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새 날을 여는 젊은이들에게
시론 새 날을 여는 젊은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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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1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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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규창(서울의대 학장)

청운의 꿈을 키우며 예과를 들어와, 힘들고 어려운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마쳐 이제 새내기 의사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분들께 그간의 노력과 성과에 치하를 보낸다.

그동안 교수와 선배들의 엄한 가르침과 동료간 협력과 경쟁을 통하여, 그들은 기를 펴고 크게 날개를 젓는 것을 배우기보다는 꼼꼼함과 조심스러움을 더 많이 배웠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격동성과 그 양지와 그늘을 이해하기보다는 유전자의 신비와 심장박동의 위대함, 그리고 테레사 수녀의 숭고함에 더 심취하였을 것이다. 혹자는 푸른 꿈을 갖고 의과대학에 입학한 큰 인재가 의과대학 4년 과정을 마치면서 작은 틀에 맞추어진 왜소한 존재가 되어 버리는 느낌도 가질 것이다.

흔히 졸업은 새로운 시작이라고들 하지만 의학교육이야말로 새로이 의사됨이 바로 의료인으로서 의학교육의 시작이라고 하겠다. 날로 늘어가는 의학지식과 정보를 배우고 닦기에 4년은 너무 짧은 기간이다. 새로이 의료와 연구, 그리고 응용 분야에 나서는 이들에게는 당연이 배우고 익힘이 지속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들에게는 지금이 새로이 앞날을 그려보고 새롭게 다짐을 하는 것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매우 흥미진진한 삶의 첫 발을 내딛는 흥분된 순간에 있는 것이다.

새롭게 출발하는 이들에게 선배로서 미안한 것들이 많다. 몇 가지만 든다면, 우선 전공의 제도이다. 과도한 근무 양과 열악한 근무여건, 그리고 부실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별로 개선하지 못한 점이다. 전공의 운영에 있어 교육의 논리보다는 병원경영의 논리가 앞서 있다. 인턴제도는 병원과 의사 모두 선택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논의조차 시작 못하고 있다. 학생 때 임상교육을 강화하여 반드시 인턴을 하지 않아도 능력만 인정되면 바로 레지던트를 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 현재의 의료보험제도는 모순과 갈등의 요소가 너무 많다. 시장 논리가 배제되고 통제된 의료체계는 전혀 그렇지 않은 외국의료로의 개방과 맞물려 그 목적과 흐름을 가늠하기 어렵고, 사람 생명을 좌우하는 필수 의료에 대한 상대적 저수가와 양한방간 갈등, 의사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의약정책의 일부 요소들, 현행 공공의료에 대한 의문들은 우리의 새내기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여기에 국민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은 5년, 10년 후의 앞날보다는 오늘의 선거권자의 주머니를 우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이과계 우수 고등학생의 대부분은 전국의 의과대학으로 진학한다. 필자 역시 이를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좌우간 현실은 그렇다. 의과대학 학장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의 가장 큰 고민은 이렇게 우수한 학생들이 의료와 의학에 유입되지만 이들이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우리의 반도체, 자동차, 조선, 화학 등을 이룬 원동력은 과거 경쟁을 통하여 정제된 우수 인력이 전자공학, 화학공학, 물리학, 화학 등에 유입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적어도 작금에 나타난 우리의 경우는 그것과 거리가 있다. 우수 학생들은 비보험 항목이 많고 의료분쟁이 적으며 수가가 상대적으로 높고 업무의 난이도가 낮고(쉽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분야로 모인다. 전술한 요소 중 좋은 요소가 있는 부문은 모두 좋은 요소 뿐이고 나쁜 요소를 가진 부문은 거의 모든 면에서 나쁘다. 일은 힘들지만 경제적으로 대우를 받는다는 식이 아니고 일도 편하고 돈도 많이 버는 식이다. 기초의학 분야와 일부 힘들지만 필수적인 외과 분야가 홀대를 받는다.

사회에서는 의과대학에서 사명감 교육을 하지 않아서 의사들이 이기적이라고 한다. 그러한 교육이 모자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회가 만들어 놓은 거대한 물줄기를 사명감 고취로 거슬러 오르지는 못한다. 기왕 모인 인재는 그런대로 잘 키워서 피부과 강국, 안과 강국을 만들어야 한다. 또 적어도 일부 우수 인력이라도 별도의 물길(앞날 보장, 교육기회와 비용 제공 등)을 틔어 우리 나라 의학의 학술적인 기초를 구축 강화하여 이를 핵심 의료분야, 관련 산업 등으로 유입시켜야 한다. 유전체 연구, 면역학, 이식의학, 심혈관 외과,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등 차세대 첨단 기초연구와 치료기술 개발에서부터 의료정책, 국제의료법, 언론, 군진 의학, 대중의학교육, 의료 정보 등에 이르는 넓은 분야에까지 훌륭한 인재들이 유입되어야 한다. 의료와 의학이 이공계 파괴의 주범이 아니라 장차 오늘의 반도체와 자동차처럼, 차세대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분야임을 지금 국민을 대상으로 설득하여야 한다.

우리의 고객이자 존재 이유인 국민과 사회에 여러 각도에서 친근하게 다가서고 봉사하면서 그 준비를 차근차근 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오늘의 새내기 의사들이 바로 그 역할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의료와 의학계에서 여성문제 또한 중요하다. 나날이 늘어가는 여성인력의 비율을 생각하면 우리의 앞날은 여성 전문인력의 역량 발휘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성 평등의 사고와 의료전문인에 맞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지원 없이는 우리의 절반에 가까운 인적 자원을 외면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새내기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그간 4년의 과정동안 그들이 틀에 짜인 왜소한 존재로 변했다면 이제는 그 터널에서 나와 새로이 꿈을 갖고 비상을 준비하는 시기가 되었다. 지금 암울함이 있다고 꿈을 접을 이유가 없다. 앞날은 그대들이 만드는 것이다. 선배들 역시 최선을 다할 것이다. 불행히도 생각과 이해가 다른 동반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일이지만 말이다. 그것은 오늘의 그대들과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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