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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9 06:00 (금)
시론 의료광고 규제 완화해야

시론 의료광고 규제 완화해야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3.18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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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남(서울대병원 홍보팀장)

바야흐로 숨이 막힐 정도로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이다. 특히 건강에 관한 정보는 각 매체간 앞다투어 다룰 정도로 단연 정보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데다, 그 종류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건강기사, 학술정보부터 의료인 동정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정보가 전달되고 있고, 더욱이 최근 몇 년간은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정보를 실은 군함이 의료계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인터넷에서 건강정보를 다루는 사이트가 몇 백 개니 또는 몇 천 개니 할 정도로 건강 관련 정보가 쏟아지고, 컴퓨터만 작동시켜 검색어만 누르면 어떠한 정보든지 마음대로 구할 수 있으니, 눈앞에 닥친 정보화 시대를 실감케 해주고 있다.

이렇듯 정보의 양은 엄청나게 급증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의료법, 즉, 의료 광고의 법적 지원은 이러한 추세에 부응하지 못한 채 한참 뒤쳐져 있는 실정이다.

언젠가 어느 개원 의사 한 분이 몇 달 동안 언론에 게재된 기사 내용을 놓고 의료법 위반이라고 그 기사가 나온 수십 군데의 병원을 고발한 한국적 광경을 연출한 적이 있다. 내용인즉 의료법에 명시한 의료광고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어디까지가 '의료정보 제공'이고, 어디서부터 '의료광고'가 되는 것일까. 의료법에서는 대중광고, 암시적 기재, 사진, 유인물, 방송, 도안 등에 의한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학술목적 이외의 예방 의학적, 임상 의학적 연구 결과, 기능, 약효, 진료 등에 관한 광고 또한 금지하고 있다.

결국 의료광고는 어느 병원, 원장 누구 그리고 연락처 정도만 허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것도 월 1회로 제한하면서. 급변하는 정보시대에 유독 의료기관의 의료광고만 이처럼 통제 일변도의 법 조항에 묶여 해묵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료기관은 어떻게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준다는 말인가?
우리나라 의료시장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엄청나게 변하고 있다. 라식, 레이저, 남성과학, 성형 할 것 없이 개원가의 특수클리닉 바람은 생존권 싸움으로 불릴 만큼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이렇게 범람하는 시장에서 국민들이 균형감각을 갖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규제에만 급급한 의료법으로는 출처도 불분명한 사이비 건강정보가 음성적으로 범람하며 국민을 현혹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오히려 공개적인 경쟁의 장을 마련해 소비자가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선택이다. 의료기관의 광고를 무조건 금지 조항으로 묶을 것이 아니라 그 나름대로 특성이 있는 부분을 충분히 설명하게 해줘야 한다.

그리고 혹자가 우려하는 바와 같이 자칫 생명을 다루는 의료의 중요성이 광고로 인해 경시되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의사협회의 감시기능을 대폭 확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광고는 경쟁력을 키우는 발판이 될 수 있음도 부언하고 싶다. 의료기관마다 실력을 키우고, 서비스를 개선하고, 시설을 확충하는 등의 노력이 선행되지 않고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시대이니 만큼 광고 규제를 완화시켜 자생력을 갖추게 하는 일이야말로 의료발전과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본다.

단지 의료광고를 완화시킬 경우 의료가 상품화되리라는 걱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의료기술만 선전하는 것보다는 해당 기관이 내걸고 있는 비전이나 캐치프레이즈 같은 의료 문화적 측면을 광고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의료의 상품화에 치중한 광고는 신뢰도 면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특성 있는 광고기법 등이 새롭게 선을 보이게 될 것이다.

의료기관도 이제는 자기만의 '개성'을 가질 때이다. 의료광고도 상품이 아닌 개성을 알리는 식으로 전환되어야 하고 개성을 지닌 전체의 조화를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으로써 의료와 광고가 접목된 신선한 의료문화의 터전이 형성된다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운용의 묘를 살린 의료광고의 완화는 참된 의료문화를 앞당기는 견인차 노릇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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