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임상연구 지원...근거중심의학 계기 되길
시론 임상연구 지원...근거중심의학 계기 되길
  • 조명덕 기자 mdcho@kma.org
  • 승인 2004.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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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등으로 엄청난 의학 정보가 일반 국민에게 전달되면서, 명확한 근거도 없는 정보들이 혼란을 가중시킬 때가 많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거중심의 의학(evidence-based medicine)을 확립하려는 노력이 있어 왔다. 그런데 의학에서 '근거'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가? 이는 개인적인 경험보다는 엄격한 기준으로 수행된 임상연구의 결과 자료에 바탕을 둔다.

임상연구가 학술적 목적은 물론 진료상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자료도출 목적으로도 유용함이 널리 인정돼, 선진국에서는 국가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들은 관행적 진단·치료 기술의 효능·부작용 뿐만 아니라, '삶의 질'과 '비용-효율 평가'까지 고려해 재평가한 후 작성한 표준 진료지침을 진료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근거중심 의료제도의 틀을 이루기 위해서는 임상연구가 필수적인데, 정부지원의 임상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제왕절개시술이 세계제일'이라거나, '항생제내성균이 많다'고 아우성만 칠 뿐 아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급여기준도 외국의 연구결과나 제약회사가 지원한 연구비에 의존한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결정되다 보니 급여기준이 우리나라에 적합한 것인지 혹은 더 나은 개선책은 없는지에 대한 검토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매년 의사들과 심평원이 진료비삭감 문제로 감정적 대립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이같은 문제점의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가 임상연구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다. 둘째, 의료계 스스로 임상연구를 소홀히 취급한 면이 있었다. 셋째, 현재까지 진행된 임상연구는 대부분 제약회사의 연구비에 의존하고 있어 연구 결과물의 객관성에 대한 비판 우려가 있다.

국민은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건강보험 제도를 통해 더 많은 혜택을 기대하고 있는 반면 이를 지원할 재원은 한정돼 있다. 특히 고가의 선택적 의료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보험료를 지속적으로 인상하더라도 이같은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의료계와 국민, 정부 사이에 끊임없는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이같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방식은 '개혁'이었다. 평소에 낭비적 요인, 새로운 요구,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부분에 대한 임상연구는 하지 않다가, 일정수준 이상 불만이 쌓이면 '개혁'을 통해 한꺼번에 고쳐 보겠다는 것이었다. 반면 선진국은 임상연구를 통해 꾸준히 제도를 개선해 나가고 있으니, 굳이 '개혁'할 필요가 없다.

임상연구 자료에 근거해 의료정책을 결정하게 되면, 근거를 확보하는 연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의료계의 내부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고, 연구자료는 국민·정책당국자 설득에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으며, 제한된 의료자원을 균형적으로 배분하는 우선순위를 갈등없이 결정할 수 있다.

다행히 올해 하반기부터 보건복지부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기획사업으로 '임상연구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아직 작은 규모이지만, 정부가 임상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본격적 지원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또 대한의학회도 임상연구 분야에 국한된 학술상을 제정하고 후원을 약속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이 우리나라 의학을 근거중심으로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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