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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오피니언 장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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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숙 기자 kimys@kma.org
  • 승인 2004.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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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을 쇠고 난 직후 정부가 가장 먼저 발표한 주요 정책이 출산 장려 정책이라는 사실은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저출산 위기의 심각성과 절박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내년 1월부터 자연분만을 하는 산모는 입원비와 수술비 가운데 기본 입원비, 분만 시술비 등에 대하여 현재 8만원 수준인 본인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임신 기간 동안 받는 주요 산전 검사 비용, 그리고 미숙아 출산과 관련된 건강보험 진료비 또한 본인 부담금 없이 전액 지원을 받는다고 한다.

작년 한 해 동안의 합계 출산율(가임 여성이 평생 동안 낳는 평균 자녀수)이 1.19명이라는 통계청의 최근 발표를 고려하면 이번에 정부가 내 놓은 정책은 고강도의 출산 장려 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1989년 일본이 합계 출산율이 1.57명으로 떨어지자 1994년 '에인절 플랜'을 수립하여 10년에 걸친 준비 끝에 2003년 '소자녀화 사회대책 기본법'을 제정·시행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비록 때늦은 것이기는 하지만 이번 대책은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내 놓은 출산 장려 정책 제1호로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정부의 새로운 정책이 현재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만한 위력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작금의 저출산 현상은 임신과 출산 과정에 드는 비용보다는 출산 이후 지출되는 과다한 양육비용과 더 큰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보건사회연구원이 2003년 현재 우리나라 가정에서 자녀 한 명을 낳아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는 비용이 월 평균 82만5000원이라고 발표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특히 소아의 경우 양육비 지출 가운데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의료비는 젊은 부부들의 출산 의욕을 떨어뜨리는 주범 가운데 하나이다.

이에 우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오래 전부터 출산장려정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과다한 양육비에 대한 국가·사회의 분담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소아 예방접종의 무료화, 6세 이하의 소아 진료시 본인 부담금 무료화, 젊은 초보 엄마들에 대한 육아 상담료의 보험 처리 등이 그것이다. 젊은 엄마라면 이러한 지원 정책이 아이 양육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부모의 양육 부담을 국가와 사회가 온전히 질 수는 없는 일이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최소한 의료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을 젊은 부부들에게 주는 길만이 저 바닥까지 떨어진 출산 의욕을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토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차제에 급속한 출산율 저하가 국가의 존망을 가름하는 위기가 되었다면 출산과 양육을 사회·국가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실질적인 소아·청소년 의료지원대책을 포함한 종합적인 출산·육아 장려·지원 정책을 제도화·법제화하는 다양한 방안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출산 지원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부의 새로운 정책이 여전히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현안에 대한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시야가 부재하는데서 온다. 그것은 출산과 양육이 둘이 아니라 하나이며, 출산율 제고는 기실 양육 환경 개선의 문제라는 인식을 그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정부의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관심과 배전의 분발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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