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0 20:40 (토)
시론 근거없는 대체조제 위험천만

시론 근거없는 대체조제 위험천만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3.18 17:45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균섭(서울의대 약리학교실 전임의)

잘 쓰면 약이 되고, 잘못 쓰면 독이 되는 것이 의약품이다. 국민은 안전하게 의약품을 투여받을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의약품이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법을 정확하고 엄격하게 제정하여 시행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한국의 의약품 관련 법규와 조항이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보장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의약분업 사태를 계기로 대체조제, 생물학적동등성, 의약품동등성, 의약품 분류 등 약사법과 식품의약품안전청 고시 등 관련 조항과 법규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환자와 연관지어 약물과 인체의 상호 작용을 연구하는 전문 학술단체인 대한임상약리학회(홈페이지=http://kscpt.kams.or.kr/)는 10월 25일 '대체조제와 의약품 분류'를 주제로 추계심포지엄을 열고 현행 의약품 관련 조항과 법규의 문제점과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임상약리학회의 세부 연구분야에는 임상약동학, 치료적 약물농도 모니터링, 임상시험, 약물유전학, 약물역학, 약물대사 및 약물상호작용 등이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연제는 ▲대체조제(배균섭 서울의대) ▲비교용출시험이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대체할 수 있는가(유경상 서울의대) ▲생물학적동등성은 약효동등성을 보장하는가?(임동석 가천의대) ▲국내 생물학적동등성 규정 어떻게 변해야 하나?(신재국 인제의대) ▲의약품분류의 현재 상황과 문제점(김헌식 충북의대/지정토론 배상철 한양의대) 등이다.

<의협신보〉는 〈대한임상약리학회〉와 함께 이날 발표된 연제를 중심으로 작은 기획을 마련,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위한 기준과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대체 조제(generic substituion)란 의사의 상품명 처방에 대하여 약사가 동일성분, 동일제형, 동일함량의 다른 상품으로 조제하는 것을 말한다. 동일성분, 동일제형, 동일함량의 약품이라 하더라도 제조회사간에 약효가 동등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약효동등성이 입증된 제품들간에 대체조제를 허용해야 된다는 점에 있어서는 의사, 약사, 시민단체간에 이견이 없다. 그러나, 약효동등성(therapeutic equivalence, 치료동등성)의 입증방법 및 대상선정에 많은 문제가 있다.

미국의 경우 이전에 '대체조제 금지법(antisubstitution law)'이 있었으나, 제조시설이 좋아지고 생물학적동등성시험 등의 제도를 도입하면서 비용절감을 위해 대체조제를 허용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의료비용의 절감보다는 국내제약회상의 보호, 약국의 약품미구비로 인한 약사, 환자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도입되었다.

대체조제의 과학적 근거나 외국현황에 대해서 많은 추측성 글들이 난무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도 많은 토론자들이 '성분', '제제', '처방', '품목' 등의 용어를 불분명하게 사용함으로써 서로간에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제는 성분에다가 제형의 개념을 추가한 것이며, 처방이란 제제에 용량의 개념을 추가한 것이다. 품목이란 대개 개별 제품, 상품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ibuprofen 성분의 경우 ibuprofen tablet, ibuprofen suspension 등의 여러 제제들이 있다. 또한 같은 ibuprofen tablet이라 하더라도 100, 200, 400, 600mg등 여러 용량이 존재하는데, 이들 하나 하나가 다른 처방이 된다. 이때 여러 제조회사에서 동일성분, 동일제형, 동일함량을 생산하더라도 하나의 처방으로 간주한다.

전문-일반의약품의 구분은 모두 처방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같은 ibuprofen tablet 400mg도 모트린, 메토판, 루피엔, 도시펜, 디셀펜, 로그펜, 루티스, 나르펜, 노르젠 등 97개 정도의 제품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 다른 품목이다.

그러면, 왜 하나의 처방(성분+제형+용량)에 하나의 제품만 존재하지 않고 여러 복제의약품(copy drug, generic drug)이 존재할까? 새로운 약이 개발되면 특허기간이 만료되기까지 수년간은 독점적인 판매권을 갖게 된다. 이런 처음 만들어진 약을 innovator drug(원개발사 의약품)이라하고 이는 brand name을 갖는다.

새로운 성분, 제형의 약품이 시판(품목)허가를 얻기 위해서는 안전성, 유효성을 평가받기 위해 많은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복제의약품의 경우에는 기준제품과 동일 유효성분이면서 부형제(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첨가하는 비교적 비활성인 물질들)나 제조공정만 다르기 때문에 약전(pharmacopeia)에 기술된 해당제제에 대한 기준과 시험방법을 통과하고, 기준제품과 생물학적동등성만 입증하면 시판(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런 규정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1989년부터이므로 그 이전에 이런 과정없이 이미 많은 복제의약품들이 시판허가 되었으며, 이들에 대한 약효나 안전성은 수십년간의 사용경험으로 인정된다하더라도 그 약효가 동등한지에 대해서는 검증된 바가 없다.

이전에는 병의원에서 처방을 받고 동일 병의원에서 조제받으므로 의사는 자신에게 익숙한 약(personalized drug, p-drug)만을 처방하고 환자는 동일한 약을 복용하였으므로 약의 교체(change)에 의한 문제는 적었다.

그러나, 의약분업 상황에서 대체조제가 될 경우 환자는 기존에 복용하지 않던 약을 복용하거나 의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약을 복용하게 된다. 의약분업이전에는 약효가 다르더라도 의사가 적절히 조절하던 것을, 대체조제 허용으로 인하여 89년이전 약효가 동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하게 시판허가를 해준 것이 새로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미국에는 이와 유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미국은 Therapeutic Equivalence Evaluation Code 체계가 있고 FDA orange book에 각 제품(품목)에 이 코드(TE Code)를 부여하고 공개하여 의사의 처방이나 약사의 대체조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여기에는 AA, AB, AN, AO, AP, AT 등의 A class code들과 BC, BD, BE, BN, BP, BR, BS, BT, BX, or B*등의 B class code가들이 있다. A class code란 약효동등성을 인정한 제품들에 부여된 것이며, B class code는 약효동등성이 입증되지 못한 제품에 부여한다.

따라서, 동일성분, 동일함량, 동일제형이라 하더라도 제조회사에 따라 A class code를 받을 수도 있고, B class code를 받을 수도 있다. A class code중 AB코드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통하여 약효동등성이 입증된 경우를 의미하며 AA, AN, AO, AP, AT 등은 제형의 특성에 의해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이 면제되는 것이다.(www.fda.gov/cder/ob 참고)

실례로 ibuprofen tablet 600mg은 Motrin(R) 600mg이 MCNEIL CONS사에서 개발된 원개발사 품목(innovator product)인데, MYLAN사에서 복제의약품을 만들어 Motrin(R)과 생물학적으로 동등함을 보인다면 AB코드를 부여받게 된다.

그러나, MCNEIL CONS사의 ibuprofen 100mg/5ml suspension(현탁액)에 대하여 APHARMA사의 복제의약품은 AB코드를 받았는데, WHITEHALL ROBINS사의 경우는 BX코드를 받았다. 즉, 미국에도 B class code를 받은 제품들이 다수 있어서 이들 제품은 처방과 조제는 허용하되 다만 대체조제가 금지되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미국에서도 이미 여러 회사가 AB코드를 받은 제품을 내놓았다하더라도 다른 회사가 새로운 복제의약품을 만든다면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거쳐 AB코드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경우 모두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면제해 주고 비교용출시험만으로 약효동등성을 인정해주고 있다.

그러나, 비교용출시험이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을 대신할 수 없음은 이미 여러 교과서나 외국의 규정들에도 명시되어 있으며,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비교용출시험으로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대신하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을 실시하도록 한 41개 성분의 선정근거는 미국 FDA orange book(USP DI vol 3)에서 B 코드를 부여받은 제품들의 성분을 조사하여 국내에서 생산되는 것들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선정했다고 한다. 이는 미국의 TE Code가 성분제제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개별품목(제품)에 부여한다는 사실에 대해 무지했거나, 고의적으로 오도한 것으로 보인다.

즉, 약효동등성은 개별품목별로 대개 생물학적동등성 자료를 제출받아 부여하게 되어 있으며, 제조회사가 다르면 별개 품목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미국회사 제품이 AB코드를 받았다하여 우리나라 회사제품까지 AB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미국회사들끼리도 허용하지 않는 것을 우리나라 정부는 너무도 제약회사에 관대하여 국민건강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생물학적동등성 대상 성분제제에서 warfarin, furosemide, carbamazepine, digoxin, lithium 등 안전역 등이 좁아 꼭 필요한 것조차 빠져 있다. 미국에서 AB코드 받은 제품들의 성분제제는 당연히 우리나라에서도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의 대상이 된다.

또한, 미국에서는 허가되어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허가되어 있는 1,500여가지 이상의 성분제제들에 대해서도 마땅히 과학적 근거에 따라 생물학적동등성시험 대상여부를 판정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생물학적동등성 시험대상 41개 성분의 선정근거는 논리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맞지 않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거친 제품으로 대체조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일으킨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어 규정을 강화하는 것도 입안예고 중인데, 우리나라는 제대로된 허가 약품 목록도 없다는 점, 약효동등성 관리규정의 제정과정에서 전문학회의 의견서를 무시하고 회신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 전신순환혈에 흡수되는 경피제제에 대해서는 생물학적동등성 기준이 없다는 점, 기준제제(reference listed drug, RLD)의 선정과정 및 기준의 애매모호성, 생물학적동등성 대상의약품이 아닌 경우의 약효동등성 인정 방법이 미비하다는 점 등 많은 문제가 있으며, 복합제의 경우에는 언급이 없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