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제52차 의협 정기대의원 총회 참관기
시론 제52차 의협 정기대의원 총회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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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1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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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회 경상남도의사회장
오늘은 의료계의 새 역사를 여는 중요한 날이다.

의료계의 천지개벽인 의약분업을 2개월 앞두고 개최되는 제52차 정기 대의원총회는 그 어느 때 보다 숙연한 분위기였고 의료계 100년사상 가장 어려운 문제가 산적한 시기에 의료계를 이끌어갈 수장을 뽑는 중요한 사명을 띄고, 4월 22일(토) 힐튼호텔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오전 8시 30분부터 등록이 시작되고 의협회장과 대의원의장에 출마한 7명의 후보들이 가슴에 꽃을 달고 입구에서 대의원들을 맞이하였다.

곧이어 차흥봉 복지부장관을 비롯한 내빈들이 단상에 좌정하고 9시가 조금 지나서 한형일 총무이사의 개회 선언으로 대한의사협회 제52차 정기 대의원총회는 막이 올랐다.

조세환 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11·30, 2·17 궐기대회에 이어 삭발과 단식투쟁 그리고 집단 휴진과 전공의들의 동참에 이르기까지 단결된 힘을 보여준 회원들에게 감사하며 어떠한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주장하여 의료계의 미래를 결정짓자는 취지의 말씀과 함께 지연·학연을 초월하여 능력 있는 회장을 뽑아줄 것을 당부하고 끝으로 임기중 성원에 감사드린다는 퇴임소감까지 피력하였다.

이어 김두원 의협회장은 "그간 투쟁과정을 통해서 회원의 갈등도 있었고 감동도 느꼈다. 의료계 현안 타결을 위해 밤을 세워가며 토론도 하였고 정부와 투쟁하고, 국민에게 호소해 왔다. 그간 3∼4개월의 의협 회무를 정리해서 차기회장에게 의협의 정통성을 넘겨주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며 감회 깊은 인사말씀을 했다.

차흥봉 복지부장관은 축사에서 "모든 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의사 정기총회에 참석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어려운 중에도 노숙자·소년소녀가장·수재민들에게 헌신적 진료를 해 준데 감사드리며, 국민의 정부의 국정 전반에 걸친 개혁정책의 일환으로 의약분업을 법대로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식순에 따라 유공회원과 장기근속 모범직원에 대한 수상이 있었다. 특히 복지부장관상 수상자 4명은 모두 의쟁투위원으로 대정부 투쟁에 앞장섰던 회원이어서 장관이 이들에게 표창하는 순간 속으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수상하신 여러분께 축하를 드린다.

1부 순서가 끝나고 잠시 휴식 후 10시 30분부터 본회의가 시작되어 보조위원이 임명되고 총대의원 242명중 235명이 참석하여 성원이 되었음을 의장이 알리고 회의 성립을 선언함에도 불구하고 선거분위기로 경직된 탓인지 대의원들의 박수가 없자 조세환 의장은 유머로 박수를 끌어내기도 하였다.

이현국 부산대의원의 "감사보고 외에는 유인물로 대체하자"는 제안에 따라 전년도 회의록 낭독과 1999년도 회무·결산보고는 유인물로 대체하고 이병채 감사의 회무·회계 전반에 걸친 상세한 감사보고가 있었고 대의원들의 박수로 통과되었다. 이어서 오늘의 관심사인 의장·회장의 선출 순서로 이어 졌으며 선출에 앞서 역대 천희두 전 대의원 의장과 더불어 의협 최고의 명 대의원의장으로 칭송 받던 조세환 의장은 "그간 너무나 어려운 일이 많았다.

대한의사협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어떠한 일도 있어서는 안된다.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한다"는 짧막한 퇴임 소감과 함께 임시 의장에게 의장 선출을 부탁하고 평대의원으로 돌아갔다. 세련된 매너와 물 흐르는 듯한 회의진행으로 대의원의 탄복을 자아내던 젊은 오빠 조세환 의장의 그간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관례에 따라 제일 연장자인 충남의 김용균 대의원이 임시의장이 되어 먼저 의장선출에 들어갔는데 이분은 소년과 같은 애교 있는 진행으로 회의장의 긴장을 풀어주어 경직된 분위기에서 모처럼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하였다.

"우리에게 강력한 개혁이 필요하며 일하는 의장이 되겠다"는 김동준 후보, "절박한 의료계의 현실을 보면서 우리가 요구하는 정책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는 김승완 후보, "어려운 의사단체를 대의원 여러분이 일으켜 세워야 한다. 개혁과 변화의 바람을 외면하면 안된다"는 박길수 후보 등 3명의 후보의 각 5분간 정견발표가 끝나고 바로 투표에 들어갔다.

개표결과 김동준 54표, 김승완 85표, 박길수 96표로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2차 투표까지 가서 박길수 후보가 131표(김승완 후보 103표)를 얻어 앞으로 3년간 명예로운 의협 대의원 의장으로 일하게 되었다.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는 박길수 의장의 당선소감에 이어 오늘의 최대 관심사인 의협회장 선거가 시작되었다.

그간 후보석에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던 후보들에게는 상당히 긴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모 대의원의 "중요한 건 회장선거뿐만 아니라 앞으로 의협이 나갈 중요한 사안 결정"이라는 지적과 함께 "회장선거전에 의안토의부터 하자"는 긴급 동의 발의가 있었으나 재청이 없어서 자동 폐기되었다.

정견발표는 대의원의장 선거와 마찬가지로 네명의 후보에게 각 5분씩 주어졌으며 제일먼저 나온 김재정 후보는 "앞으로 두 달 뒤는 의사들의 합동 장례식 날이다. 이대로는 모두 죽는다. 의쟁투 깃발아래 하나가 되자.

정부의 탄압이 두려운 게 아니라 우리가 깨지는 것이 두렵다. 정부의 의약분업안은 결사반대이며 이런 식으로 시행한다면 의료보험도 거부하겠다"고 주장하며, "협상과 투쟁을 모두를 병행하여서 한국의 다께미다로가 되겠다"는 열변으로 연설을 마쳤다.

이어 등단한 이상웅 후보는 "투쟁을 통해서 회원들의 단결은 얻었지만 국민의 사랑과 존경과 신뢰를 잃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벼랑 끝에 있지만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회복 못하면 의권은 바로 서기 어렵다.

평생 의료계를 위해 일해 왔는데 마지막 봉사를 하게 해달라"고 호소했으며 세 번째로 이번 선거의 참신한 바람을 일으키며 "평소 같으면 꿈도 못 꿀 의협회장에 시대의 부름을 받고 나왔다"는 소감과 함께 개혁과 의협 민주화를 주장한 40대의 신상진 후보의 정견발표 후 끝으로 지삼봉 후보는 "오늘날 참담한 의료계의 현실을 제대로 잡아 양심적이고 성실한 의사가 진료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고, 의협의 기능개선, 임기내 직선제 초석, 심사평가원 완전독립등 의료계 역사를 바로 잡겠다"는 연설을 끝으로 오후 2시 20분 회장 투표에 들어갔다.

개표결과 김재정 105표, 이상웅37표, 신상진 32표, 지삼봉 61표로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서 김재정, 이상웅, 지삼봉 세 후보가 2차 투표에 들어가게 됐으나 이미 투표가 진행된 상태에서 이상웅 후보가 사퇴, 김재정·지삼봉 양 후보로 압축되어 2차 투표는 중단한 채 3차 투표로 들어가게 되었다. 결과는 김재정 144표, 지삼봉 88표, 무표 1표.

개표 결과를 기다리는 숨막히는 시간 끝에 김재정 후보가 향후 3년 의협을 이끌어갈 지도자로 선출되어 7만명 회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의사로서 가장 명예로운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 시각이 오후 1시 정각. 시장한 줄도 몰랐다.
 
김재정 회장 당선자의 "인정해 주신데 감사한다. 3년간 최선을 다하겠다"는 감격으로 목이 메인 당선 인사말에 이어 대의원들은 회의장에 앉은 채로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하였다.
 
그 시각에 시·도지부장으로 구성된 전형위원회에서 부의장<이근식(서울), 박세근(충북), 최 균(광주), 김건상(의학회)>, 부회장<김규택(부산), 김완섭(대구)>, 감사<손재현(경남), 신은식(경북), 김정태(부산), 장 전(전북)> 선출이 있었고 즉시 대의원들에게 발표되었다.

점심식사 뒤 오후 2시경부터 분과 토론이 네 개의 분과 토의장으로 나누어서 진행되었다.
 
사업계획 및 예·결산 심의 분과위원회는 이근식 분과위원장의 진행으로 2시 5분에 시작되어 위원장 인사와 참석 대의원 소개가 있었고 심의 소위원회 회의록 낭독 뒤 1999년 결산 보고와 2000년도 사업계획안 심의가 있었다.

김두원 회장과 한형일 총무의 답변으로 열띤 토론 끝에 4시 30분에 토의가 종결되었다.

제1토의 안건 심의분과의원회는 ▲의약분업 대책 ▲의료일원화 대책 ▲의료전달체계 개선 ▲의사수급 대책 ▲대국민 홍보강화 대책 등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있었고 이창훈 의무이사의 답변이 있었으며, 최근 발생되고 있는 백신사고는 국가차원에서 제대로 관리하여 국민에게 불안감이 없도록 집행부가 국가에 건의하고 감시하라는 건의도 있었다.
 
2 토의 안건 심의분과위원회에서는 ▲의료보험법 개정 ▲의료보험 수가 현실화 ▲의료보험 제도개선 ▲요양급여기준개선 등에 대한 토의가 진행되었다. 전남의 조석형 대의원은 "심사평가원은 의료계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 제시를 하였고, 의협 김방철 보험이사의 명쾌한 해설이 돋보었으며 2시간여의 열띤 토론 끝에 오후 4시에 종결하였다.

법령 및 정관 심의분과위원회에서는 ▲의료분쟁조정법 입법추진 ▲의료법 개정추진 ▲의료윤리·의료질서 확립추진과 의협회장 직선제도입에 대한 정관개정 논의가 있었고 한상필 법제이사의 답변이 있었다.

강원의 김도석 대의원은 대의원 자격과 선출 방법에 대한 소감을 제기하였다.

분과토의 후 곧이어 개최된 한국의정회에선 박희백 의정회장의 개회 인사와 김종신 사무총장의 전년도 회의록낭독 및 의정회 회무와 결산보고가 있었고 "의정회 활동이 변질되지 않고 더 잘해달라"는 모 대의원의 지적이 있었다.

이 무렵 회의장을 둘러보니 회장선거가 끝나고 좌석이 눈에 띄게 비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계속해서 의약분업 지원, 심사평가원 대책, 의료분쟁조정법, 의보수가 현실화, 1차의료기관 육성대책등 2000년도 의정회 사업계획보고가 있은 뒤 박희백 의정회장과 김종신 사무총장도 박수 속에 무대뒤로 퇴장했다. 그간의 노고에 회원을 대신해서 감사드린다.

시간 관계로 휴식시간 없이 오후 5시 10분 본회의가 속개되었고 신임 부의장 4명의 소개와 분과위원회 심의결과 보고가 있었다.

"의협 예산에 비해 의약분업 대책비 규모가 적다"는 경남 박양동 대의원의 지적과 '진료는 의사 약은 약사에게'라는 표어가 애당초 잘못된 것으로 '약은 정확한 진단 후에'로 바꿔야 한다는 서울 양문희 대의원의 소감이 있었다.

이어서 자구 수정 후 결의문이 채택되고 폐회를 선언, 장장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하루종일 진행된 제52차 정기대의원총회는 모두 종료되었다.

금년 제52차 정기대의원 총회는 의료현안 문제보다 선거에 더 중심이 기운 총회였으며 회의진행이 조금 산만한 느낌을 지을 수 없었다.

의협회장 선거로 대의원들이 경직된 분위기였으며 혼전이 예상되었으나, 김재정 의쟁투 위원장에게 많은 표를 준 것은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회원의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믿어도 될 것이다.
김재정 새 의협회장은 삭발과 단식의 아픔을 잊지 말고 의쟁투 위원장의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그간 수고해주신 김두원 회장님과 조세환 대의원 의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수고가 많았다. 특히 조세환 의장의 퇴장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의협 직원 여러분의 노고에도 치하를 드린다.

휴대폰을 소리나지 않게 해달라는 한형일 총무이사의 간곡한 당부에도 불구하고 하루종일 회의장에서 울리는 벨 소리는 최고의 지성인인 우리 지성에 걸맞지 않는 풍경이었다. 앞으로는 시정되었으면 한다.

이제 집행부는 7만 의사들의 4분의 1이나 되는 전공의들의 의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고, 젊은 의사들의 근심과 울분과 초조를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젊은 의사들도 성급히 환호하고 쉽게 실망하기보다, 이해하는 입장에서 참고 기다리며 격려와 성원을 보낼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이 길만이 앞으로 의협이 하나로 나아갈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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