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의사회여 수혈을 받아라
시론 의사회여 수혈을 받아라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4.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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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가을이 되면 의사들의 얼굴이 낙엽 빛깔처럼 누렇게 뜬다고 한다. 그것은 의료보험수가의 인상폭을 놓고 정부와 의사회가 줄다리기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승부는 미리 결정된 상태이다. 보건복지부의 의료보험제도와 농림부의 자유무역협정비준 반대를 두고 자유시장경제논리에 익숙해져 있는 재정경제부에선 대표적인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매우 못마땅해 하고 있다.

의료원가가 무엇일까?
의료 공급자(의사), 의료 수혜자(국민)와 통합관리자(정부)가 저마다 그 산정기준이 다르다. 하지만 제4자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수가를 원가의 70% 정도로 잡고 있는 것을 보면, 또한 특진과 비보험 진료등으로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써도 흑자를 낼 수 없는 국립대 병원들의 현실을 보면, 의료보험 수가가 원가에 못 미친다는 것이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최근 의대 교수들의 직업만족도 설문조사에서도 특히 연구분야의 만족도가 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국의료는 미국의 모방과 답습에 그칠 수밖에 없고 창의적인 연구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투자(시간과 돈)가 없으면 연구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인데, 교수가 경영진료에 메달릴 수밖에 없는 의료현실도 그 원인 중의 하나일 것이다. 정부의 시각으론 '개원의는 이익집단, 교수들은 양심집단'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말이 전부 틀렸다고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교수들의 침묵하는 양심이 진정 정부정책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는 양심인가? 아니면 개원의들이 자신들의 밥그릇만을 챙긴다고 생각하는 양심인가? 과거, 개원의가 의권수호의 불을 지폈다면 앞으론 교수와 전공의가 정부와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바른 목소리의 주축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단 이기주의라는 낙인 하에 의료계는 댓가보다 더 큰 희생만을 치룰 뿐이다.

연구, 교육, 진료 외에 환자유치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교수님들, 그리고 잘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는 제자들……. 교수님들! 이순신과 같은 덕장이 되시고, 전공의 여러분들! 원균과 같은 용장이 되십시오.
자! 지치고 힘든 의사회여! 수혈을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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