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로(인제대 일산백병원장)
우리사회는 지금 과도기적 터널을 지나가고 있다. 열려진 세계속에서 우리의 미래는 풍요와 번영으로인가 정체와 낙후로인가, 아집과 폐쇄냐 또는 관용과 개방이냐, 동질성과 의존성의 보전이냐 다양성과 독립성의 영입이냐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며 선택해야할 시기를 맞고 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가는 길이 달라질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가 각 문화권사이의 사고와 행동의 차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 장단점을 현명하게 가려내어 버릴 것은 과감히 밀어내고 받을 것은 깊이 챙기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결국에는 하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생각의 지도>는 저명한 심리학자인 니스벳 교수의 역작 중 하나이다. 인간의 사고과정을 실험적 방법을 통하여 검증함으로써 '보편적 인간(사람들의 사고과정은 세계 어디를 가든 동일하다)'이라는 서구적 전통개념에 도전한 저서라고 평가되고 있다. 동양과 서양사이에는 상이한 사고체계가 과거 수 천 년 동안 계속되어 왔고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저자는 역사적, 철학적 증거들과 함께 민속지학, 사회과학 및 생태학적 연구결과들을 총동원하고 있다.
동양과 서양의 세상을 지각하는 서로 다른 눈, 생각하고 행동하는 내용을 비교검토하며 전개되는 저자의 논지는 모든 면에서 꼭 수긍되지는 않더라도 괄목할 만하다.
개인의 관계중시 대 개인의 자율성 중시, 사물의 관계중시 대 사물의 본질중시, 타협 대 논쟁, 세상에 적응 대 세상을 지배, 순환론 대 직선론, 상황론 대 본성론, 경험중시(감성) 대 논리중시(이성) 등으로 동서양의 생각과 행동을 분석한 것은 매우 흥미롭다. 또한 동양에서 도움을 받을 서양의 사고습관으로 서양의 지나친 형식주의, 양자택일논리 및 기본적 귀인오류에 대한 비판은 주목할만하다. 저자가 조심스럽게 비판한 동양사고로는 모순(양쪽 모두에 진실이 있다는)의 허용이 과학적 사고를 방해한다는 점, 논쟁과 수사학의 결여, 복잡성이 단순한 모델형성을 방해하여 진리탐구의 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점은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다.
우리가 원하건 않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나날이 달라져가고 또 좁아져 가고 있다.
경제, 사회, 정치,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그러하다. 편협한 민족주의, 적대적 국가주의, 지역주의와 패권주의는 퇴색할 것이며 서서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언제인가 결국에는 진정한 의미의 국제화의 날이 올 것이 기대된다. 이미 세계의 경제와 문화들은 국경을 넘어 성장하고 있으며 빠른 속도로 하나로 융화되어가는 과정에 있다.
이런 가운데 동양과 서양의 서로 다른 생각과 행동은 섞이고 조화를 이루어 더 좋은 국제적인 것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내일을 향한 우리들의 진솔한 생각과 행동이 어두운 과도기를 짧게 물리고 새날을 앞당기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