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전공의 폭력피해 의협 병협 적극 나서야
시론 전공의 폭력피해 의협 병협 적극 나서야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4.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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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비리와 부조리한 사건이 터질 때면 당사자에 대해 윤리성의 문제를 거론하고는 한다. 그렇다면, 전공의가 병원에서 폭행당한 것을 방관하는 것은 누구의 윤리적인 문제인가. 가해자는 물론이고 이들을 감독하는 이들조차 제 역할을 못하는 것에 대해 책임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최근에 의사 윤리 및 폭력 근절에 대해 선언한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 수련 업무에 대한 감독 강화와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던 대한병원협회는 폭력에 노출된 전공의를 구제하는 일에 소극적인 현 상황에 대해 제 역할과 존재의 이유에 대해 자문할 필요가 있다.

지난 9월 창원에서 한 전공의가 수련을 담당하는 전문의에게 구타를 당해 고막이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를 접수 받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폭행사고의 경위에 대하여 조사를 했다. 그 과정에서 파견 병원이 전공의에게 비번도 없이 당직을 강요하고 가해자의 폭행은 훈계 차원의 폭행이 아니었으며 피해당사자에 대한 어떠한 보상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대전협은 대한병원협회에 사고 경위 조사와 해당 병원의 수련 환경 개선책을 의뢰하고, 대한의사협회에 병원 내 폭행에 대한 조사와 합리적 판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 달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두 단체의 대처 방식은 선언과 약속을 잊은 것처럼 구태의연하기만 하다. 대한병원협회는 최근의 회의 결과 “현재 상황상 실태조사는 힘들고, 경고를 취하는 수준”으로 결정했다. 사건의 심각성을 모르거나, 무시하는 이런 태도로 어떻게 전공의 수련 감독 강화와 환경 개선을 시도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윤리위원회는 대전협에서 형식을 갖추기 위한 여러 차례의 진술서와 진단서를 제출한 결과, "피해자의 의지가 있어야 조사를 할 수 있다"는 다소 허무한 답신을 보내왔다.

병원 내에서 전공의가 고막이 파열되는 정도의 폭행을 당하는 일까지 자율성이라 하기엔 대한병원협회가 수련업무의 감독권에 대해 너무 무심하거나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또 피해 전공의 본인이 가해한 과장님을 처벌해 달라고 요구하라는 것이 얼마나 현실성이 없는 조치인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왜 전공의의 현실에 대한 배려보다 지나친 원칙주의가 앞서는 것인가.

물론 단체의 입장에서 제도의 미비와 사례의 부족, 절차의 복잡성 등등 이번 사건을 해결하면서 겪어야 할 어려움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국민을 상대로 병원내 폭력근절을 선언하고 약속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의사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고의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

지금 이 수준이 수련병원의 감독권과 의사의 윤리를 심의하는 조직의 한계라면, 현재의 권한으로 지킬 수 있는 약속은 무엇인가. 현실적 난제들을 얼버무리다가 결국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단체라면 존폐여부를 심각히 고민해야 할 것이다. 폭력 근절을 알리는 출발 선언만 요란한 채 답보를 면치 못하는 의료계의 두 단체는 시간이 흐를수록 뒤처지고 한 발자국도 발전 없는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지금부터라도 분주히 경주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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