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비통하고 참담한 마음으로 우리 7만 의사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자발적으로 궐기하여, 현 정부의 독선과 위선을 지적하고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
첫째, 현재의 의약분업안은 약물오남용의 주범을 오히려 보호하고 있다.
둘째, 올바른 보건의료정책은 의사가 양심적으로 올바른 진료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료개혁의 방향설정을 잘못함으로써 엉터리 의약분업안이 도출되었다.
세째, 정부는 의사들의 진지한 충언에도 불구하고, 힘의 논리에 의거하여 진정한 의료개혁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렸다.
네째, 정치적인 일부 시민단체를 앞세워,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만든 1999년 5월 10일 합의안조차,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가 먼저 약속을 파기하고서도 모든 잘못을 의사들에게 뒤집어 씌워 왔다.
다섯째, 지난 여야 영수회담에서 의료계의 의견을 반영하여 약사법을 개정하겠다는 약속마저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 여야 정치가들을 존중하고 신뢰하여 이를 상세히 문서화하지 않았음을 악용하여, 의료계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조차 하지 않고 정치일정에 쫓겨 오히려 더욱 개악된 약사법을 만들었다.
이 땅에는 진정 국민을 위하고 국민이 신뢰할 만한 지도자가 없다는 말인가!
정부는 왜 잘못을 인정하면 안되는가? 정부는 전지전능하며 완전무결한가? 정부는 진정한 전문가들의 능동적인 협조가 없어도 이 나라를 훌륭하게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자신하는가? 정부는 과연 자유민주국가의 정부인가?
지난 수개월간 정부는 편향된 일부 시민단체를 앞세워 의도적으로 의사들을 헐뜯고 매도하였으며, 일부 정치 지향적 학자들과 관리들의 잘못된 논리와 조사에 근거하여 엉터리 의약분업안을 만들고, 오만하게도 국민을 기만하면서까지 이를 강요하는 이중삼중의 잘못을 저질러 왔다.
정부의 의약분업안은 잘못된 점이 너무 많아 엉터리라고 규정할 도리 밖에 없다.
이는 의료행위의 주체에 대한 정부의 이해가 천박하여 시작부터 잘못되었기 때문이며, 이 잘못을 덮기 위하여 또다른 잘못을 저지르는 일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엉터리 의약분업안에 순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환자를 돌보아야 할 의사들을 처벌하겠다는, 자유민주국가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법은 자유민주국가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독재국가에도, 공산주의 국가에도 있다.
문제는 법이 누구를 위하여,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 시행되느냐에 있는 것이다. 정부는 권력의 누수만을 걱정하는 치졸한 권위주의적 행태를 버리고, 무엇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것인가를 생각하는 정권출범의 초심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우리 7만 의사들은, 다음의 선결조건이 모두 충족될 때에 비로소 정부가 의사들의 충언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된 것으로 간주할 것이다. 이것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다만 정부의 태도가 얼마나 솔직하고 진지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전제조건일 뿐이라는 점을 천명한다.
단 한가지라도 무시된다면 이는 정부가 대화할 의지가 처음부터 없었고, 거짓 개혁을 앞세워 공포정치를 지향함을 밝히는 것으로 간주하며, 마지막 일인까지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 항거할 것을 밝히는 바이다.
의 료 개 혁 의 선 결 조 건
1. 정부는 엉터리 의약분업을 즉각 중단하라.
① 올바른 의료제도에서는, 의사가 의료행위의 주체일 수 밖에 없음을 확인하고 이를 천명하라.
② 잘못된 논리와 조사에 근거하여 마련된 엉터리 의약분업을 즉각 파기하라.
③ 엉터리 의약분업을 간교하게 강요해온 비전문적, 비민주적 작태에 대해서 즉시 사죄하라.
④ 차흥봉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하 엉터리 의약분업을 밀어부친 정책입안자 및 담당자는 즉각 사죄하고 사퇴하라.
⑤ 우리나라의 기본 의료환경이 열악하게 된 근본원인이 철저히 규명되도록 공정하게 엄선된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조사단을 즉각 구성하라.
2. 의사들을 협박하기 위한 짜맞추기식 정치탄압을 즉각 중지하라.
① 김재정 의협회장의 구속, 한광수 서울시의사회장, 최덕종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위원장직무대리의 체포, 이철민, 김미향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운영위원들의 불법연행 등 비이성적이며 비합리적인 짜맞추기식 사법처리를 즉각 중지하라.
②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신상진 위원장 및 운영위원들과 대한전공의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김명일 위원장 및 집행부에 대한 수배 등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비민주적 정치탄압을 위한 권력남용을 즉각 중지하라.
2000년 8월 3일
대한의사협회 의권쟁취투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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