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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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만섭 기자 pyunms@kma.org
  • 승인 2004.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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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자살을 했다는 비보가 전해질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오죽 했으면 목숨까지 끊었겠느냐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목숨을 버려서는 안된다. 의사들의 잇다른 자살 소식을 접하면서 의료계가 처한 암울한 상황을 떠 올리곤 한다.

어쩌다가 이 꼴이 됐는지 모르지만 요즘 의료계는 사면초가 상태다. 내가 소속돼 있는 정형외과 영역만 해도 그렇다. 처음부터 잘못된 건보수가체계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터에 손보사까지 가세해 의료기관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최근 손보사의 청구 진료비 부당 삭감 및 진정·고발 건이 줄을 잇고 있다. 이 때문에 손보사와 의료기관 사이에 냉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분통이 터지는 것은 손보사가 자동차 보험환자를 치료하고 청구한 진료비를 자신들의 잣대를 들이대 심사하는가 하면 과오 청구분까지 싸잡아 반환하라고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

물론 의료기관쪽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교통사고 입원환자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왔고, 여러가지 진료기록이 미비돼 온 점은 솔직히 수긍한다. 그러나 그러한 일들이 불순한 의도로 행해진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별 생각없이 진행돼 온 어찌보면 관행처럼 굳어져 온 일이었다.

관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잘못됐다고 생각되면 고쳐 나가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얼마든지 개선해 나갈 수 있는 문제를 손보사들이 사직 당국에 고발한 것은 지나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손보사와 의료기관은 어려운 의료환경 속에서도 생사고락을 함께 해 왔다. 물론 치료비 청구와 지급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요즘과 같은 관께는 아니었다. 갑자기 일부 손보사가 의료기관과 등을 돌려 버리는 바람에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과연 이제와서 손보사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의료기관도 개선할 점이 있으면 개선해 나가야 한다. 무조건 잘못을 덮어 달라거나 그릇된 관행을 그대로 이어 나가려고 해서는 절대 안된다. 그렇지만 손보사의 태도는 수용하기 어렵다. 마치 자신들은 모두 옳은데 의료기관만 잘못하고 있다는 식으로 문제를 몰아 가서는 될 일도 안된다. 그런점에서 손보사도 의료기관을 고발한데 대해 반성할 것을 촉구한다.

의료기관도 자세를 가다듬에야 한다. 앞으로는 환자를 보다 철저하게 관리하고 물리치료자 명단은 물론 혈액검사 및 X선 검사 명단을 정확하게 기록해야 한다. 주사를 비롯한 모든 치료행위를 자세하게 기록에 남기되 청구에서도 철저를 기해 누락분을 곰꼼히 챙겨야 하겠다.

환자의 외출·외박을 철저히 통제하고 체크하는 한편 입원환자의 물리치료 행위료도 제대로 기록하지 않으면 수난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의료기관은 명심해야 한다.
이제 의료계는 더 이상 떠밀릴 수도 없는 낭떠러지에 와 있다. 비장한 각오로 난제 해결에 임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나춘균(반도정형외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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