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먹거리만 다스려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
20세기 후반의 '건강의 적'은 담배였으나 정부와 학계의 금연운동이 주효하여 미국인의 흡연율은 크게 줄어들었다. 1985년도의 흡연율은 30%에서 2000년도에는 23%로 크게 감소되었다.
WHO 추정에 의하면 지구상 모든 질환의 45.9%는 생활습관의 개선으로 예방이 가능한 소위 생활습관 질환이며, 심장혈관 질환, 당뇨병, 뇌졸중, 여러 종류의 암과 만성호흡기질환이 여기에 속한다. 미국에서 연 30만 명이 이러한 예방할 수 있는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세계 도처에서 매년 사망하는 5,650만명 중 59%도 그러하다.
생활습관병은 풍요한 선진국을 비롯하여 현재 유행병처럼 세계적으로 번져가고 있으며, 성인병의 주를 이루고 있는 이런 병을 유발하는 위험요소는 담배 못지않게 음식이 관여하고 있음이 실증되고 있다. 앞으로 지구상의 현대질환이라 할 생활습관병을 퇴치하는 방법은 음식을 다스리는 일이고, 그것이 바로 식성개량과 운동을 통한 체중관리다.
20세기의 질병예방 목표가 금연이었고 따라서 현재 흡연자는 떳떳한 21세기인 될 자격이 없는 자라 해도 변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21세기 지구상의 건강목표는 건강식과 운동을 통한 건강과 QOL(삶의 질)향상이라고 WHO는 천명했다.
지구촌 건강목표 삶의 질 향상
먹을 것이 귀한시절 사람들은 자양분이 많은 음식을 찾다보니 영양식(榮養食)이라는 개념과 영양학(榮養學)이라는 학문이 생겨났다.
그러나 풍요한 사회에서 이러한 과다한 영양이 오히려 '만병의 근원'이 되고, 특히 만성질환인 생활습관성 질환의 주범이 되고 있다.
여담이지만 영양(榮養)이라는 용어는 근대화과정에서 일본인이 만든 조어이고, 원래 중국 옛 선비들이 창조한 건강식 용어는 영양(營養)이라는 것을 필자는 몇 년 전에 처음 알게 되었다. 중국의 병원에 가보면 영양과(營養科)간판이 붙은 곳이 있어 사람 교육(양성)하는 곳이라 착각한 적도 있다.
몸의 건강을 유지하는 진정한 건강법은 자양분 많은 음식섭취가 아니라, 사람의 음식을 잘 다스리는 일이고, 그것이 원래의 영양(營養)이었던 것이다. 영양(營養)은 영식양생(營食養生)의 준 말이니, "먹는 것(食)을 잘 다스리면 생(生)이 잘 양성 된다, 즉 삶의 질(QOL)이 좋아 진다"는 뜻이 담겨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건전한 식생활을 통한 건강관리에 대해 국제적인 움직임이 가열되었다.
WHO와 FAO(유엔식량농업기구)는 식생활에 관해 독립적인 전문가에 의한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이것이 지구상에 증가해 가는 만성질환의 부담과 대결하는 세계적 전략의 기조가 될 것이다.
'식생활과 영양 및 만성질환 예방에 관해'라는 이 보고서는 WHO와 FAO가 공동으로 2년에 걸친 전문가 조사에 의한 것이며, 문제해결을 위해 서로 밀접히 협력한 두 기구의 대표가 발표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생활습성으로 인한 만성질환과, 여기에 대한 식생활과 영양 및 운동의 관계에 관해서 현재 알려진 최상의 과학적 근거에 의거해서 심장혈관 질환, 여러 형태의 암, 당뇨병, 비만, 골다공증 등을 검정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지구상에서 사망자의 59%가 이러한 만성질환으로 인해 사망한다는 사실을 역설하고, 포화지방과 당분과 염분을 피하고, 풍부한 야채와 과일을 섭취하는 식생활과, 정기적인 운동으로서 이 높은 사망률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맺고 있다. 그래서 모든 국가는 국민에게 보다 나은 건강식과 육체운동을 권장하여, 만성질환(생습병)예방에 총력 궐기해야 한다고 했다.
생활습관병 예방에 총력 궐기
현재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모든 선진국은 여기에 호응하고 있으나, 개발도상국들은 재정난으로 인해 증가해가고 있는 만성질환의 위협에 대처할 자금이 없음을 환기시키고, 이러한 문제해결에는 국제적인 보건전문가의 협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당시 WHO 책임자는 발표문을 설명하면서 "심장혈관 질환, 당뇨병, 암과 비만 등은 이젠 풍요한 나라의 질병을 넘어서, 대다수의 만성질환은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우리가 겪은 경험이 말해주듯, 국가차원에서 약간이라도 식생활개선과 운동을 도와준다면 단시일에 놀라울 정도로 현저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구상 증가일로에 있는 만성질환에 직면하여 그 예방을 위해 식생활과 운동과 건강에 관한 WHO의 세계전략이라 할 이번 보고서는, 중요한 과학적 기반으로 이용되는데 큰 뜻이 있다"고 했다.
보고서에서 구체적으로 추천한 식생활 내용은 1일 지방섭취는 30%미만으로 하되 포화지방섭취는 10%로 줄이고, 탄수화물에서도 당분섭취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염분을 1일 5Gm 미만으로 제한하며, 야채와 과일을 매일 400Gm 이상 섭취할 것 등이다.
이러한 지구인의 건강정책책정에 직접 FAO가 참여한 이유는 "식생활경향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갈 필요가 있는지를 검정하고, 그 필요성에 응해서 세계 식품산업과 농업분야가 어떻게 조정해나갈 수 있는가를 분석하기 위해서, 소비패턴의 경향에 관한 조사는 FDA의 소관"이기 때문이다.
국가차원 식생활 개선 운동 바람직
장차 식품과 농산물의 생산과 무역에 대해, 21세기 건강식이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의 조사가 중요한 것이다.
21세기 세계와 각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정책은 건강을 통한 삶의 질이고, 여기엔 건강식의 적극 보급이 세계보건계의 가장 큰 과제라는 것이 WHO와 FAO 발표문의 취지라 하겠다.
WHO의 이러한 추천은 미국에 새로운 것이 아니며, 미국은 오래 전부터 건강향상정책을 거국적으로 모든 지역에서 실천하고 있음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다.
필자가 거주하는 시카고 북쪽교외에 있던 군용비행장이 몇 년 전에 폐쇄되어, 비행장과 그 주변의 광막한 벌판이 개발지역으로 변했다.
미국상류층이 사는 교외인지라, 그곳 황금토지에 상혼이 깃들여 고급주택과 상가를 유치하리라 예측했다. 그러나 정부와 지역사회가 주관하는 그곳 땅에 가장 먼저 들어선 시설은 지역스포츠센터, 노인센터, 학교, 어린이박물관, 어린이공원과 운동장, 민간골프장, 지역골프장 등이다. 이들 건전한 공중시설이 허허벌판의 절반을 메우고, 나머지 절반만이 주택과 상업구역으로 건설 중이다.
AMA는 2003년 12월 1일 성인병의 원천인 비만에 대한 책자(A Primer for Physician: Assessment and Management of Adult Obesity)를 발간하여 21세기 의사들의 필수휴대품으로 정했다.
미국상원은 12월 10일 여당지도자 Frist의원(심장외과 전문의출신이며, 2008년도 부시대통령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다. 참조 필자칼럼 35와 37번)이 제안한 법안 '식생활 개량과 운동'(IMP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국민보건을 위협하는 생활습관성 만성병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식생활 개량과 운동을 통한 문제해결에 목표를 두고 있으며 의료계에 대한 재정적지원에 있어, 이와 관련된 분야에 최우선권을 두게끔 했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정보수집, 연구조사, 내용분석 등은 질병통제센터(CDC), 미국의학원(IOM), 보건부(HHS)등 각기 해당 정부부서와 그 산하기관에 권한부여 및 보고임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학계와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건강식과 운동이 21세기 건강의 금과옥조임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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