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솔상 정인혁
외솔상 정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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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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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초등학교 때 늘 벤또라고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선생님께서 앞으로 벤또는 도시락으로 쓰라고 하셨다.도시락이란 말이 너무나 어색하게 느껴졌고, 점심시간도 되기 전에 숨어서 아껴 먹던 맛있는 벤또 맛이
  정인혁 교수(연세의대 해부학)는 몇년전 대한의사협회지 기고문(우리말 의학용어는 이 시대 우리의 얼굴이다)에서 벤또와 도시락이란 용어에서 느껴지는 정서적 차이를 이렇게 썼다.기자의 연령대만 해도 벤또의 의미를 금방 연상할 수 있다.그리고 그 말을 지우기 위해 몹씨 애썼던 유년시절이 생각난다.얼마전 딸이 게임(벤또 헥사)을 하다가 엄마 벤또가 뭐냐?"라고 물어 놀란 적이 있다."왜 그 뜻을 모르지".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딸이 모르는게 당연했다.말이란 지독한 것이서 일본말은 해방 후에도 끈질지게 남아 우리의 의식을 장악했다.그러니 일제시대를 경험한 내 부모 세대 뿐 아니라 70년대 초등학교를 다닌 내 세대까지 그 잔재를 털어내기 위해 무지 애를 썼던 것이다.기자의 딸이 '벤또'라는 용어에서 아무 것도 연상할 수 없는 것을 보니 일상말의 일제 청산은 성공한 듯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학술용어에서는 일본식 한자어가 넘쳐 나고, 더욱이 일본말이 물러간 자리엔 영어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지난 10월 19일 신문의 한 껸을 장식한 정인혁 교수의 외솔상(실천부문) 수상은 그래서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외솔상은 우리말과 글을 지키고 연구· 발전시킨 외솔 최현배 박사의 높은 뜻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문화와 실천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수상소감을 묻자 정 교수는 "기쁘다"고 짧은 한마디로 대신했다.그러나 이어 "제나라 살면서 제나라 말을 열심히 썼다고 상 주는 일은 없다.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이런 일로 상을 주는다는 사실에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짐작할 수 있다"는 말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털어났다. 정 교수를 인터뷰하면서 받은 느낌은 '꼿꼿하다'는 것이었다.그리고 어떤 강한 원칙이 느껴졌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백성을 편하게 하기 위해 한글을 만들었습니다.그런데도 우리말과 가장 어울리는 한글은 500년 이상 흙 속에서 묻혀 있었죠.조선시대 소위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양반들은 이 기간동안 한자만 썼습니다.오로지 중국의 것만 받들고 따르며 우리 것을 외면해 왔습니다.그들이 백성들을 위해 한 일이 무엇입니까? 자기들만 누렸지 백성의 삶은 향상되지 않았습니다.나는 우리 글, 말을 쓰는 것은 사회 민주화(정치적 의미와는 다른)라고 믿습니다.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려면 서로 말이 통해야죠.의사들도 환자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려면 이질감없는 우리말을 써야 합니다." 한편에서는 기존의 용어들이 이미 익숙하다는 점에서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거나 바꾼 우리말이 더 어렵다는 등 의학용어의 한글화 작업을 폄하하기도 한다.이 점에 대해 정교수는 단호한다."제나라 말이 더 어렵다는 것은 어처구니 없고 상식에 벗어난 일이다.의학용어만 보더라도 일본식 한자를 베낀 것이다.일본말과 우리말의 구조는 다르다.베낀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며 쓴소리를 한다. 그리고 전문용어가 일상말에 가까워지는 것이 세계적 추세임을 거듭 강조한다. 정 교수의 이러한 소신은 먼저 자신의 전공분야인 해부학 용어에서 실천됐다.81년에 나온 대한해부학회 용어집(제2판)은 대부분 일본식 한자용어로 되어 있었으나 정인혁 교수 등 10명(위원장 백상호)이 참여해 90년 발간된 셋째판은 한자용어를 토막이말로 많이 바꾸었다.이 용어집이 나오자 우리 의학용어가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격려도 있었으나 학술용어 답지 않다는 비판도 있었다.그러나 해부학 용어가 의학의 여러 분야에 널리 쓰이는 특성 때문에 우리말 용어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이 일로 세종문화상을 수상하고, 일간지 사설에서 우리말 의학용어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논하는 등 사회적 파급효과가 컸다.이후 96년에는 우리말로 더욱 다듬은 해부학 용어 넷째판이 출간된다. 정교수의 이런 활동은 대한의사협회 산하의 남북한 의학용어 비교연구 소위원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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