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미국 대선 의료문제는 뒷전
부시·케리, 눈앞 선거전략 급급 의료현안 외면
미국은 NHI(National Health Insurance·국민개보험·Universal Healthcare Coverage=전체 국민 의료혜택을 말함)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약자에 대한 공공의료(노인보험과 빈민보험)와 지불능력이 있는 자를 대상으로 하는 민간의료가 합쳐서 대다수 국민의 건강관리를 맡고 있다.
무보험자는 경제적 이유로 민간의료를 기피하는 일부 중산층 아니면 결격사항규제에 해당되어 빈민의료혜택에서 제외된 저소득층이다.
지난 3년간 저소득층(FPL 100% 이하, Federal Poverty Level은 연방정부가 책정한 저소득수준. 2003년도 FPL 100%는 가족 1인은 연간수입 9,393달러이며, 가족 4인일 경우는 1만8,810달러이다. FPL 200%는 2배 액수를 말한다)과 무보험자수는 늘어만 가고 있다. <그래프 1>에서 1990년대 호경기로 저소득자 비율이 줄었으나 9ㆍ11 이후 경기불황 때문에 다시 증가하고 있다.
2003년도 저소득자수는 인구의 12.5%인 3,590만 명이고, 무보험자수는 사상 최고로 4,500만 명(인구의 15.6%)으로 증가했다<그래프 2>.
실직에 의한 보험커버 중단 즉, 소속된 기업체가 문을 닫거나 또는 직장에서 해고당함으로써 보험커버를 잃는 경우는 매년 몇 백만 명이나 된다. 그리고 65세 미만에 은퇴하는 자 가운데서 노인보험(메디케어)을 받을 수 있는 연령(65세부터 시작)까지 자비로 보험료를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대형기업체의 38%, 그리고 중소기업의 10%만이 조기은퇴자에게 65세까지 보험혜택을 보장해 준다).
그러나 무보험자가 증가하는 주된 이유는 경기불황에 허덕이는 기업계에서 의료비상승으로 인한 보험료인상 때문에 고용주분담보험료의 지불을 중단한 기업체(특히 중소기업체)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2003년도 직장인으로서 무보험자는 총 2,060만 명이었으나, 2004년도엔 160만 명이 더 증가하리라는 전망이다.
대개의 무보험자는 건강에 자신이 있다는 18∼44세 층이며, 그들의 1/3은 연간수입이 5만 달러 이상의 직장인이다. 그리고 전체 무보험자 중 1,210만 명은 연간수입이 5만 달러 이상의 중산층 가족이고, 그 중 절반(600만 명)은 연간수입이 7만5,000 달러라는 사실도 주목할 일이다.
국립정책분석센터에 의하면 과거 10년간 증가한 무보험자의 90%는 연간수입이 5만 달러 이상의 가족으로 되어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연간수입이 5만 달러 이상인 사람이 정부나 고용주의 도움 없이 자비로 가족의료보험커버에 소요되는 금액은 약 9천 달러라고 한다. 이들 대부분은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체 고용인이며, 한국계를 위시한 많은 아시아인이 여기에 속해 있다. 가족생활비와 자녀교육비에 쓰고 나면 남는 돈이 없어서 무보험자로 남게 되고, 특히 한 푼이라도 더 모아서 미국생활을 계획해 보겠다는 한국계 중소기업인은 더욱 그렇다. 이들은 노력만 하면 의료보험료의 지불이 가능한 층이라고 해서, 못 마땅히 여기는 전문가도 있다.
그리고 저소득층은 빈민의료(메디케이드)에서 커버하는 것이 마땅한데도, 범법사고나 불법이민 등 여러 가지 결격사유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 자가 많으며, 그런대로 그들의 응급의료는 자선의료나 안전망(Safety net)에 의해 커버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이 미국의 '조용한 다수'라 할 중산층에서 무보험자에 대한 동정론이 적은 이유이기도 하며, <표 3>이 시사하듯 대선후보에 거는 중요 이슈에서 의료개혁은 마지막 5번째 뒷전을 차지하고 있다.
뉴욕에서 공화당의 부시대통령 지명대회(8월 27일)와 때를 같이 하여 대선후보에게 보라는 듯이, 증가일로에 있는 저소득층과 무보험자의 그림표<그래프 1·2>를 담은 특별기사가 뉴욕타임스 등 일간신문에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도 양당 후보는 마땅히 톱 이슈가 돼야할 의료문제를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
야당후보 케리는 불경기를 초래한 정부실책을 비난할 뿐, 무보험자를 없애려는 대책제시가 없고, NHI에 대해서는 함구무언이다.
세금삭감으로 경기회복을 이루겠다는 부시의 선심공약에 대항해서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세금부담 증가를 전제로 한 NHI를 내세우지 않으려는 의도겠지만, 아무튼 무보험자는 대선에서 민주당에게도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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