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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고관포럼 참관기

시론 고관포럼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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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1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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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규 원장(부산 세브란스소아과의원)

고관 포럼이 끝난 후 우리들은 한 잔을 하며 소리를 높여 토론했다. 며칠전 의협신보에 실린 보건복지부의 회신에서 의약품 분류는 거의 선진국 수준에 맞추었으니 통계적용상의 잘못으로 오해말라는 내용과, 약국이든 병원이든 이제는 약 마진은 완전히 없앴으니 앞으로 약 마진은 있을 수 없다는 단상 위의 한 국장의 이야기가 진실인지 아닌지 그 진위에 대해서였다.

그것에 대해 한 친구는 개그맨 흉내를 내며 "그 사람 바보 아냐"며 단언했고, 또 한 친구는 장관을 보필하고 실무에 몇십년을 종사한 실무 총책임자가 그렇게 멍청할리 없다며 "바보가 아니라 사기꾼"이라고 주장했다.

2월 1일 밤 부산의 바다 바람은 거세게 추웠고, 그런 찬 날씨에도 많은 의사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어 포럼장은 열기로 가득했다. 간혹 내용도 없는 것을 지리하게 개진한 경우도 있었으나 의협 간부, 의쟁투, 각 지부 의사회장들은 나름대로 현실적이고 날카로운 질문을 했고, 보건복지부장관도 인내심을 가지고 그런대로 성실하게 대답을 해 주었다.

분위기도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전번의 김용익 교수 초빙 때처럼 욕과 삿대질은 나오지 않았고, 필자만이 질문하면서 흥분하여 욕한 것 외에는 사뭇 진지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화기애애한 편이었다.

장관은 장시간 동안 의욕적이고 호의적으로 설명과 설득을 하였고, 상대가치수가제의 도입, 실거래가 적용, 심사평가원을 복지부 산하에 따로 설립하여 진료비 심사에 좀 더 공정성을 기하겠다는 것과 수가계약제 도입, 또 금년 3월, 7월 하반기에 3차례에 걸쳐 진료수가를 올려 주겠다는 등의 다양한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장장 4시간을 넘는 토론을 마치고 나올 때 우리들의 마음은 여전히 후련하지가 않았고, 그런 정부와 장관의 말들이 별로 신뢰가 가지 않았다. 작년 가을에 내린 삼십 몇%의 약가인하분을 4% 정도만 빼고는 거의 다 보상했다거나 일본과 비슷하게 일반매약을 분류했다는 것 등의 이야기처럼 도통 신뢰가 가질 않았다.

어쩐지 차후 의사들의 시위 계획과 선거를 앞둔 여론 무마, 면피용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였다.

왜 하필 우리나라만은 약사와 의사나 한의사가 매년 싸우고 난리를 치는 것일까? 선진국 뿐만 아니라 어느 후진국에서도 약사와 의사가 서로의 고유 영역이 중복되어 그것 때문에 싸우는 나라가 있다고 들어본 적이 없다. 왜 이 나라는 이렇게 약사들에게 후하며, 불법 의료행위를 합법화시키려고 하는지 정말 이상하기만 하다.

이 세상 천지에 의사들이 못살겠다고 데모에 나서는 나라가 어디 있단 말인가. 또 선진국에서도 수년에서 십년이상 기간을 가지고 서서히 도입했다는 의약분업을 우리는 시범사업도 없이 왜 이렇게 졸속으로 해 치워야 하는지.

왜 정부에서는 약사들에게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고, 심각한 부작용의 부신피질 호르몬제와 항생제를 포함하여 1,600종의 약들을 마음대로 팔게 하는지, 그러면서 일본 등의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거짓말을 하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일본에 같이 가서 약국에서 약을 한 번 사보게 하고 싶다.

일본에서 한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대부분의 약들을 의사의 처방없이는 절대로 살 수가 없다. 또 장관의 설명 중에서 제1의 요지가 국민의 건강과 국민의 편리를 위하여 의약분업을 한다고 하였는데 그러면 지금이라도 당장 길거리로 나가서 국민에게 한 번 물어보기로 하지.

일본처럼 임의분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병원에서 진찰한 뒤 3,200원의 진찰료를 내고 약국으로 가서 또 다시 1,500원 정도의 약값을 내고 약을 짓고, 주사약을 받아서 병원으로 와 다시 주사를 맞고 간다면 참으로 편리하다?

장관의 두 번째 요지가 의사들의 전문성을 존중하면서 손실분을 보상하여 수가를 올려 주겠다는 것에 의사들이 믿을까? 진료비 심사를 복지부 산하로 독립시켜 심사에 공정을 기하고, 상대가치수가와 수가계약제 등의 도입으로 조치를 하겠다는데, 여태껏 노상 속아만 와서 별로 믿음이 가질 않는다.

이제까지 약 20년 동안 도매물가 상승률의 3분의 2정도로 겨우 올려 주면서 생색을 냈고, 별로 수입에 도움되지 않는 드문 처치료만을 100%이 200%니 하며 올리고 평균해서 몇% 올렸다고 의사들을 기만해 왔다.

새 정부의 국정운영 지표인 모든 규제를 풀고 완하하겠다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의료 문제만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것도 그렇다.

의료의 공공성을 생각하여 국가 재정에서 의료 복지비를 최소한 선진국의 발꿈치 정도라도 배정하고 난 뒤에 개입한다면 모를까, 전 국민 의료비의 겨우 20% 정도를 부담하면서 대부분이 국민들이 제 호주머니에서 낸 돈으로 꾸려가는 것을 수백개의 의료보험조합으로 많게는 구민이 낸 돈의 약 20%까지도 인건비 등으로 소진한다니 재주는 곰이 하고 돈은 누가 먹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약가 인하로 인한 진료비 감소를 핑계로 국민 호주머니 돈을 더 털어 약국의 조제료에 보태주는 꼴이다.

또 의료개혁도 그렇다. 먼저 제약회사들의 비리와 이를 허가해 주는 공무원들의 비리를 바로잡는 것이 의료개혁의 첫 수순이 아닌가? 최근 싸구려 원료 수입으로 인한 예방주사 사고와 알부민, 혈장사건이 그러하듯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최대 기업이윤을 내기 위해 싸구려와 부적합한 원료를 수입하여 적당히 허가를 받고, 또 공단에 로비하여 비싸게 약값을 고시하게 하여 거기서 남는 이익으로 약국이나 병원에 할증이니 랜딩비니 하며 조금씩 콩고물을 떼준게 의료비리의 출발이 아니던가?

실거래가로 비리를 없애겠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감이지만, 의사 처방전을 임의로 대체조제하고 또 그것도 사후 통첩으로 해서 어떻게 제약회사와 약사간의 비리를 막겠다는 것인지 의약분업을 하려는 취지가 완전히 바래졌다 생각된다. 비아그러처럼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판매하게 하니 당장에 남오용이 줄어들고 밀수만이 성행하지 않는가?

"믿어주세요"라고 국민을 기만한 어느 대통령이 생각난다. 신뢰해 달라는데 신뢰가 어디 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무자의 말마따나 일본처럼 부신피질 호르몬제와 항생제만이라도 최소한 의사의 처방에 의하게 하고, 3월, 7월 하반기에 몇번에 걸쳐 진료수가를 올리는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제대로 진료수가를 현실화시키고, 의사들의 희생과 국민들의 호주머니 돈에 기댈 생각만 하지말고 의약분업에 대한 국가재정의 확보에 최소한의 의지를 보일 때 신뢰가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같이 최소한의 것들이 시행되지 않는 이상 의사들의 시위는 계속될 것이며, 의료계의 살 길도 이제는 국민들과 매스컴에 직접 호소하는 길 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궁금해 할 것 같아 하는 이야기인데, 화두에서 언급한 언쟁의 결론은 너무나 확신에 차서 이야기를 하는 것 같고, 아마도 복지부 직원을 각 제약회사와 약국에 상주시켜 약가마진을 없애는 것에 대해 특별한 비장의 노하우가 있는 것 같아 사기꾼이 아니라 바보쪽으로 결론지었음을 알리며 이 글을 끝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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