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완대체의학…어떻게 볼 것인가

[기획]보완대체의학…어떻게 볼 것인가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4.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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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 다가온 보완대체의학…어떻게 볼 것인가?

의사 주도 의학적 검증 더 미룰 수 없는 과제
'열린 의학' 첫걸음…받아들일 건 받아들이자
연구기관·체계적 교육·법제도 뒷받침 정착 열쇠


"선생님, 이런저런게 제 병에 좋다는데 정말 그런가요?"
"그런 것 하면 안돼요!"

진료실에서 이와같은 환자의 질문을 받고 아래와 같이 답을 하는 의사가 있다면 점점 확대되고 있는 1차 의료의사로서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점차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보완대체의학 분야에서도 1차 의료의이며 의료전문가인 의사들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의사들이 여전히 보완대체의학(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에 대해 적대적이다. 그런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진료실에서 비의료인에 의해 터무니없는 시술을 받고 평생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환자들을 최소 한번씩 봤기 때문일거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의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보완대체의학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정통의학의 범주로 끌어올 수 있는 건 끌어와야 한다"(이성재 교수·가천의대 내과학).

지난 9월 창립된 대한보완대체의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의사들의 참여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며 의학적인 연구와 근거를 중심으로 건강기능식품을 포함해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의학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의료인인 의사의 책임까지는 아니어도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료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렇치 않아도 혼탁한 보완대체의학시장에 의사마저 뛰어 들어 바지단을 더럽힐 필요가 있느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한해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보완대체의학 시장이 이미 비의료인들과 무자격자들의 세상이 된 지 오래고 의사들이 순진한 생각만을 가지고 어설프게 뛰어 들다가는 큰 코를 다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가뜩이나 어려운 개원환경으로 인해 보완대체의학이 의학적인 접근이 아니라 상업적인 경향으로 흘러 거꾸로 의사들을 옥죌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미 개원가에서는 건식을 포함한 다양한 보완대체의학이 적용되고 있으며, 현장에서 어떤 형태든 의사들의 참여가 요구된다는 의견은 이제 보완대체의학에 대해 마냥 무시만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의사들이 의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국민들에게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의사들이 보완대체의학 시장이 올바르게 작동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편집자주>

보완대체의학, 의학적인 근거 통해 정통의학으로

최근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의사회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과 발을 맞춰 의료계에서도 보완대체의학을 연구해 이를 근거로 보완대체의학을 진료실에서 적용시키려는 다양한 움직임들이 일고 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을 보이는 곳은 12월 12일 첫 보완대체의학 관련 세미나를 개최한 대한보완대체의학회이다. 대한보완대체의학회는 전세일 교수(포천중문의대)가 주도하던 '한국대체의학회'와 윤방부 교수(연세의대 가정의학)가 이끌던 '대한복원의학회'가 합쳐져 지난 9월에 설립된 조직이다. 보완대체의학회는 안전성과 효과성에 대한 고민없이 상업적으로만 치닫고 있는 각종 보완대체의학들을 의학적인 관점에서 선별, 국민과 의사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의사들이 시술하는 것이 설립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보완대체의학회는 12월 12일 창립 심포지엄을 통해 의협의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 보완의학전문위원회와 46가지의 치료보조제 성분을 5가지로 등급화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보완대체의학 인증의' 제도 시행 일정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한의학회 역시 지난 7월부터 보완대체의학 연구 프로젝트인 'CAM 프로젝트위원회'를 가동, 내년 5월 열릴 31차 종합학술대회에서 보완대체의학 활용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 위해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CAM 프로젝트위원회'의 활동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의학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가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검증에 들어갔다는 데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하겠다. 해석여지에 따라서는 보완대체의학을 의학적인 검토를 통해 정통의학으로 적극 끌어 안겠다는 의지로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구 교수(CAM프로젝트위원회 간사·연세의대 약리학) 역시 "미국과 유럽에서는 의료인을 대상으로 만든 의약품 처방가이드북 등에 별도로 허브 등의 보완대체의학 관련 요법의 적응증과 부작용 등을 실고 있다"고 말하고 "의료의 전문가인 의사가 앞장서서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의학적인 검증을 해야할 필요성은 점점 증대될 것"이라고 밝혀 정통의학으로 끌어안을 수도 있다는 추측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보완대체의학과 관련된 활동이 의학회들에 의해 학문적인 접근방식을 취하는 것이었다면 장동익 대한내과개원의협의회장이 회장을 맡고 지난 8월 출범한 대한임상건강의학회는 개원의를 중심으로 유사의료업과의 전쟁을 선언해 보다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3500여명이 참석해 성황리에 열린 임상건강의학회의 첫 심포지엄에서 장 회장은 "건강기능식품 및 보완대체의학 인증위원회를 구성해 각종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인증기준 방법과 절차를 확정할 것"이라고 선언해 보완대체의학을 의사들의 치료영역으로 끌어 들이겠다는 의지를 적극 피력했다. 의협 역시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 산하에 보완의학전문위원회를 만들고 1년 6개월에 걸쳐 각종 건강기능식품들의 성분을 분석하고 이를 등급화하는 연구용역을 발표하는 등 보완대체의학 연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과 미국 이미 정통의학의 범주로

보완대체의학에 대해 관심을 먼저 가진 것은 미국보다는 유럽쪽이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구유럽 국가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의학체계가 현대의학과 보완·대체의학, 또는 현대의학(양방)과 동양의학(한방)으로 이분화되지 않은 만큼 보완대체의학은 현대 정통의학과 더불어 오래전부터 자연스럽게 공존해 왔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Phytotherathy', 'Homeopathy', 'Anthroposophic medicine' 등이 있고 1980년대 부터는 동양의 'Acupuncture'가 본격적으로 소개되어 널리 시술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1999년 유럽에서 보완대체의학 시술을 받은 환자만 5백만명에 이르고 사용된 비용만도 23억 1800만 파운드(6조원)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이런 대중화의 배경에는 각국 정부와 의사협회가 제도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려는 노력들이 주요했다는 의견에 주목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 영국의학협회(BMA)는 1983년 "의사로서 대체요법을 사용하고자 한는 경우에는 적절한 관련단체에 제공하는 훈련과정을 마쳐야 하며 시술자로 등록을 한 후에 보완대체의학을 시술할 수 있다"는 엄격한 규정을 만들었다. 영국 상원 '과학기술위원회 대체의학 분과위원회'는 2000년 보완대체의학 관련보고서를 통해 보완대체요법을 3가지로 구분, 적용가능한 보완대체의학과 그렇지 않은 보완대체의학을 나눠 적용가능한 보완대체의학을 정통의학의 범주로 적극 수용하는 조치를 취했다. 독일 역시 '연방보건복지부' 산하 6개 연구소 중 '약제 및 의료기구 연방연구소'를 통해 보완대체의학과 관련한 규정을 마련했으며, '독일연방의사협회'는 각 대학과 전문학회에 일정한 수련을 거친 의료인에 대해 보완대체의학을 시술할 수 있는 자격을 마련하고 진료 후 보험까지 청구할 수 있는 길을 터놨다. 유럽에 비해 비교적 늦은 감은 있지만 미국의 경우도 보완대체의학의 성장은 눈여겨 볼만 하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올해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미국 국민이 보완대체의학에 쓴 비용은 30조원이 되며 매해 15∼2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미국 의학 전문지인 'Journal of American Association'은 미국인 10명 중 4명이 보완대체의학 관련 병원을 찾았으며, 지난 7년간 보완대체의학을 찾는 환자 수가 25%나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더욱이 미국의 가정의학과 의사들 중 70% 이상이 현대 의학에 보완대체의학 치료를 겸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이미 보완대체의학이 제도권으로 수용되고 있는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의료현장에서의 이런 적극적인 경향과 함께 연구차원에서의 활동도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버드대와 듀크대, UCLA, 애리조나대 등 미국의 명문대들은 이미 '보완대체의학연구소'나 '진료센터'를 가지고 있고, 국가기관인 국립보건원 내에 '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NCCAM)'을 설립해 보완대체의학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적 차원에서도 의대 교육과정에 보완대체의학을 포함시켜 전체 의대생 중 80% 가량이 정규수업을 통해 보완대체의학을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 교육 법적제도 3위일체 돼야

유럽과 미국 등 의료선진국의 예에서 보듯 보완대체의학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돼야 하는 필수조건들이 있다. 이성재 교수는 이를 크게 3가지 요소로 나눠 정리하고 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우선 각종 보완대체의학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검증할 만한 연구기관이 설립돼야 하고, 검증된 보완대체의학을 적용시키기 위한 관련 법적제도가 정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이 3가지 모두 미흡한 상태인 것이 사실이다. 이제 겨우 외국의 보완대체의학 관련 논문들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으며 치료보조제와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는 시작 단계에 막 들어섰다. 또한 가천의대와 고려의대, 포천중문의대 등 몇몇 의대에서 보완대체의학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 전반적인 경향은 보완대체의학에 대해 소극적인게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보완대체의학과 관련한 제도가 현재 없다시피한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대한보완대체의학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정부와 보완대체의학과 관련한 규정을 만들기 위해 협의 중에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구체적인 제도로 가시화되기까지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런 제도들이 미비한 것에 비해 의사회원들의 보완대체의학에 대해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지난 12월 12일 대한보완대체의학회에서 46가지 치료보조제 성분에 대해 등급을 매겼다. 이를 발표한 전민호 교수(울산의대 재활의학)는 "최근 1∼2년 사이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의사회원들의 관심이 개원가는 개원가대로 의대는 의대대로 크게 높아졌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하고 "개원가의 불황과 의학적인 관심이 자연스럽게 결합돼 나타나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대박보고 들어가면 낭패

그럼 이제 보완대체의학은 의료전문가들의 폭발적인 관심에 힘입어 비의료인들의 손에서 의사들의 영역으로 자리를 잡을 것인가? 이 질문에는 몇가지 전제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최근 일어난 개원가의 치료보조제와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이 경영불황의 타개책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에 동감한다면 우봉식 노원구의사회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 원장은 병원 안에 건강식품 코너인 '케어숍'을 설치하고 진료에 적용한 첫 세대로 꼽힌다. 그는 보완대체의학이 의료전문가에 의해 자리 잡을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의사회원들이 성급한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한다. 치료보조제나 보완대체의학을 통해 대박을 기대하고 들어 온다면 틀림없이 실망을 하게 될 것이란 말이다. "길게 봐야 합니다. 그리고 경제적인 동인보다는 의학적인 관심으로 보완대체의학에 접근할 때 의사는 흥미로움을 느끼고 환자는 의학적인 검증을 거친 치료법을 받을 수 있으며 보완대체의학도 정통의학으로 안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성재 대한보완대체의학회 이사장 역시 "내가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수단이 몇가지 더 생겼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며 경제적인 이윤은 그 다음 문제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의협이나 보완대체의학 관련 학회에서 지나친 상업화로 치달을 수 있는 보완대체의학 요법을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 즉 관련 자격증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보완대체의학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의료전문가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관련학회나 의협이 의료전문가들이 지나친 경쟁구도가 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선순환적 구조가 확립돼야 보완대체의학의 안착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보완대체의학 관련 학회나 연구회 등도 서로 벽을 허물고 협력하는 구도를 통해 의학적인 검증을 마친 의료전문가 Vs 비의료전문가의 대결 구도로 보완대체의학을 재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승원기자 choisw@k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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