는 약품은 추후 발표하겠다는 전문가 집단의 위상을 보여 줘야 할 것이다.
전염병이나 약품 모니터링을 비롯하여 우리 의사들이 정부를 곤란지경에 빠뜨릴 수 있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냉철한 의학자적인 양심을 가지고, 정도를 걸어가야 한다.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여 불안해하는 국민을 안정시키고, 반성하는 정부를 보듬어 주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지금이 대한의사협회가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집단이 아닌 국민건강에 관한한 정부나 사법부보다 더 정확하고 양심적인 판단을 내려 주는 바른길 걷는 전문가들임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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