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9 19:35 (금)
시론 인도기행3

시론 인도기행3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3.18 12:2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원회 교수(부산의대 산부인과)

그러나 카마수트라의 저자는 그의 책에서 다음과 같이도 쓰고 있다. '거지가 음식을 달랠까봐 요리를 못하는 사람 없고, 새들이 씨앗을 먹어버릴까 봐 농사를 안 짓는 사람도 없다.' 이 말은 섹스는 꼭 해야하지만 타락의 위험도 있다는 뜻인데 이 카주라호의 조각들 중 그룹섹스나 수간 또는 동성애 같은 변태적인 성애(性愛) 장면에는 앞에서도 본 바와 같이 반드시 그 옆에 민망한 듯 두 눈을 가리고 못 볼 것이라는 듯한 표정의 사람들이 있어 그 의미를 한번 더 생각케 했다.

이 곳의 사원들은 몇 군데에 나누어져 있어 동쪽, 남쪽, 서쪽 그룹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서쪽 그룹의 사원들이 잘 보존되어있고 성조각도 많이 있었다. 사원마다 이름이 있는데 나는 그 중에서도 락슈만(Laxman) 사원의 조각들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이 사원은 원래 인간을 재앙으로부터 구원한다는 비슈누(Vishnu)신에게 바쳐진 것인데 그 넓이가 46피트, 높이가 98피트라고 한다. 사암으로 만들어졌고 4개의 전당(殿堂, shrine)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네 사천왕과 같은 문직이들을 모셔놓은 제 5의 Devi 사원이 있다. 내실(sanctum)에 머리가 셋이고 팔이 넷인 Vishnu 신이 모셔져 있다.

그러면 이 카주라호 조각들의 기본이 된 카마수트라는 과연 무엇을 가르쳐 주고 있는가? 나는 여러 해전 일본 요꼬하마에서 개최된 세계성학회에 갔다가 크게 놀란 적이 있다. 카마수트라만 전문적으로 발표하는 방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전에는 그저 중국의 소녀경(素女經) 쯤으로 만 알고 있었던 터였다.

카마수트라(Kama Sutra, aphorism of love, 사랑의 金言)는 산스크리트어로 쓰인 고대 인도의 성애(性愛)에 관한 경전이자 성교육서라 할 수 있다. Kama는 인도의 '사랑의 신'이며 sutra는 금언, 잠언 또는 원칙 등의 뜻을 갖고 있다. 4세기경에 바쨔야나(Vatsyayana)가 썼다고 전해지지만 그 이전인 1~2세기경이라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왜냐하면 1875년 이 책을 처음으로 영어로 번역하여 세상사람들에게 알린 영국의 리챠드 버튼경이 '성 요한이 복음서를 쓰고 있을 때 바쨔야나는 간지스강가의 베나레스라느 곳에서 카마수트라를 쓰고 있었다'고 썼기 때문이다.

또 1세기경에 살았던 왕인 쿤탈(Kuntal)이 성행위 중에 흥분해서 왕비인 말라예바티를 카르차리(kartari)라는 이름의 악기로 때려서 죽게 한 일이 있는데, 바쨔야나는 이 얘기를 인용하면서 절정기에는 항상 주의하라고도 썼는데 이 부분이 세상에 많이 알려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한 인도의 성학자(性學者)의 말에 의하면 카마수트라에는 370년 때의 얘기도 인용되고 있기 때문에 4세기 후반기에 쓰여진 것이 틀림없다고 하니 그 연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쿤탈왕의 얘기는 지금도 오르가즘 중에 약간의 '의식의 변질(alteration of consciousness)'이 있으니 주의하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간혹 성교중에 옛 애인의 이름을 불러 낭패를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걱정이 되는 사람은 정신을 바짝 차릴 일이다.

고대의 인도에서 인생의 3가지 목적으로서 다르마(Dharma), 아르타(Artha)와 카마(Kama)를 들고 있는데, 다르마는 법, 이득 같은 종교적 의무를, 아르타는 부와 이익을 추구하는 의 처세의 길을, 그리고 카마는 사랑과 쾌락의 성애의 길을 뜻한다. 인도에서는 성애(性愛, 카마샤스트라, Kama Shastra)에 관한 책이 많은데 이 중에서도 카마수트라가 가장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백미(白眉)로 꼽히고 있다.

성애의 기교, 처녀와의 교접, 아내의 의무 등은 물론 심지어는 남의 아내와의 통정, 매춘부, 미약(媚藥) 등에 관해 논술하여 일반시민을 성 지식의 결여에서 오는 위험으로부터 구하고자 하는 책으로 평가되고, 고대인도의 일상생활이나 사회에 관한 중요한 자료가 된다. 또한 인도 고전문학에 있어서의 연애묘사의 배경을 이루는 것으로서, 그 연구나 감상을 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기도 한다.

원래 힌두교에서는 성을 보는 시각이 다른 문화에 비하여 훨씬 관대했다. 그래서 우리네 유교사상이나 서양의 유대-그리스도 문화와는 사뭇 다르다. 성을 지극히 정상적이고 필요하며 신성한 것으로까지 보고 있다.

여기서 종교적 성사(聖事, sacramental)는 물질과 에너지의 결합이 되기도 하다. 또 시바(Shiva)와 샥티(Shakti)의 결합이기도 한데, 시바의 상징이 링감(lingam, 陰莖)이고, 샥티의 상징이 요니(yoni, 膣)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