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료과오 현황과 보험위기-23

미국 의료과오 현황과 보험위기-23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2.02 10:01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언론축복 받는 의료과오 5

의료과오 원인규명 재발방지에 최선


제 3케이스 시카고대학 사고

앞서 소개한 하버드대학부속암센터에서의 사고가 탄로난지 3개월 만에 이번에는 하버드 다음가는 시카고대학암센터에서도 동일한 사고가 발생했다.

1995년 시카고 근교에 사는 41세 남자 G는 고환암(Testicular Cancer)에 대한 마지막코스의 화학요법을 5월 26일부터 5일간 받기 위해 시카고대학암센터에 다시 입원했다. 고환암은 예후가 좋은지라 이번 치료를 받고나면 암의 완치가 예측되어, 우체국직원으로 정상적인 직장활동이 기대되었다.

그런데 수련의가 처방을 잘못한 탓에 4배나 많은 용량의 항암제(Cisplatin)를 투여받다가, 마지막 치료날인 5일째(5월 30일)에 담당 RN의 발견으로 과오가 드러났다. 환자는 약물 유해작용으로 청력상실·신부전·칼슘저하·욕창 등을 겪은 끝에 2주일 후(6월 13일)에 사망하고 말았다.

원래 1일분 치료약용량은 Cisplatin 39.4mg과 VP-10 197mg 이었으나, 담당수련의의 처방 실수로 용량이 뒤바뀌어 1일분 Cisplatin 용량을 197mg이라 해버렸다. 담당의사나 RN은 처음 4일간 용량을 재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주사하였고, 환자는 5일간 정상용량의 4배 분량을 4일간 투여받았다. 매일 항암제처방 136개를 처리하는 시카고대학암센터에서 처음 발생한 큰 사건이다.

이번 사고의 소송에서 피고변호사는 "많은 사람이 환자 G의 치료에 매일 관여했으나, 모두가 눈 뜬 봉사였다"고 비난했으며, 병원당국도 "G는 올바른 치료만 받았더라면 보통수명을 누릴 수 있는 케이스였다"고 인정하고 사회에 사과했다. 병원은 암 전문가인 주치의와 담당 수련의를 정직 징계시켰다.

축복 케이스 2와 3은 항암제화학요법의 용량 잘못으로 1994~1995년에 생긴 의료사고다. 필자는 1970~1972년 미국 내과 수련 직후 웨스트버지니아대학병원에서 '미국화학요법 그룹B' 연구팀원으로 실험적인 항암제치료에 종사한 경험이 있어, 이 글을 쓰면서 감회가 깊다. 당시만 해도 공인된 항암제요법이 없었던 때라, 치료효과가 기대되는 인체 암(백혈병·다발성 골수종·임파선 암 등을 비롯한 몇 가지 암)의 진단이 확정된 자로서 실험적인 무료치료에 참가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그룹의 하나였다. 담당교수 감독아래 병원의 이 연구프로토콜을 맡았던 필자는 등록된 환자(입원환자 중 평균 3~5명)에게 추천된 여러 항암제치료용량을 산출(체중, 신장, 연령별로)해서 오더를 내고, 담당수련의의 협조를 얻어 매일 관찰하는 일과였다. 특히 주말에는 요법에 익숙하지 않은 숙직수련의가 투약해야 하므로 불안했지만 무사히 지났음을 큰 행운으로 여긴다. 치료결과 일부 환자는 정밀검사(혈액·X-선·골수검사 등)로 완전 회복되는 일이 가끔 있어 큰 보람이 있기도 했으나, 얼마 안가서 100% 재발되는 사실에 직업적 비애를 느끼곤 했다. 물론 치유확률이 크게 높아진 지금과는 다른 시기였다. 이러한 환멸에서 벗어나려고 필자는 얼마 후 학계를 떠나 임상의(일반내과)로 세월을 보냈다. 돌이켜 생각하면 보다 넓은 세상을 살아왔다는 점에서 후회가 없다.


병원서 정성껏 처리한 제 4케이스

플로리다지방에서 발생한 제 4 언론축복케이스(참조 필자칼럼 55)는 간단한 투약이 빚은 비극인데, 사고처리에 있어 의료진과 병원당국이 보인 진실성과 열성이 미국의료계에 귀감이 되었다는 점에서 특기할 의료사고다.

1995년 12월 13일 플로리다 M병원의 이비인후과에서 7살의 건강한 소년 Ben Kolb(BK라 함)는 국소마취에 의한 간단한 수술로 짧은 시간에 끝낼 수 있는 귀의 흠집 제거수술을 두 번째 받았다.

수술을 시작하기 전에 수술부위에 Xylocaine 국소마취주사를 한 직후, 환자의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혈압이 상승하더니 별안간 심장마비에 빠졌다. 서둘러 심폐소생술을 받아 심장박동은 되살아났으나, BK는 인공호흡기에 매달린 채 혼수상태가 계속되었으며, 다음날 사망했다. 사고 즉시 수술실에서는 잘못된 주사 탓임을 짐작했으나, Xylocaine은 매일같이 수술실이나 외래시술에서 사용되고 있는 약품이었다. 그런데도 마취주사약을 잘못 사용한 결과 사망한 사고로 나중에 판명되었다. 마취의사와 담당외과의와 병원은 즉시 원인규명에 나섰고, 원인이 밝혀지자 그들 모두 책임을 통감하고 사건수습과 예방을 위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함으로써 BK사고처리는 미국병원협회의 찬사를 받았다. 미국병원협회는 이 사고를 계기로 교육비디오를 만들어 여기에 과거 의료과오를 일으킨 적이 있는 의사들의 솔직한 회고담을 담은 내용을 교제로 제작해 전국 각 병원에 보급했다. 비디오에서 BK의 마취의사는 고백하기를 "우리는 사고 즉시 가족에게 솔직하게 모든 것을 말했지요. '우리는 당신 아들에게 주사약을 잘못 썼습니다. 우리가 도와드릴 일을 알려 주십시오'하고 말했습니다"고 했다.

사고 후 M병원 위험관리부는 수술부위에 국소마취주사 직후 급성순환기 장애가 왔다는 점에서 다음 3가지 가능성을 추정하고 철저한 조사에 착수했다.

1. 환자가 사용약물에 대한 급성과민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종전수술에서 아무 이상이 없었으므로, 환자의 특이체질 가능성이 희박했다.

2. 사용한 주사액에 불순물이 함유됐을 가능성도 있어, 수술시 사용한 주사기와 약병을 봉인해서 국내 전문검사시설에 보냈다. 그리고 병원내 모든 병동에서 동일약품을 사용치 못하게 회수하고, 제약회사에도 약제사고 가능성을 통보했다.

3. 마지막으로 수술팀이 주사액을 뒤바꾸어 다른 약제로 주사했을 가능성도 있었으나, 몇 천 번이나 되풀이 사용하는 주사약이고 보면 이러한 미스는 상상외였다.

결국 환자 사망 3주일 후 M병원은 주사기내용물검사를 의뢰했던 펜실베니아 주정부 검사실로부터, 주사기안의 약제가 Xylocaine 아닌 아드레날린희석(1,000배) 액체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리하여 가장 초보적인 약물미스가 건강한 소년의 생명을 빼앗아 간 것이 입증되었다.

수술실에서 으레 많이 사용하는 국소마취용 Xylocaine과 국소 출혈방지용으로 1,000배 희석한 아드레날린을 약병에서 주사기나 다른 용기에 담아서 옮겨, 레테르 표시를 해두는데 이 과정에 사고의 불씨가 잠재했던 것이다.

병원 자체조사는 수술실 사고원인이 준비과정에 결함이 있었음을 찾아내고, 개선방법으로 다음 2가지 규제안을 작성했다.

1. 제약회사 약병에서 주사기나 다른 용기에 옮길 때는 반드시 의사 2인의 입회를 요한다.

2. 수술실에서 약을 담은 주사기나 용기에 레테르 부착은 정확하고 일목요연한 방법을 써야한다.

2001년도 5월 미국FDA(식약청)는 그들이 1년간 접수한 약물과오 보고 총 341건을 원인별로 분석하여 발표했다<표 1>.

BK사고는 주사액을 다른 용기에 옮기는 과정에서 잘못된 의료인과실 또는 옮긴 용기에 레테르를 잘못 기재한 것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M병원은 배후타협을 통해 가족에게 충분히 보상했으며, 유사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전국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