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헌(서울醫大 교수·약리학)
신경세포와 신경섬유로 구성된 생물학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고도의 정신화동의 근원이 되는 인간의 뇌는 소우주라 불리 울 정도로 복잡한 우주연구에 비길 정도로 어렵고 끝이 없다. 앞으로 올 21세기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과학적 과제로 대두되리라고 생각되고 있다. 그 하나는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內 우주인 우리 뇌의 신비를 밝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신경과학 연구의 발전 과정을 개괄해 볼 때 대략 20세기 중반까지는 뇌 연구가 주로 형태학적 혹은 해부학적 관점에서 연구되었음을 반해 중반 이후로는 노의 기능적 측면이 강조되어 생리학 및 약리학적 뇌기능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 인간의 정신활동과 갖가지 행동의 근본이 신경전달물질이라고 하는 조그마한 화학물질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 들어 유전자 및 분자차원에서 더욱 미시적으로 뇌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분자생물학(유전공학)이 크게 발전하면서 고차원적인 뇌 정신기능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데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예를 들면 유전자 차원에서 연구하는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미지로 남아있던 많은 신경정신 기능 관련 유전자와 질병 유전자가 밝혀지고 있고, 최근 첨단 공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서 뇌의 형태는 물론 기능까지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자기공명촬영기법(MRI)과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PET)이 개발 발전되어 뇌의 고차적인 기능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영상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신경과학 연구에 철학, 심리학, 언어학 등의 인문사회과학과 신경회로망, 인공지능, 로봇을 연구하는 공학 분야가 밀접하게 연계됨으로써 ‘인지과학’ 이라는 새로운 학문분야가 태동되어 발전되고 있다.
신경과학의 연구 성과들은 실제 우리의 삶의 질에 영향을 주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직접 관련되어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서 질환의 원인규명 즉 뇌 의학에의 공헌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 연구결과, 고위정신기능, 지응, 감정, 폭력성, 행동과 관련되어 있는 일부의 유전자들과 많은 신경정신계 질환이 유전자 차원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요즈음 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치매의 경우, 알츠하이머병(노인성치매)의 일정부분이 21번 염색체에 있는 아밀로이드 유전자의 이상으로 생기며, 조기 유전성 치매는 14번과 1번 염색체 이상으로 오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을 뿐 아니라 19번 염색체에 있는 ApoE4 유전자가 주요 위험인자로 밝혀지고 있다.
21세기 노령화 사회에서 우리 인류를 가장 괴롭히게 될 일명 “21세기 질환”으로 불려지고 있는 알츠하이머병(노인성치매)의 연구가 현재 매우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뇌질환 가운데에서는 가장 빨리 다음 세기 내에 어느 정도 정복이 가능하리라 예견되고 있다.
또한, 이상 운동과 치매를 동반하는 파키슨병과 헌팅턴무도병도 특정유전자에 이상이 있어서 발병하는 것이 최근 알려졌고, 정신분열병과 우울병 일부의 원인도 역시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어서 다음 세기에는 보다 정확한 원인 유전자가 상당부분 밝혀지게 될 것이다.
또한 도파민 신경세포가 파괴되어 잘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질병인 파킨슨병의 치료에 도파민 신경세포가 파괴되어 잘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질병인 파킨슨병의 치료에 도파민 생성 유전자를 직접 다른 세포에 넣어줘서 새로운 도파민 기능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유전자 치료술이 역시 다음 세기 중반까지는 크게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분자생물학적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에서는 막대한 연구비를 들여 현재 유전자지도작성사업(인간게놈사업, Human Genome Project)을 진행시키고 있으며, 이런 추세라면 2003년이면 완료되리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신경계질환의 분자유전적 기전연구 나아가서 치료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이와 같은 미시적 신경과학의 눈부신 발전과 동시에 뇌를 조직 내지 계통의 수준에서 연구하는 거시적 신경과학분야들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이런 신경과학분야의 연구 성과들이 뇌공학 분야의 발전에 응용되고 있어서 신경과학과 유관 공학 분야의 상호의존적인 관계가 돋보이며 향후 21세기에는 이와 같은 상호 의존이 더욱 긴밀해 질 것으로 예측된다.
예를 들어 현재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뇌지도 작성사업(Brain Mapping Project)은 방대하고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수 천억 개의 뇌신경세포들의 기능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인간의 뇌를 살아서 활동하는 상태에서 촬영하여 뇌의 각 부위가 어떤 기능을 어떻게 수행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모든 생명과학 기술과 영상기술을 망라한 첨단정자공학기술이 모두 동원되고 있다.
그러나 뇌연구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되기 위해서는 뇌의 신비를 우선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신경과학연구가 먼저 발전되어야 효과적으로 질환으로부터 뇌를 보호할 수 있으며 나아가서 인공두뇌나 신경컴퓨터와 같은 뇌를 창조할 수 있는 것이다.
신경과학 여러 분야 등에서 이와 같은 기초과학 연구가 더욱 진척되어 성과가 모아지면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는 사람의 성격과 인지행태, 지능, 감정과 행동을 추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뇌질환을 진단하고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뇌신경세포를 다른 사람의 뇌에 이식하는 기술도 크게 발전하여 질병치료에 공헌하게 될 것이며 우수한 뇌기능 유전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도 개발되어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일도 어느 정도는 가능해 지게 될 것이다. 다음세기 중반까지는 뇌신경세포성장과 노화의 비밀 상당부분이 밝혀지게 될 예상이며 그렇게 되면 현재는 불가능한 손상 뇌 세포 일부를 재생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멀지 않은 장래에 인간의 두뇌를 닮은 ‘인조 뇌’나 ‘신경컴퓨터’도 어느 정도 제조할 수 있게 될 수도 있고 이런 뇌를 가진 인조인간은 사람처럼 복잡한 환경에 적응하여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이런 인조인간이나 신견컴퓨터의 등장으로 우리 인간생활은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새로운 차원의 세계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새로운 산업혁명이 일어나게 될 것이며 인간의 정체성 및 윤리에 크나큰 변혁이 일어나 인간생활은 크게 변화할 것이다.
이와 같은 신경과학의 발전추세와 미래를 예측해 볼 때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은 향후 국가적 차원에서 당위적인 과제가 된다. 무한경쟁시대에서의 국가적 생존, 더 나아가 차세기 선진국 진입의 국가적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경과학, 우리나라 뇌공학의 발전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것이며 특히 신경과학과 뇌의학의 발전은 다가온 21세기 과학기술의 중요한 핵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