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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개정 의료법 해설
시론 개정 의료법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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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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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변호사(대외메디컬로법률사무소)
1. 서론

지난 37년간 논의되었던 의약분업이 수많은 논란 끝에 정부입법안으로 국회에 제출되어, 작년 12월 국회에서 의결되었다. 그리하여 의약분업의 구체적 내용을 담은 개정 약사법이 올해 7월 1일부터 발효되어 일단 그 동안의 의약분업 시행여부에 대한 긴 논쟁의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의약분업은 단기적으로는 환자들이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갈 때 약이나 주사제를 병원밖에 있는 약국에 가서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불편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의약품 오남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제도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의약분업을 규정한 개정 약사법은 그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걸쳐 무리하게 시행하려 하다보니 성공적인 의약분업을 이끌어 내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이하에서는 법적인 측면에서의 현행 개정약사법상의 의약분업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2. 법적인 측면에서의 의약분업의 문제점 검토

개정 약사법은 비교적 완전 의약분업 원칙에 가깝게 개정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기존 약사법에 의약분업과 관련된 조항만 새로 삽입하는 형식으로 개정되어 기존 약사법의 규정, 의료법 및 기타 관련법규와의 법 체계상 일관성이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이하에서는 법적인 측면에서 의약분업 관련 개정약사법 규정의 미비점 혹은 기존 법규와 저촉되는 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가. 조제권의 박탈과 "의료행위 불간섭 원칙"문제

의료법 제12조는 '의료인이 행하는 의료, 조산, 간호등 의료행위에 대하여는 법령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이에 간섭하지 못한다'라고 규정되어 있고 또 같은법 제2조에서는 의료인이라 함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및 간호사라고 규정하여 의료인의 범위에서 약사는 제외하고 있다.

의료행위에 대하여는 대법원 86도1678판결에 의하면 "의료행위라 함은 의학적 전문지식으로 질병의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및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를 하는 것을 말하고, 위와 같은 작용에 의하여 밝혀진 질병에 적합한 약품을 처방, 조제, 공여하거나 시술하는 것이 치료행위에 속한다."라고 판시하여 약품의 처방, 조제가 의료행위임을 적시하고 있다.

또한 의료법 제16조는 의료인의 진료거부금지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행 의료법 및 판례의 해석상 환자의 처방, 조제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도 의료법상 의사의 고유한 권한인 의료행위의 일부인 의사의 조제권을 완전 박탈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

즉 조제권을 의사로부터 빼앗는 것은 의료행위 불간섭 원칙에 저촉하고 비록 약사법에 의하여 조제권을 의사와 약사가 일부 공유하는 형태에 의한 권리의 제한은 가능하다고 해석되더라도 공유가 아닌 박탈의 형태는 의료법 위반 및 헌법상의 직업의 자유의 침해여부와 관련하여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나. 약사의 조제권 제한문제

개정 약사법 제21조 제8항에 의하면 의료기관의 조제실에서 조제업무에 종사하는 약사의 경우에는 외래환자에게 교부된 처방전에 의하여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약사법 제22조에 의하면 "약국에서 조제에 종사하는 약사 또는 한약사는 조제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 고 하여 약사에게 조제행위거부금지 의무가 주어져 있다. 여기서 법제22조의 "약국"의 범주에 의료기관의 조제실을 포함시킬 것인가의 여부에 따라 양조항의 충돌의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약사가 의료기관의 조제실에 근무하는 경우 외래환자에게 교부된 처방전에 따라서는 조제행위를 할 수 없다는 금지규정은 조제실 근무 약사가 누릴 수 있는 헌법상의 기본권인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

다. 의료기관의 약사고용 법적 의무 문제

개정 약사법에 의하면 입원환자와 응급환자는 의사가 직접 조제할 수 있고 외래환자에게는 약을 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약사를 두어야 할 법적 의무는 없어져야 한다.

즉 의료법 시행규칙 제28조의6 (의료인등의 정원) 제2항에 의하면 의료기관은 연평균 1일 조제수 80이상인 경우에는 약사를 둘 법적 의무가 있으나 이러한 의료기관에 두어야 하는 약사의 정원규정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라. 불법 임의조제 문제

개정 약사법 제21조 제4항에 의하면 "약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전에 의하여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조제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약사의 임의조제를 불법화하고 있다. 그러나 제39조 제2항에서 약국개설자가 일반의약품을 '직접의 용기 도는 직접의 포장상태로 한가지 이상 판매하는 경우' 개봉판매를 허용하여 사실상 약사의 임의조제가 가능하게 되어 의약품 오남용을 막는다는 의약분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있다.
 
마. 약화사고에 대한 책임소재의 불분명

개정 약사법은 약효의 동등성 확보를 전제로 하여 약사의 대체조제를 전면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약사의 대체조제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약화사고시 책임소재이다.

약화사고의 원인으로는 의사의 처방이 잘못된 경우, 약사의 조제 및 복약지도가 잘못된 경우, 의약품 자체의 하자에 의한 경우, 기타 환자의 복약 방법상의 잘못 혹은 특이체질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약사의 대체조제가 가능하고 및 처방된 약품 외에 일반의약품의 소위 "끼워팔기"가 가능한 현행 약사법의 규정상 약화사고의 발생시 그 책임의 소재가 과연 누구에게 있는지가 불분명하여 의사와 약사 혹은 제약회사가 서로 책임을 미룰 수 있어 사고 환자의 배상이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므로 약화사고의 발생시 책임소재가 명확히 규명될 수 있는 법적 방안으로 대체조제에 대한 약사의 의사에의 확인의무, 대체조제에 대한 의사 및 환자의 동의 등의 법제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바. 처방전, 진료기록부 및 조제기록부와 관련된 문제

의료법 제21조에 의하면 의사는 진료기록부를 상세히 기록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나 약사법은 약사의 조제기록부에 대한 규정이 없다. 조제기록부는 의사의 진료기록부와 마찬가지로 약화사고가 발생하여 민사손해배상 혹은 형사처벌문제가 거론될 경우 그 책임의 소재를 밝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약사법 제24조는 조제한 약제의 용기 또는 포장에 당해 처방전에 기재된 성명, 용법 및 용량 기타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사항을 기재하게 규정하여 사실상 조제기록부에 대한 법적 규정 없이 약포지에 간단하게 기록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는데 이는 의사의 상세한 진료기록부 작성의무와 관련하여 형평성을 잃고 있다.

또한 의료법 시행규칙 제18조에 의하면 진료기록부는 10년, 의사의 처방전은 5년간 보관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약사법 제25조에 의하면 약국에서 조제한 처방전은 조제한 날로부터 2년간만 보존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약화사고의 발생시 투약과실의 규명에 있어서 의사가 약사에게 송부한 처방전, 약사의 조제기록부가 의사의 진료기록부 등에 못지 않은 중요한 입증자료가 된다. 그리고 민법상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10년임을 감안할 때 약사법의 약사의 조제기록부의 작성에 관한 규정이 없는 것이나 처방전의 보존의무가 의사의 5년보다 훨씬 짧은 2년이라는 것은 법적으로 형평성을 잃고 있다고 보인다.
 
사. 한방의료의 의약분업의 제외

한방의료도 한의사와 한약사간에 직능을 분리하도록 하고 있으나 한방의료기관과 한약사에게는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 금지 조항이 없으며, 한의사는 자신이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한약 및 한약제제를 자신이 직접 조제 할 수 있다. (법률 제4731호, 부칙 3조)
 
즉 한의사는 한약을 직접 조제할 수 있으며(한의사의 한약조제), 한약사는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한약을 조제하여야 하나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처방에 대하여는 직접 조제(한약사의 임의조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또한 약사는 의약품과 한약제제의 제조, 조제, 감정, 보관, 수입, 판매를 담당할 수 있어(제21조7항) 사실상 한방의료는 의약분업이 안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고 하겠다.

이는 앞으로 약사들이 한약의 판매를 늘려갈 요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필연적으로 조만간 제2의 한약분쟁을 촉발될 것이 예상되는 만큼 사전에 이에 대한 법적, 제도적 정비가 필요할 것이다.
 
아. 국가보상문제

이번의 의약분업방안은 국가의 정책에 의하여 강제적으로 실시되는 것이므로 기존의 의료법규상 병·의원에 의무적으로 두었던 약국공간의 폐쇄 및 약품투여와 관련된 기계류의 제거등과 관련된 의사측의 손실부분에 대하여 국가의 보상관련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3. 결어

이번 의약분업 방안은 그 내용에 있어서 모든 보건의료기관에서 실시하고 모든 의약품을 대상으로 하는 강제분업, 약효의 동등성 확보를 전제로 하는 대체조제의 전면적 허용, 약사의 일반 의약품 판매를 허용하되 포장된 상태로만 허용 및 전면적 동시 실시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의약분업 방안은 개정 약사법의 국회의 통과로 일단은 그 출발을 시작하였다고 할 수 있으나 앞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법적, 제도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어 갈 길이 순탄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장래의 건강증진을 위하여 현재의 불편과 비용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국민들의 태도가 의약분업의 성공여부에 대해 큰 변수가 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원칙에 어긋나거나 잘못된 제도에 대한 지적은 겸허하게 검토하고 수정 보완하여야 의약분업이 빠른 시일 내 정착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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