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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시론 한의대 의학강의 해야 하나?
시론 한의대 의학강의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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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2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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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감(대한영상의학회 이사장)

한의사제도로 야기된 문제들을 논리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해 본 적 있는가? 보약이 '국민의 약'으로 인식되어 있는 우리의 정서는 그러한 노력을 매우 어렵게 하고 그 어려운 설득(?) 대상이 교육과 경제적 수준, 사회적 지위에 관계 없음을 알고나면 허망해지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렇다고 의료제도의 붕괴와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이 문제를 회피할 것인가?

학문을 추구할 자유를 막을 순 없다. 그러나 그 학문을 배웠다고 해서 스스로에게 특정 자격을 부여하는 행위를 그냥 둘 수는 없다. 왜 한의사는 의학을 공부하려 하는가? 한의학의 과학화란 논리적으로 맞는 말인가? 한의대에서의 의학 강의는 국민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

상식을 되플이해야 함은 매우 답답하나 상식조차 통하지 않는 이 어려운 문제는 그래도 그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식물과 식품 등에 있는 성분이나 특정기술이 질병과 인체에 미치는 효과를 과학적으로 연구함은 의학이다. "동의보감에 기록된 식물이므로 한방이다" 혹은 "한방의 과학화다"라는 그들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개념의 혼돈은 곧 정확한 한방진단을 위해 의료장비를 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비약하게 되며 한방진단이 기와 체질에 바탕을 둔 전혀 다른 분야임을 망각하게 하여 부당한 의료행위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한다.

의학은 재료나 기술이 어느 국가에서, 어떤 인종과 종족에 의해 개발되고 쓰여지던 것인지를 묻지 않는다. '과학적 근거와 객관적 효과의 증명과 함께 비효율의 버림'의 본질을 충족하면 국제적 통념의 의학이며, 이는 한방진료와 근본적으로 다른 한 치도 흔들릴 수 없는 본질이다

한방진료의 과학화는 이미 120년 전에 시작되어 수 많은 의사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국제적 흐름과 수준을 같이 해 왔으며 지금은 그 종(種)이 완전히 다른 '의학'으로 진화되어 자리잡고 있다. '비효율의 버림'의 원칙을 거부하여 진화를 포기한 한방의료가 이제와서 과학화하겠다는 극히 비논리적 주장은 의도된 착각일 뿐이다. 두 학문은 120년을 지나며 본질이 다르고, 주체가 다르며, 주체의 생각과 의도 및 윤리관이 모두 달라졌다. 그 다름을 부정하면 둘 중 하나는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뿐 만 아니다. 한의학은 의학과 별개다라고 의료법에서도 명시하였다. 자격도 별도로 부여하고, 영역의 이름을 따로 부르며, 서로 침범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한방의료의 범위가 무엇인가를 관념과 상식에 맡겨 두었다. 이는 이미 오랫동안 존재해 왔던 한방적 진료방법이 무엇인가를 그 누구도 시비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의료의 범위를 법으로 구체화 하기 어려운 것은 과학과 함께 끊임없이 발전하며 비효율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채택하는 본질 때문이다.

의학강의가 "한방진료 밖의 의료행위를 하도록 조장한다"는 주장이 이번 한의사의 CT 사용에 대한 오판으로 현실화 되었으며, 의료의 모든 분야에서 이미 유사한 의료행위가 행해지고 있다. 이러한 의료제도의 파괴 행위는 의료의 질을 망가트려 국민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돌아갈 것이 명백하다. 무엇을 망설이는가?

국민으로부터 "영역 다툼이다"란 비난을 두려워하는가? "네가 내 것 하면 나도 네 것 한다"는 식의 상업적 대응은 그런 의심을 받게 한다. 한방진료의 문제는 본질의 문제이며, 상식의 전파와 능동적 접근만이 해결할 수 있다. 의사의 엄격한 윤리관과 책임의 실천이 동반되었을 때 해결이 한결 쉬워지는 또 하나의 의료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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