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해외(중국)의료봉사 젊은의사들에게 좋은 계기
시론 해외(중국)의료봉사 젊은의사들에게 좋은 계기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4.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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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8일부터 15일까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중국 귀주성 랑더로 의료봉사를 나갔다. 총 6명 (의과4명, 치과2명)의 대공협 의사들은 4시간의 비행, 12시간의 기차, 4시간의 자동차를 이용하여 목적지에 도착해 진료에 임했다.

많은 시설이 열악했지만 '나누는 사랑 실천하는 의사'란 대공협 해외의료 봉사단 모토를 실천하는 우리의 대공협 의사들은 중국 사람들로부터 멋진 시조가 적힌 감사패를 받았다. 감사패에는 "만수천산이 있어도 우리의 우정을 끊을 수 없네. 한국의 화타가 우리에게 의술을 베풀었네."라고 적혀 있었지만 우리는 오히려 그들에게 감사와 정을 배웠다.

의료봉사를 가기전, 중국의료봉사의 행정적업무는 국제사랑의봉사단측이, 진료부분과 약품수급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서 담당하였다. 중국 정부의 공식허가에 의한 의료봉사가 아니라 관할 지역 공산당의 협조를 바탕으로 하는 비공식적 행사이므로 허가를 얻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가장 큰 쟁점은 많은 약품과 의료기구가 공항에서 문제없이 통과가 될 수 있느냐는 거였는데 운좋게도 통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라도 공항에서 의료기구와 약품을 압수당할 수 있는 시스템은 언젠가는 공식적으로 해결해야만 할 문제로 보였다.

8월 8일 인천공항. 6인의 공중보건의사와 14인의 국제사랑의봉사단원은 중국행 여객기에 몸을 실었다. 처음 나가는 해외여행으로 인한 설레임, 3일간의 짧은 의료봉사 기간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부족한 수면, 이 모든 것들은 어느새 비행기 기내에서의 졸음과 함께 녹아 사라지고, 4시간 후 뜨거운 열기가 작열하는 중국 곤명공항에 내려서게 되었다.

곤명에서 귀양까지 기차로 12시간, 귀양에서 랑더(의료봉사지역)까지 버스로 3시간 이동한 후에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경치, 낭떠러지를 옆에 끼고 달리는 비좁은 비포장길은 이 지역의 의료현실을 짐작할 수 있게 하였다.

긴 여로와 무거운 짐들로 인해 녹초가 된 우리들을 한번 더 기죽인 것은 창고같은 숙소 - 원래는 호텔에 투숙한다고 일정표에는 나와있었다 - 와 푸세식 변소였다. 물이 없는 관계로 세수와 샤워는 냇가에서 해결해야만 했다. 사람들의 표정에 당황하는 모습과 절망하는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그러나 이정도는 각오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니 이내 숙박에 대한 고민은 사라졌고 슬슬 아름다운 묘족마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묘족은 인구 900만의 중국내의 소수민족으로 중국은 공식적으로 55가지 소수민족 중 2,3번째 정도로 인구가 많은 소수민족 이며 우리가 온 이지역 거주민의 대부분은 묘족이다. 국제사랑의봉사단은 이 지역에 기독교 선교를 위해 왔으며, 우리 공보협 의사들은 의료 봉사를 위해 국제 사랑의 봉사단과 협력을 하였다.

이윽고 통역을 위하여 상해에서 조선족들이 36시간가량을 기차를 타고 이곳에 도착했다. 하룻밤 잔 뒤에 3일간의 의료봉사. 이내 가져간 약들은 바닥났고, 마지막 날은 진료를 받기위해 늘어선 줄이 줄어들줄 몰랐다.

묘족들은 대개가 관절염에 시달리고 있고 그외에 많은 질환은 영양실조, 빈혈, 백내장, 고혈압, 위염 등이었다. 대개가 만성 질환이라 일회적인 치료로는 큰 도움을 줄 수 없어 안타까웠다. 묘족들의 수입에 비해 턱없이 높은 중국의 병원이용요금, 불편한 교통, 낮은 수입으로 인해 랑더지역에 사는 묘족들은 대부분 병원 이용을 못하고 있었다.

봉사기간 내내 아침 일찍부터 늘어서 있는 줄은 이곳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주었으며, 그들을 다 도와줄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에 질환에 대한 설명이라도 더 자세히 하고자 하였다. 대부분의 의사선생님, 통역원님, 봉사단원들이 지쳐갔고 날씨도 매우 더웠다. 희생정신뿐 아니라 의료봉사에는 체력이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속으로 씨익 웃으며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임무를 즐기며 3일간을 보냈다.

국제 사랑의 봉사단에서는 의료봉사외에도 어린이봉사를 하였는데 풍선아트, 얼굴페인팅, 신발기증, 모자이크 붙이기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동하였다. 의사로서 의료봉사가 전부인 것처럼 잠시 착각했었지만 그곳의 어린이들에게 하루만이라도 재미와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더 의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풍선도 불어보고 꼬맹이들 사진도 찍어서 보여주고 그러하였다.

디지털카메라를 처음 보는 이곳 주민들, 꼬마들은 사진을 찍어 즉석에서 보여주면 무척 신기해하고 재밌어 했다. 나중에는 디지털 카메라만 들고 다니면 몰려와서 앞에서 포즈를 취해 다 찍어주기가 힘들 정도였다. 일정을 소화하느라 정신없었고, 봉사단원 대부분을 체력적 한계로 몰아갔던 3일간의 의료봉사는 끝나고 하루동안의 달콤한 관광과 쇼핑을 즐긴 후 미쳐 중국에서의 감상을 정리하기도 전에 야속한 비행기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전부터 느껴왔지만 세상에는 굶어죽는사람 - 주로 제3세계 -과 아픈사람, 못배운 사람의 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더 가진자는 덜 가진자에게 베푸는게 어쩌면 당연하지만 대부분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해외의료봉사는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봉사를 위해 해당국가와 접촉할 전문가, 충분한 약품조달능력, 전문인력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데는 꽤 큰 노하우와 힘 그리고 단체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진정 현지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봉사팀 구성원들의 희생정신과 마음가짐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첫 의료봉사라 미숙한점이 많았지만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다음번엔 좀 더 나은길을 도모할 수 있을것이며 6명의 의사 나아가서는 국내의 의사들이 조금이나마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데 모티브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중국은 웅장한 스케일, 도시와 시골의 극심한 차이, 무질서, 실용적인 사람, 빠르게 발전해가는 살아 숨쉬는 나라로 보였으며 중국어를 못해 좀 더 중국을 못 느끼고 온게 못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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