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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도기행2

시론 인도기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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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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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회 교수(부산의대 산부인과)

어떤 곳에는 네 남자가 한 명의 여자와 엉키어 있었고 다른 곳에는 한 남자가 거꾸로 누어서 세 여자와 즐기고 있었다. 한 여자는 남자 위에 올라타서 흡사 아직도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한 남자는 상체를 숙인 여인을 뒤에서 껴안고 있었는데 이 여인은 왼손을 뒤로하고 남성의 성기(性器)를 만져주고 있었다.

또 전쟁터에서 여자가 없어서 그랬던가 많은 군인들 옆의 한 남자는 말과 수간(獸姦)을 하고 있고 그 앞의 군인은 도저히 못 참았던지 손으로 자위(自慰)를 하는데 방금 사정이라도 하는 듯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요즈음의 성교육서 같은 데에서 볼 수 있는 그 많은 체위(體位)들이 모두 여기에서 유래했던가? 남자가 여자의 유방에 입을 대고 있는 조각만 없었을 뿐 모든 방식이 거의 다 동원되어 있었다.

이런 조각들이 사원을 벼락이나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天災地變)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라는 당시의 미신 때문에 조각되어졌다고 하는 설도 있다지만 사실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또 다른 학설은 이런 외설적인 조각들이 신자들의 신앙심을 시험해보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거다. 그 옛날 티벳의 라마는 물론 우리 나라에서도 훌륭한 고승(高僧)들이 해탈(解脫)하기 전에 여자들의 유혹이 있었음을 글로 읽은 기억이 있다. 이런 조각들에 유혹 받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사원으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무리한 주문을 힌두교에서도 했단 말인가?

무엇보다도 당시 이 나라 종교의 섹스관(觀)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서양의 유대-그리스도교(Juded-Christian) 사상이나 우리네 유교(Confucian) 이념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성(性)이야말로 하느님이 만든 작품 중에서도 백미(白眉)이거늘 이를 외면하는 것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이라는 그들의 믿음이 주효(奏效)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내와 자이푸르(Jaipur) 시 외곽에 있는 앰버(Amber) 궁(宮)에 만난 한 노인의 말을 더 믿고 싶었다. 그는 천년전 인도 중부 사람들은 그 깊은 신앙심 때문에 결혼이나 연애 같은 것들보다는 사원 참배나 선(禪)에 오히려 더 몰두했고 그래서 인구가 계속 줄었는데 이것은 국가의 존망과 직접 관계가 있는 일이라서 당시의 지배자들이 이런 묘안으로 사람들에게 성적 충동을 느끼게 하여 결과적으로 인구를 증가시키려 했다고 얘기했다.

중세 유럽의 인구증가율이 저조했던 것을 페스트 때문이라고들 하지만 기실 당시의 인구의 8명중의 1명이 신부, 수사나 수녀 등이었고 그 외에도 독신으로 지나면서 내세(來世)만 생각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Sexo-yogic technique라고도 하긴 하지만 여기의 성 조각들을 보고 있노라면 정상적인 체위들인지 요가를 하면서 성교를 하는 건지 분간이 어려운 것들도 적지 않다. 불가능한 체위들도 있었다. 여하튼 이들 조각들은 카마수트라(Kamasutra)를 근거로 하고 있다고 했다.

카마수트라는 그 옛날 인도의 성전(性典)으로 이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으뜸으로 평가된다. 이 책에서 성(性)은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그저 행(行)하면 되는 것'이라고 한다. 성을 통해 아주 쾌락적인 과정으로도 진리에 도달할 수 있듯이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남과 여, 음과 양의 교합을 통해 신(神)이 되려는 염원을 조각에 담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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