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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론] 지나친 통제 의료왜곡 초래
시론 [시론] 지나친 통제 의료왜곡 초래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4.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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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봉식 노원구의사회장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환자를 진료하면서 실제 치료술기 또는 투약행위를 하고도 건강보험공단에 진료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소위 '축소청구'를 하고 있는 의료기관이 무려 80.5%에 이르고, 그 가운데 94.1%는 매달 축소청구를 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임상 각과 가운데 조사대상자 전체가 축소청구를 한 과목도 4개과가 있었으며, 축소청구를 한 금액의 비중이 전체 청구액의 5%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도 7.4%나 된다고 한다.

축소청구를 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 심사지침에 의해 삭감을 당해본 경험이 있거나 삭감이 우려되어 축소청구를 한 경우가 67.3%였으며, 진료한 대로 청구할 경우 소위 '불량' 의료기관으로 지목되어 실사를 받게 될까 염려되어 축소청구를 한다고 답한 경우가 23.8%에 달했다. 전체 축소청구의 91.1%가 공권력에 의한 과도한 규제에 기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축소청구가 이처럼 일반화 되고 있음에도 심사평가원은 과연 합리적인 심사지침에 의해 의학적으로 타당성을 갖고 심사를 하고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진료비 심사는 적정진료에 대한 가이드로서 표준의료의 정립과 진료의 질적인 향상 등 일정부분의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진료비 심사 형태는 대부분 단순히 진료관련 지수의 평가만 할 뿐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정한 치료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적절한 평가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옛말에 吳牛喘月(오우천월)이란 말이 있다. 더운 지역인 오나라의 소가 달만 보아도 숨을 헐떡인다는 말로 어떤 일에 한 번 혼이 나면 비슷한 것만 보아도 미리 겁을 집어 먹는다는 의미로, 공권력에 의한 지나친 규제로 인해 지금의 의료기관들이 보이고 있는 모습들이 마치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환자를 열심히 치료하고도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지 못하고, 심지어 건강보험 재정과 무관한 비급여 분야의 진료조차도 정부의 고시에 의해 의료수가와 의료행위가 원천적으로 통제받는 등 과도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지속된다면 임상 의사들의 진료에 대한 의욕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의사로서의 자존심과 진료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되고, 환자 상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아닌 규격진료에 매달리게 됨으로써 진료와 관련된 각종 통계 수치의 왜곡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세계 각국이 미래 성장 동력인 보건의료분야에 대해 정부의 보호아래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만 규제를 통한 하향평준화에 집착한다면 결과적으로 국민 개개인의 건강 증진·의료기술의 진보·의료산업의 발전 등이 퇴보해 결과적으로 국민·정부·의료인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규제들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강압적, 일방적인 지침에 의해 일률적인 삭감을 할 것이 아니라, 먼저 심사지침을 공개하여 이 지침이 의학적으로 합리적인지 여부에 대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근거중심의 적정 진료 가이드를 마련, 진료비 심사와 관련한 대내외적인 공신력을 얻어야 한다. 불합리한 규제의 개선과 심사지침의 공개는 의료 왜곡을 막고, 의료기술의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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